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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Apr 30. 2020

뉴스레터를 발행하며 생각한 5가지

xyzorba 뉴스레터 운영, 1년의 기록


2019년 4월, 첫 뉴스레터를 보냈습니다. 구독자는 9명이었습니다. 그렇게 뉴스레터를 시작하여 매주 월요일마다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메일로 보냈습니다. 어느덧 1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70개가 넘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만큼의 밤을 뜬 눈으로 보냈습니다. 고단했지만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1년간 뉴스레터를 보내며 지나온 길을 정리해봤습니다. 이 글은 개인으로서,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전하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동기 : 천 명의 열성팬을 만들고 싶다


저는 세 가지 이유로 뉴스레터를 시작했습니다. 첫째로 뉴스레터를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서른 개가 넘는 뉴스레터를 빠짐없이 챙겨봅니다. 생소하지만 신선한 채널에 매력을 느꼈고 직접 운영해보고 싶었습니다. 둘째로 묻혀있던 콘텐츠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브런치에는 훌륭하지만 주목받지 못한 글들이 많습니다.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셋째로, 천 명의 열성팬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창작자는 열성팬 1,000명만 있으면 먹고살 수 있다." <1,000 True Fans>을 쓴 케빈 켈리(Kevin Kelly)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시 저는 스타트업의 3년 차 마케터였습니다. 조직에 소속되어 안정감을 찾을수록, 개인으로서의 나는 흐려지는 듯했습니다. 그게 불안했습니다. 그때부터 글을 썼고, 여행 에세이를 출판했습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에게 저는 '노바디(Nobody)'였습니다. 그 누구도, 모르는 인간의 여행 에세이를 읽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나를 지지해줄 소수의 팬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브런치였고, 뉴스레터였습니다.



시작 : 선 발사, 후 조준


제가 마케터로서 얻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선 발사, 후 조준(Fire&Aim)'의 태도입니다. 일단 시작하 천천히 개선하는 것입니다. 저는 게으른 완벽주의자였고, 시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성과를 요구했습니다. '완벽'보다는 '완성'이 우선이었습니다. 마케터로서 빠르게 실행하고, 그다음에 개선하는 방법을 연습할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를 보내기로 결정한 날, 저는 9명의 구독자를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첫 뉴스레터를 보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엉성합니다. 큐레이션한 글과 영상은 숫자가 너무 많았습니다. 친근해 보이고 싶어서 쓴 반말은 어색했습니다. 가독성도 떨어졌습니다. 분명 완벽한 뉴스레터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일단 시작했기 때문에 개선할 수도 있었습니다. 매주 데이터를 확인하고, 구독자 분들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뉴스레터의 구성과 디자인을 조금씩 개선했습니다. 콘텐츠 길이와 수, 소재, 형식, 서식, 가독성에 대한 디자인을 매주 변경하고 실험했습니다. 만약 부족하게나마 첫 뉴스레터를 보내지 않았다면, 영영 시작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마음속에 묻어두면서 얻은 결과였습니다.



지속 : 단 한 명을 위해서라도 보낸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매주 한 편의 에세이를 쓰고, 큐레이션할 콘텐츠를 탐색하고, 뉴스레터를 편집하는 일은 생각보다 피곤했습니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구독자도 늘지 않고, 반응 별로 없고... 이걸 계속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의문이 떠오를 때였습니다.


그때 저는 작가들을 쫓아다니며 물었습니다. 북 토크, 작가와의 만남, 강연을 찾아다니 똑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계속 글을 쓰시나요? 내가 쓴 글이 대체 의미가 있을까요? 괜히 혼자서 힘쓰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만큼 절실했습니다. 그러다가 <쓰기의 말>, <글쓰기의 최전선>을 쓴 은유 작가를 만날 기회가 있었고, 이번에도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작가님은 글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그저 글 쓰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지속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내가 쓴 글이 단 한 명에게라도 감응을 준다면 그것대로 의미가 있지 않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결과보다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단 한 명이라도 내가 쓰는 글에, 내가 보내는 뉴스레터에 감응다면 지속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더 이상 숫자에 연연하지 않기로도 했습니다. 구독자수나 오픈율보다는 정성스럽게 보내주시는 피드백을 지표로 삼았습니다. 지금은 일주일에 두 번씩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힘든 일이지만, 더 이상 흔들리지 않게 됐습니다. 지속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쓸모에 대한 고민'입니다. 명확한 목표를 가지되 단기적인 성공을 바라지 않는 것이 지속을 이끄는 힘입니다. 저는 이런 마음을 가지기까지 오랜 고민을 거쳐왔습니다.



관계 : 꾸준함과 진정성이 브랜딩이다


'월간 윤종신'이 저의 롤모델이었습니다. 트렌드에 구애받지 않고, 소수의 사람들에게 나만의 색깔을 꾸준하게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책 한 권을 준비하여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단편적인 글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방식 말입니다. 추상적이고 단정한 이미지, 아날로그 색감, 담담한 문체, 복잡하지 않은 구성 등은 모두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뉴스레터는 무엇보다도 '관계'를 맺는 채널이었습니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의 문장을 인용하면, 뉴스레터 운영은 나의 세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대접하는 일입니다. 저는 구독자와의 관계를 '친구'로 설정했습니다. 구독자와 저는 기본적으로 비슷한 사람이었습니다. 생각하기를 좋아하고 삶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유행이나 트렌드를 무조건 쫓아가기보다는,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에 마음을 썼습니다. 일종의 반골 기질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할 만큼 소심하지만, 마음이 맞다면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과감 없이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꾸준함이 브랜딩이고, 변하지 않는 것이 아이덴티티입니다. 지난 1년간 독자들에게 많은 피드백을 받았고, 많은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모든 피드백은 반복해서 읽고 마음에 담았으며, 단 한 번의 답장도 허투루 쓰지 않았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비즈니스가 아니기에 구독자의 요구에만 매달릴 필요도 없었으며, 예술은 더더욱 아니었기에 제 의도만 고집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구독자의 니즈와 나의 신념 사이에서 변하지 말아야 할 것과 변해야 할 것을 결정하고 반영하는 과정이 브랜딩이었습니다. 제 뉴스레터는 뾰족한 엣지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에세이, 책, 영화, 음악, 브랜드, 인터뷰 등 다양하게 실험했던 이유는 온전히 저의 관심 분야를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우리 삶에서 중요하지만 쉽게 잊고 사는 것들을 떠올리게 만든다.'라는 신념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명확하게 인지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런 분위기나 속성을 짐작하셨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확장 : 콘텐츠를 넘어 커뮤니티, 그리고 브랜드로


앞으로 xyzorba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개인적으로 돈 버는 일에는 자신이 없습니다. '직장에서 벌고 뉴스레터에 쓴다.'는 태도를 앞으로도 유지할 생각입니다. 좋아하는 일이 돈 버는 일이 되어버린다면, 그거야 말로 피곤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다만,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은 많습니다.


콘텐츠에서 커뮤니티로, 그리고 커머스로 확장하는 비즈니스 구조가 자연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단어를 조금 고쳐서 (이게 말이 되는지 안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콘텐츠에서 커뮤니티로, 그리고 브랜드로 확장하고자 하는 꿈이 있습니다. 정말로 허무맹랑한 희망사항이어서 실제로 일어나지 않더라도 '아, 역시 안 되는 거였군.'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다만, 꿈을 상정하지 않고는 무언가를 지속하기 어려운 타입이라서 말입니다.


a. 콘텐츠의 확장

지금까지는 읽을만한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생산해내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최근에는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싶어서 김버금 님, 김승원 님, 김의환 님, 선정수 님을 모셔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동료 덕분에 관심 분야에 다양한 시선으로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특별한 분야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손으로 기록하는 서용마 님, 국내 최다승 여류기사 조혜연 9단, 딴짓을 권하는 딴짓 시스터즈까지, 이들과의 인터뷰는 독자들 뿐만 아니라 제 자신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제는 콘텐츠의 채널을 확장하는 시도를 조금씩 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1년간 보내온 글을 모아 에세이집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6월에는 패널 분들과 팟캐스트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책, 영화, 브랜드, 인터뷰, 이 네 가지 분야에서 콘텐츠가 계속 쌓인다면 각각의 단행본도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b. 커뮤니티의 시도

다른 축은 커뮤니티입니다. 일전부터 함께 의견을 나누고 싶어 하는 구독자 분들의 요청을 들어왔습니다. 취향과 관심분야가 비슷한 사람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건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커뮤니티를 원하는 이유는 소속, 관계, 대화라는 생각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프라인에서 만나 대화하는 형태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가 만날 좋은 방법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c. 브랜드로서의 가능성

브랜드로서의 가능성이란, 'xyzorba가 특정한 사람들의 정체성을 대변해줄 수 있는 가치가 있는가. 그것이 명확하고 보편적으로 인지될 수 있는 형태인가.'입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사람들은 xyzorba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다닐 수 있을까. 그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예측할 수 있을까.'라는 것입니다. 티셔츠를 예로 들었지만, 노트나 문구, 우산, 카메라, 카페, PUB 등등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브랜드는 '만든다'라기 보다는 '만들어 진다'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꿈꾸는 것처럼 xyzorba가 브랜드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켜볼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대단한 업적은 아니지만, 제 인생에서 의미있는 1년이었습니다. 지금, 여기에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xyzorba는 매주 월요일마다 에세이, 책, 영화, 브랜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주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눌러서 xyzorba의 친구가 되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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