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나 자신이 된다는 것
그 날 저녁, 진정한 나 자신이 된다는 것을 새롭게 정의한 순간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그것을 정해진 어떤 만족스러운 모양을 찾아야 하는 것으로 여겼던 듯하다. 그리고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빛과 어둠이 주기적으로 나를 찾아왔던 기억만 가득 하다. 때로는 나의 외형이, 타인들과의 관계가, 환경들이 썩 마음에 들어 자신감이 있고 그로 인해 밝은 기운 속에서 자유로웠다. 그러나 또 다른 순간들 속에선 모든 것이 불만족스러럽고 그저 답답했다. 그럴때면 어둠에 갇혀 아무것도 제대로 볼 수도,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어진다. 그럴 땐 자꾸 멀리, 더 멀리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보이지도 않는 어딘지도 모를 그곳을. 그저 지금 이 곳으로부터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어진다.
다행히도 조금 지나면 어김없이 다시 마음에 볕이 드리우기도 하고 또 불시에 나는 어둠에 스스로 기어들어가곤 했다. 나는 이런 사이클을 « 마음이 예쁜 시기 », « 마음이 못생긴 시기 »로 나누어 불렀다. 그것이 인생의 본질이라고, 그저 익숙해져야 한다고 넘겨짚었다. 여전히 인생이 늘 밝기만 하거나, 늘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변덕스런 날씨에도 꾸준히 걸어나가야 한다는 것도.
작년 상반기, 나는 이전의 나라면 그러지 않았을 새로운 패턴의 선택과 행동들을 하는 경험했다. 내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마음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보기로 했다. 평소의 내가 기대는 상식과 사회적 관점, 일반적인 옳고 그름의 기준 안에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대신, 오롯이 나 자신에게 더 진실에 가까운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매번 그 마음에 정직했냐라고 묻는다면 그랬다라고 당당히 말할 순 없다. 그저 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기 위해 부단히 고민해보았고 그것을 위한 선택을 해보며 수많은 장면 들과 부딫혔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한해의 중턱에 다다랐을 때, 나는 그 일련의 경험에서 확신하게 된 마음의 울림에 공명하는 선택을 했다. 그 선택 이후 반 년간 나는 동시에 밝아졌고 또 어두워졌다. 그 때의 선택을 여전히 믿었고 가끔은 의심했다. 그렇게 종종 찾아오는 의심으로 인해 마주해야했던 생각, 감정들로 인해 충실히 괴로웠다. 과거의 관성 속에서 흔들렸고, 동시에 새로운 선택의 패턴을 믿기 위해 애써 버텼다.
그리고 새해가 되었다. 어느 저녁, 작업실을 나서며, 문득 진정으로 나 자신이 된다는 것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떠올랐다. 진정으로 나 자신이 되는 것은 이 순간, 이 곳에 존재하는 나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라고. 어쩌면 그 뿐일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그럴때 진정한 나 자신이란 것은 그저 느껴지는 것이라고.
다시금 그 지난 반개월을 되돌아 보았다. 그리고 어떤 선택들은 그저 순간에만 해당된다 할지라도, 언제나 최선임을, 최선이었음을 믿게 되었다. 그리고 선택을 할 수 있었던 나의 힘을 믿게 되었다. 그로 인해 한동안 매 순간 다시 흔들리고 부서져버렸다 할지라도. 과거의 선택들을 돌이켜 본다면 그것이 미숙했다고 느낀다. 혹은 그 때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놀랍게도 훨씬 더 성숙했음을 깨달을 때도 있다. 그 어떤 경우든, 오롯이 가장 진실된 나의 마음을 인정했던 순간들 속의 나는 결코 그 어느때에도 틀리지 않았다.
이제 나는 그렇게 정의하기로 했다.
내게 '진정한 나'란, 순간순간 현재의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할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그리고 나는 가장 진실된 마음으로 선택한 길을 걸어갈 때, 그 위에서 펼쳐지는 모든 익숙하고 새로운 장면들을 온전히 맞이할 것이라고.
그럴 때, '진정한 나'는 가끔 내게 찾아오는 신기루 같은 존재에 머물지 않고, 매순간 내 안에 숨을 불어넣으며, 영원히 나와 함께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