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니쌤 Aug 27. 2022

[북 리뷰] 김구, 《백범 일지》 중 <나의 소원>

민족주의 교육관의 한계와 시사점


 지난 글에서는 우리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백범의 문화관을 살펴보고, 현재 우리나라의 아이돌 가사를 중심으로 우리 문화가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이었는지, 경제 논리와 문화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며 BTS를 예로 들었다.


 이번 글에서는 교육에 대해 이야기해 볼 예정이다.

 사실 지난 학제 개편 이슈에서 나는 간략하게나마 우리 교육의 현실과 잘못된 점을 이야기 한 바 있다.그리고 교육관 등은 내 모든 글 속에서 파편처럼 흩어져있다.


 글에 앞서, 나는 구체적인 교육의 개혁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다. 정치가도 아니며, 행정가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냥 '잘 가르치고 싶은' 사람이다. 이런 소망에서 '잘 가르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제시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실적인 교육 개혁의 대책을 탐구하는 분들께는 내 글을 읽어보는 것이 시간 낭비가 될 수 있음을 미리 알린다.


이번 글에서는


1. 백범의 교육관은 무엇인지

2. 그의 민족주의 교육관이 가지는 한계와 시사점


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백범의 교육관


 백범은 자신이 꿈꾼 자유민주국가를 위해서 교육의 역할을 크게 강조한다.앞부분에서 아름다운 나라에 대해 설명하던 백범은 글의 마지막에 이르러 교육을 강조한다.



이 일(아름다운 조국을 건설하는 일)을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은 사상의 자유를 확보하는 정치 양식의 건립과 국민교육의 완비이다. 내가 위에서 자유의 나라를 강조하고 교육의 중요성을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백범 일지 507p







나는 우리의 힘으로, 특히 교육의 힘으로 반드시 이 일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백범 일지 510p



 이 두 문장만 보더라도 백범이 교육을 얼마나 중시했는지 알 수 있다. 백범은 수감 시절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절실히 깨달은 경험도 있다.


나는 이에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것은 저마다 배우고 사람마다 가르치는 것이라 깨달았다.

 옥중에 있는 죄수들을 보니 글을 아는 이는 없고

또 그들의 생각이 나 말이 모두 무지하기 짝이 없어서

이 백성을 이대로 두고는 결코 나라의 수치를 씻을 수도 없고,

다른 나라와 겨루어 나갈 부강한 힘을 얻을 수도 없다고 단정하였다.

백범 일지, 156p



이 글을 통해 더 상상력을 발휘해 본다면,

백범은 교육을 통한 국민 개선의 가능성을 믿어야만 했다.

그 가능성마저 없으면 백범이 상상한 조국의 모습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백범의 경험이나 시대의 상황으로 보았을 때, 백범의 교육관은 민족주의적 교육관이라 생각한다.

백범 교육관의 한계


 백범은 교육을 상당히 강조했지만,

교육에 대한 그의 진심도 민족주의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그에게 민족이란 거의 종교와 같다. 중세 유럽의 신학자들이 신을 위해 교육받았던 것처럼, 백범에게 있어 교육은 민족의 발전을 위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백범이 협소고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가진 사람은 아니다. 그는 우리 문화에 다양한 가치, 철학, 교육 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발판 삼아 전 세계의 중심에 우리 민족이 있기를 바랐을 뿐이다.


 당시 식민지배를 받는 상황에서 조국과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당연히 존경받아 마땅하며 당시에는 특히나 더 강조되었던 덕목이다. 그는 우리 민족의 정신적 구심점이었으며 영웅이자 큰 지도자였다. 하지만 교육적으로만 생각해 본다면 그의 절대적인 민족주의는 교육의 본질에서 비판점이 있다.


  백범의 책에서 주체성을 기르라는 당부도 분명히 남긴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내가 청년에게 바라는 것은 자기를 잊지 말란 말이다.


우리의 역사적 이상, 민족성, 환경에 맞는 나라를 생각해야 한다.

밤낮 자기를 잃고 남만 높여서 남의 발뒤꿈치를 따르는 것으로 장한 체하지 말라는 것이다.

제 뇌로, 제정신으로 생각하란 말이다.

백범 일지, 423~424p



  위의 반론대로 겉으로 보면 자신의 주체성을 살리라는 말이. 그러나 이 단락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백범의 전체 사상을 살펴봐야 한다. 백범의 사상을 종합적으로 생각해 보면 절대적인 민족주의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현대인이 생각하는 주체성과 백범이 생각하는 주체성의 의미는 달랐다.


대부분 현대인은 주체성을 살리는 것을 개인의 의식과 개성을 최대한 발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반대로 백범의 교육은 자신이 꿈꾸는 민족국가의 완성을 위한,

개인의 의식 성장이 목표이다. 여론을 통한 민주주의 국가의 완성은 개인의 의식이 성숙되어야 하기 때문에

교육적인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맥락을 보았을 때 이 부분은 임시정부에서 자유주의, 공산주의 등 여러 사상이 뒤섞여서 사분오열되는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한 말이다. 따라서 개개인의 청년이 아니라 민족국가의 국론이 분열됨을 아쉬워하는 말이다.


'자기를 잊지 말란 말이다.'



특히 이 부분에서는 책의 맥락을 더 자세히 살펴야 한다.

이때 말한 '자기' 개인의 자아가 아닌 민족국가의 정체성을 뜻한다.



  백범은 개인들의 수많은 사상, 주체성이 뚜렷한 오늘날을 어떻게 볼까?


라는 질문에 답을 하면 그의 교육관이 민족주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이처럼 현대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백범의 교육관은 민족주의의 한계를 분명히 가진다.

백범 교육관의 시사점


하지만 민족교육관의 한계에도 백범의 교육은 후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먼저 백범의 교육관은 우리에게 공동의 목표를 제시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교육적 효과이다.

현대 대한민국은 '사분오열'이 아니라 '백분 천열'로 나뉜다.


  국가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개인의 주체성이 너무 강해져서 하나의 구심점, 통합의 사상은 잊힌 지 오래이다.


 이른 시간 내에 우리의 시대적 요구는 개인의 독창성이 아니라 하나의 구심점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민족주의는 국가 통합의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독재와 배타성, 민족적 자만심을 경계하는 적절한 민족주의 교육관은 우리 시대 건강한 통합의 주제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음으로 교육에 대한 그의 사명감이다.

이는 특히 우리 교사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다.


 비록 민족주의에 국한되어 있긴 하지만

백범은 젊었을 때부터 가슴속에 사명감을 가지고 다양한 교육 활동을 했다.


 옥중에서 사형을 앞두고도 죄수들을 교육했을 정도이다.


 현재 우리 교사들은 어떤가? 가치의 다양화와 혼란으로

우리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학생을 교육해야 하는지 길을 헤매고 있다.

 나는 이전부터 교사들에게

교육철학과 교육적 자율성, 책임감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교사로서 철학이나 가치관이 없다면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까?그런 교사에게 배우는 것은 저 단어 전달과 암기와 다름없으리라 생각한다.


사명감과 철학을 스스로 세우는 것은 능력이다.

뿐만 아니라 사명감과 철학은 보물 찾듯 찾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세우는 능력을 길러가는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며 성장하면서 사명감, 꿈, 이상을 키워나가는 것은 매우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정신적 작업이다. 가만히 앉아서 언젠간 '찾겠지'라고 생각해서는 절대로 주체적인 삶과 교육을 영위할 수 없다.


 나는 현재 교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만

이는 모든 현대인에 대한 말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주체성'에 관한 현대적 해석이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백범은 민족적으로 거시적인 주체성을 말하였다. 하지만 이를 현대 개인의 주체성으로 시선을 돌리면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주체성에 관해서는 이전의 글로 자세히 써두었으니 링크만 남겨두도록 하겠다. 여론과 주관에 대하여 - 불확실한 시대에 어떻게 주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까

마치며


  이번에는 백범의 교육관에 대해 다소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본다면 그의 사상과 민족적 교육관은 분명 유효했다. 백범의 민족에 대한 사랑, 열정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내가 이 글에서 한 일은 그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현대에 우리가 그의 교육관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고찰하고 양심적으로 고백했을 뿐이다.


 항상 독립운동가 선생님들께 감사하며 그분들이 지켜낸 나라를 어떻게 더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지, 내가 이 위치에서 어떻게 더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가는 데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하며 가르쳐야겠다.


*현재 교육적 문제에 대한 나의 생각은 따로 링크로 남겨둔다.


학제 개편 1


학제 개편 2




매거진의 이전글 [북 리뷰] 김구, 《백범 일지》중 <나의 소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