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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삐뚤빼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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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처음 그날처럼..

좀 울고 싶다.


1968년 윤 7월.

세상의 맨 처음은 울음이었다.

나는 울고 있는데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그때 내가 눈물을 흘렸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유년기.

마구 울었던 것 같다.

이 울음이 그치면 더 울 기회가 없어서 더 울었던 것 같다.

배고파서 울면 젖을 물려주었고..

아프다고 울면 호~라는 온기가 전해졌고..

울듯 말듯 반 울음일 때는 배뇨의 찜찜함을 뽀송함으로 바꿔주었다.


울음만큼 완전한 것은 없었다.

그때 눈물을 보였었는지는 기억이 없다.

그렇게 완전한 시기는 울음을 그치면서 사라져갔다.


자신이..
가장 낮은 바닥에 위치하던 시간.
반듯이 가만히 누운 모습을 내려다보며..

'그놈 참 밉상이다'
나만 모르던  외계어 같은 칭찬이 들려오던 시간.


뒤집기를..
걸음마를..
짝짜꿍을..
도리도리를..
잼잼맘마를..

흥미롭지도 않은데 시키는 대로 따라 배워야만 했던 시간.

'그놈 참 밉상이네'

다시 외계어 같은 칭찬에 신경 쓰이던 시간.

그때 나는 이미 세상을 배우고 있었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지친 삶을 달래기 위해 떠난 어느 낯선 여행지의 공중화장실.

삶의 위로보다 눈물을 억제당한 나는, 나의 삶을 위로할 수 없었다.


저것은 나무다.

거기에 꽃이 피든지 말든지, 누가 둥지를 틀든지 말든지, 나무 이외의 그 어떤 의미도 아닌 그저 나무다.

저것은 숲이다.

숲 속에서 일어나는 벌레들의 울음, 지저귀는 새소리, 다람쥐와 청설모의 쳇바퀴 넘는 재주, 피고 지고 익어가는 제각각 모양과 색이 다른 꽃과 나무 열매 따위는 신경 쓸 필요 없는, 나무들이 어울려 숲을 이루든지 말든지 모를 그저 푸른 숲이다.

그렇게 다시 완전한 시기가 찾아왔다.

그 어떤 의미 부여 없이 사물을 사물 자체로 보는, 그저 나무와 숲으로 보는 완전한 직시(直視).


술 마시고 울지는 말아야지.


남자는 세 번 운다.

남자로 태어난 내가 울 수 있는 기회는 이제 두 번 남았다.

그것도 언제 울어야 하는지 이미 정해져 있다.

부모님이 귀천하시거나, 나라를 잃었을 때.

는 울음과 눈물을 거세된 채로 살아야 하는, 얄궂은 운명으로 태어난.

남자다.


하지만, 이제 좀  울어야겠다. 아침과 점심을 겸해 잘 차려진 브런치의 식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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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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