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필독서
요즘은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학부모 상담에서 부모님들이 많이 걱정하는 부분은
당연히 학생의 학업 수준이다.
특히 고학년, 5학년이 되면
학업을 걱정하는 학부모님들의 비중이
체감상 많이 증가한다.
'우리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원을 더 보내야 할까요?' (공교육 교사에게 이런 걸 물어보시다니...)
'제가 하는 교육이 맞는 걸까요?'
등등.
나는 그에 대한 답변으로
지금은 학원도 좋지만
책을 많이 읽히시고, 다양한 경험을 권유한다.
대부분 부모님들은
떨떠름하게 반응하신다.
'책 읽는 거 가지고 괜찮을까요?
다른 애들은 훨씬 많이 읽는데..'
이런 상황에서 항상 권하는 책이 있다.
'공부머리 독서법'
문해력과 학업 성취에 관해 많은 책들이 나왔지만,
나는 그래도 이 책만큼은 꼭 읽어보라고 권한다.
나는 학창 시절 엄청난 수재는 아니었다.
그래도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교사 임용에 괜찮은 성적으로 합격할 정도였으니
객관적으로도 나쁘진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했을까?
아니,
어린 시절 나는 항상 운동을 했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고,
내 공부에 큰 미련을 두지 않으셨다.
교육보다는 당장 생활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공부해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우리 부모님은 나의 교육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공부 너무 열심히 해도 안 좋다고 하셨다.
학원이란 것을 처음 간 것도 초등학교 5학년이 넘어서이다.
대신에 어렸을 적 부모님께서 신경 써주신 게 딱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책'이다.
으레 사주는 '전집'과 '테이프'세트부터
위인전 세트, 내가 원하는 책등
책에는 돈을 아끼지 않고
나이와 수준에 맞게 책을 사주셨다.
친구들과 다 놀고,
부모님도 집에 안 계실 때
컴퓨터도 없는 집에서
나는 책을 읽었다.
그렇게 초등학교 시절 내내 책을 읽었다.
역사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수학, 과학, 외국어 등
집에 있는 책은 몇 번씩이고 다 읽었다.
중학교 때도 학교 공부는 거의 하지 않았다.
자율학습이라는 개념도 몰랐고, 뭘 공부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학교 끝나면 친구들과 축구를 하거나,
피시방에 달려가서 서든어택을 하는 게 낙이었다.
시험기간은 학교 빨리 끝나서 좋은 날이었다.
그래도 성적은 항상 평균 90점 이상은 나왔다.
제대로 학교 공부, 입시 공부를 시작한 것은 고2 여름방학부터였다.
과외도 받고, 인강도 엄청나게 많이 들었다.
차멀미가 있는데도 PMP로 통학버스에서
인강을 들었을 정도니까.
1년 후 고3 여름이 되자 나는 어느새
우리 학교 문과에서 상위권이 되어있었다.
친구들도 놀라고 선생님도 놀라실 정도였다.
물론 나의 성적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하지만 어릴 때 책을 읽으며 쌓였던 문해력이 밑바탕이 된 것임은 확신한다.
'공부머리 독서법'은
내가 현장에서 가진 문제의식을
가장 쉽게, 가장 먼저 대중화시킨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현장에서
학생들의 문해력, 독해력이 상당히 떨어짐을
정말 많이 느꼈다.
뿐만 아니라,
문해력이 곧 학업성취도의 기본이라는 것도 느꼈다.
학원을 많이 다니고,
대회에 나가서 상을 많이 타는 것과는 다르다.
학생과 대화를 해보거나,
성취 수준을 평가해 보면
평소에 책을 스스로 읽는 학생의 잠재력이 훨씬 높다.
학원에 많이 다니는 학생들은
수학이든 국어든 문제의 정답은 맞출 수 있다.
하지만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다.
똑같은 원리인데도
문제 자체가 길어지거나 어려워지면
문제 풀기를 포기해버린다.
반대로 책을 많이 읽고, 문해력이 있는 학생들은
문제가 길어져도 똑같은 원리라는 것을 금방 이해한다.
더욱 큰 문제는
문해력의 차이가 점점 누적된다는 것이다.
문해력이 더 높은 아이들은
점점 더 많은 지식을 흡수한다.
문해력이 높은 아이들은
어떤 순간에 흡수된 지식을
다른 과목, 주제에 대한 지식과 연결한다.
시간이 지나며 더 많이, 넓게 배울수록
그 아이들은 점점 공고한 배경지식과 학습 능력을 습득할 수 있다.
마치 눈덩이가 산꼭대기에서 내려오며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과 비슷하다.
반면에 학원과 인강 등 외부 강의로
지식을 단어와 요약본으로만
'암기'해온 학생들은 눈덩이가 아니라
풍선 같은 지식이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풍선이 작아지거나
터져버리게 된다.
이에 비해 문해력을 바탕으로 한
눈덩이는 가운데가 아주 단단해서
언제든 다시 불릴 수가 있다.
그래서 문해력의 차이는 점점 누적되며 평생의 자산이 되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은 대학 입학 후 무력하고 허무해지게 되는 것이다.
한편 문해력이 낮은 학생들은
아무리 외우고 공부를 하려고 해도
그 문턱이 너무 높다.
모든 것이 새로우며
글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으니
내적 동기가 생길 가능성이 적다.
이 부분에서 학업성취도의 차이와 이해도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며,
그 차이는 점점 누적된다고 할 수 있다.
보통 '문해력'이라고 하면
독서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문해력이 높은 학생은
수업을 듣고 이해하는 속도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나는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타고난 지능은 다른 사람과 비슷하다.
하지만 단 1년 만에 내가 수능 수준을 따라잡은 원동력은 무엇일까?
앞에서 말한 대로 내가 모르는 사이 쌓였던 배경지식과 문해력 덕분이다.
물론 나는 인강과 과외라는 사교육을 받긴 했지만,
그건 내 공부의 일부일 뿐이었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모든 입시생들이 인강을 들었다.
하지만 나는 똑같은 인강을 1.6배속으로 들어도
남들과 비슷하거나 더 잘 기억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것은 곧바로 학습량과 비례하였고,
같은 인강을 듣더라도 나는 남보다 1.6배 빨리 들을 수 있는
엄청난 강점을 가졌다.
이것은 내가 잘나고 똑똑해서가 아니다.
나는 공부를 하면서 내가 남들보다 좀 더
빨리 이해하고 많이 기억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것은 분명 문해력의 힘이었다.
우리의 뇌는 '듣는 것'과 '말하는 것'은
프로그래밍이 되어있다.
자연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읽는 것'은 독립적으로 할 수 없다.
배워야만 그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교육을 통한
글자 알기 -> 소리 알기 -> 의미 알기 -> 해석하기 등의
단계를 통해서만 문해력을 기를 수 있다.
운동을 하는 데 있어서
'머슬 메모리'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운동을 하던 사람이 운동을 쉰다 할지라도
몸이 기억하고 있다는 말이다.
문해력에도 이런 '머슬 메모리'가 유효하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그토록 책을 많이 읽었지만
중~고 시절을 넘어
대학교 3학년까지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그 기간 동안 내가 읽은 책은 교과서와 수험서뿐이었다.
그러다가 임용 준비를 하면서 슬럼프를 겪으며
다시 책을 읽게 되었고,
책을 읽다 보니 금방 공부하는 머리로 전환할 수 있었다.
내가 읽는 모든 자료들이 통합되고 연결되는 그 느낌은 잊을 수가 없다.
그 이후 나는 지금까지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도
자신의 분야 또는 상식적인 부분에서
책을 읽으며 문해력이 쌓인다면
충분히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한 이런 경험은 자신의 성취에 큰 밑바탕이 되며
자존감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이처럼 문해력은 학업성취뿐만 아니라
평생을 함께하는 나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공부머리 독서법'은
학업 성취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전 국민 필독서라고 말한 것이다.
물론 어른을 위한 문해력 등은 따로 책이 나와있으며
추후에 리뷰를 올릴 예정이다.
이 책은 고전을 제외하고
내가 읽은 몇 안 되는 양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학부모님들께 상담 때마다
이 책을 권하고 있다.
문해력 부분에서 가장 뛰어난 책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이론과 실전에서 가장 조화롭게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학업 성취도를 키워주고 싶은 학부모님,
나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는 교사분들 등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책의 내용이 이론적인 부분은
당연히 어려울 수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다.
중간중간 저자의 교육 사례와
문해력 향상 독서지도 방법 등이 나와있기에
지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학력 향상을 위해서 학원을 늘리기 전에
부디, 이 책을 읽어보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