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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Nov 30. 2018

브랜드적 삶

나를 정의하고, 드러내고, 실천하는 삶

가치란 특별한 인간에게 있는 특별한 재능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고,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자신이 성장한 환경, 영향받은 사람과 사건들에 따라 가치로 발현되거나 사치스러운 개념으로 소멸되고 만다.

- 유니타스브랜드 <브랜딩 명언> 中




브랜딩


저는 브랜드 마케터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괜히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브랜드의 세계는 추상적이고 거시적입니다. 누군가에게 묻고 싶어도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모릅니다. 이 혼란은 저만 겪는 일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제 생각을 말해보려 합니다. 제가 배운 '브랜딩(Branding)'이란 정체성(Identity)과 이미지(Image)를 일치시키는 일입니다. 즉,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를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 브랜딩의 목표죠. 여기서 '나'는 기업이서비스가 될 수도, 개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조하리의 창(Johari's Windows), 1955



조하리의 창(Johari's Windows)은 타인과의 관계에서의 자기 인식을 보여주는 프레임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나를 설명하는 단어를 골라보는 겁니다. '신중한', '활동적인', '논리적인' 등의 단어들이 나오겠죠. 이제는 타인에게 나를 설명하는 단어를 골라보게 합니다. 이제 두 그룹의 단어가 있겠죠. 두 그룹에서 중복되는 단어는 Open area에 속합니다. 나와 타인이 모두 아는 '나'의 모습이죠. 나는 골랐지만 타인은 고르지 않은 단어는 Hidden area에 속합니다. 타인은 알지 못하는, 하지만 내가 아는 '나'의 모습이죠. 반대로 Blind area는 나는 모르는, 하지만 타인들이 보는 '나'의 모습입니다. Unknown area는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나'의 모습입니다. 만약 조하리의 창에서 '아는'을 '규정하는'으로 바꾼다면, 브랜딩은 'Open area'에 내가 원하는 단어를 남기고, 'Blind area'를 줄여나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국내 숙박 O2O 서비스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초기에 대중들은 이 서비스를 보고 '부끄러운', '숨겨야 하는', '19금' 등의 단어로 서비스를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자신들의 서비스에서 스스로 정의하는 모습이 아니었죠. 이에 브랜드 마케터들은 Open area에 '여행', '젊음', '놀기'라는 단어로 대체하고자 했습니다. 내가 규정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었던 Blind area를 축소하려는 노력이었죠. 물론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포장한 게 아닌, 실제 내부 팀원들이 자신의 서비스를 '여행 앱'으로 인식하고 서비스를 만들어가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겠죠.


국내 숙박 O2O서비스 '야놀자'의 브랜드 캠페인




브랜드적 삶


저는 서비스나 기업보다는 '개인'으로 치환했을 때, 브랜드의 의미가 더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즉, 브랜드적 삶을 상상해보는 거죠. 제가 생각하는 브랜드적 삶이란, 나를 정의하고, 드러내고, 실천하는 삶입니다.



1. 주체적으로 '나'를 정의하기


스타트업이 브랜딩을 고민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창업을 하고 서비스의 가능성이 검증된 뒤입니다. 브랜딩이란 '왜 이 서비스가 필요한가.'를 정의하는 작업입니다. 이미 서비스가 나온 상태에서 서비스의 본질을 규정한다는 게 어쩌면 모순적으로 보이죠.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가 말했습니다.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본질이 규정되지 않은 채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입니다. 이 자유로움은 오히려 인간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본질을 규정하고,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즉, 삶의 목적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나는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가?
- 그 목표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 나만의 강점과 차별점은 무엇인가?
- 나는 스스로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가(비전), 그 목표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미션), 나의 강점과 차별점은 무엇인가(핵심가치), 나는 스스로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아이덴티티)라는 질문에 대답한다면, 가장 기본적인 방향성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 만약 대답하기 힘들다면, 지나온 시간을 정리해보세요.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고, 무엇에 열성적이었는지요. 만약 삶의 방향성과 가치관을 주체적으로 정의하게 된다면, 그것이 흔들리지 않는 당신만의 아이덴티티가 될 것입니다.




2. 사람들에게 '나'를 드러내고 알리기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대중의 뇌리에 인지시킨 '스티븐 잡스'


사람들에게 내가 정의한 '나'를 알려야겠죠. 왜 굳이 드러내야 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누구든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혼자 일하는 사람이라도 타인의 인정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발현되는 순간에 의미를 갖게 됩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자신만의 패션이 될 수도, SNS나 유튜브를 활용할 수도 있겠죠.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아이덴티티, 즉 Open Area영역에 두고 싶은 가치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법, 나에게 맞는 방법을 선별하는 게 중요합니다. 가끔씩은 '완벽함'과 '부끄러움'을 내려두고, 나의 생각을 드러내고 견고히 하는 것에 집중하기를 추천합니다.


저는 내성적이고 진중한 편이지만, 가끔은 철이 없어 보일 정도로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로부터 자유롭게 상상하고, 주체적으로 살 수 있도록 영향을 주고 싶습니다. 이런 아이덴티티에는 '말'이나 '외모'보다는 '사진'이나 '글'로서 표현하기가 적절했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진정성 있게, 일관성 있게 실천하기


젊은 시절에 이런 서원(誓願)을 한 적 있습니다. ‘나는 내 인생과 내 문학을 일치시키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요. 작품을 봤는데 작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네,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살다 보니까 이게 엇비슷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인생과 문학이 같이 왔어요. 작가로서 행운이죠.

- 소설가 황석영 인터뷰 中


브랜드는 진정성과 일관성을 통해서 '주체성'과 '존재감'을 얻습니다. 나의 본질을 잊지 않는 것,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기에 드러낸 삶내면의 삶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은 진정성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겉과 속이 다르다면 누구든 쉽게 무너지게 됩니다.




눈치채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세 단계는 각각 브랜드 아이덴티티 확립, 브랜드 마케팅(B2B/B2C) 그리고 서비스/내부 브랜딩을 의미합니다. 결국 기업이든, 서비스든, 사람이든 '외부세계로부터의 차별화된 인지'라는 측면 똑같습니다.


브랜드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나 자신으로서 지속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은 '브랜드적 삶'을 살고 있으신가요?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뿐, 저는 누구나 자신만의 브랜드를 지니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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