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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Dec 05. 2018

책, 혼자서도 출판할 수 있나요?

독립출판, 자가출판하고 싶은 이를 위한 질의응답

"읽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책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당신이 쓰면 된다."
Toni Morrison(1931~)


최근 여행 에세이를 엮어서 책을 냈습니다. 1인 출판사도 만들었습니다. 주변 반응이 좋았어요. 대단치 않은 일에 칭찬받는 건 부끄럽고 멋쩍은 일이죠. 다만 모든 과정을 혼자 해냈다는 점에선 스스로도 만족합니다. 자가출판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인쇄 빼고는 모두 혼자서 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돈이 없어서, 출판사를 끼고 싶지 않아서, 왠지 내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자신감은 정보에서 나오고, 정보는 인터넷에 충분히 널려 있었어요.


'책, 저도 출판할 수 있나요?' 많은 사람이 궁금해합니다. 저도 시작하기 전에 장벽처럼 느껴진 질문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어느 곳도 시원하게 정리해놓은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독립출판, 자가출판을 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 질문과 답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분명 시작하기에 도움이 될 거예요.




Q. 책 만드는데 얼마나 드나요?

A. 몇 권을 뽑는가에 따라 달라요. 저는 200부 뽑았고, 1권에 7,000원 꼴이었어요.


제일 궁금해하고, 궁금했던 질문입니다. 바로 돈 얘기. 저는 풀컬러에 조금 두꺼운 종이를 썼습니다. 페이지는 160페이지 정도였어요. 인쇄소에 견적을 내보니 100부에 132만원, 200부에 145만원, 300부에 158만원 이었습니다. 300부를 뽑으면 한 권에 5,000원 꼴이죠. 많이 뽑을수록 비용이 급격히 낮아집니다. 여기에는 표지 디자인이나 기타 비용이 추가되겠지만, 제일 큰 부담은 단연 인쇄비입니다. 참고로 저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인쇄비를 감당했어요.


이건 '흑백 인쇄' 기준 견적표입니다. 참고하세요!



Q. 글은 얼마나 써야 되나요?

A. 적어도 워드 100page 이상은 써야 해요.


'책'이라고 부르려면 적어도 워드로 100페이지는 써야 해요. 물론 시집은 그보다 적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보통 두께의 책을 생각한다면, 워드 200페이지 이상은 넘겨야 합니다. 제 책은 사진 없이 100페이지 정도였고, 사진 포함 150페이지 정도였어요. 그것도 일반 책 보다 매우 얇은 편이었죠. 아무 책이나 펼쳐서 살펴보세요. 의외로 페이지 수가 많을 거예요.



Q. 책 내는데 얼마나 걸렸나요?

A. 저는 8개월 정도 걸렸어요.


글 쓰는데만 6개월 걸렸어요. 직장인이라 주말에만 썼고, 그것도 중간에 쉰 적이 많아요. 크라우드 펀딩이 1개월, 디자인과 편집이 2주, 인쇄는 2주 정도 걸렸습니다. 미흡한 실력이라 글 쓰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글 쓰는 기간이 얼마나 걸리냐에 따라서 크게 달라질 것 같네요.



Q. 책으로 돈을 벌 수 있나요?

A. 기대하지 않는 게 좋아요.


글을 잘 써야만 책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젓가락질 못해도 밥은 먹을 수 있죠. 다만 책으로 돈 벌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세상은 생각보다 요량이 통하지 않더라고요. 돈을 번다는 건 프로고, 실력이에요. 최근 독립출판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 있었지만, 입지가 줄고 있는 출판 시장에서 인세만으로 먹고사는 작가는 매우 극소수입니다. 차라리 강연이나 커리어 쌓기 등 부수적인 이익을 챙기거나, 쓰고 싶은 책을 내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Q. 그럼 왜 책을 내나요?

A. 목적과 의미가 중요한 것 같아요.


기록하는 건 인간의 본성이에요. 저는 여행에서 깨달은 바가 있었고, 스스로도 그걸 잊지 않기 위해 기록했었어요. 누군가는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겪은 바를 써 내려갈 수도 있겠죠.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상품성이니 대중성이니 보다는 본인의 즐거움을 위해서 쓰라는 거예요. 제 생각을 책으로 내고, 피드백을 받는 일 자체가 흔치 않은 기회거든요. 게다가 노력한 결과물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나타날 때, 기대 이상의 성취감과 감동이 느껴지더라고요. 그것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하죠.



Q. 어떤 프로그램을 쓰셨나요?

A. 'MS Word'와 'Adobe Indesign'을 사용했어요.


글을 쓸 때는 '워드'를, 책을 만들 때는 '인디자인'을 사용했어요. 아마도 인디자인을 처음 접하신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필요한 기능은 많지 않아요. 만약 '파워포인트'를 다루실 줄 안다면, 혼자서도 금방 익히실 수 있으실 거예요. 만약 컴퓨터에 익숙지 않으시다면, 편집 디자인만 따로 맡기는 방법도 있어요. 하지만 조금은 아쉬울 거예요. 내 책을 온전히 내 마음대로 작업하지 못한다면요.



Q. 출판사는 꼭 만들어야 하나요?

A. 개인적인 목적이라면 만들지 않아도 돼요. 만약 대형서점에 유통한다면 필요해요.


출판사가 필요한 이유는 ISBN을 받기 위해서예요. 책 뒷면에 찍힌 바코드요. 공식적으로 책을 등록한다고 보면 되겠죠. 그런데 출판사 만드는 게 의외로 어렵지 않아요. 구청에 가서 출판사명만 등록하면 돼요. 일주일도 안 걸렸어요. 만약 직접 판매한다면, 사업자 등록과 사업자용 통장이 필요해요. 그때부턴 귀찮아지지만, 물론 어렵지 않습니다. 아래 '두두리 아빠'님의 블로그 글을 읽어보면 더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어요.




Q. 이걸 다 해낼 자신이 없어요. 더 쉬운 방법은 없을까요?

A. 온라인 출판 플랫폼을 이용해 보세요.


독립출판, 자가출판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귀찮지 않은 건 아니죠. 그럴 땐 온라인 출판 플랫폼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써놓은 원고만 있다면, 부크크, 북메이크 등 출판 플랫폼에서 제공해주는 템플릿으로 쉽게 인쇄와 유통까지 할 수 있죠. 물론 혼자 모든 걸 해낼 때의 기쁨이 더 크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책으로 나오지 못하고 포기해버리는 게 더 큰 문제겠죠.




여기까지 생각나는 대로 적어봤습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부분이 있으시면 댓글로 달아주셔도 좋아요. 누구나 자신만의 책을 만드시길, 더 이상 망설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제게 글 쓸 용기를 주었던 글귀를 남길게요.



“당신보다 많이 아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글쓰기가 쓸모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반면 당신보다 모르는 사람도 항상 존재한다. 당신이 공유한 지식은 적어도 한 사람에게는 의미 있는 방식으로 다가갈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그들을 위해, 당신을 위해 써라.”

You might feel as though writing isn’t worth it because there’s people out there who know way more than you. Although, there will always be people who know less than you. The knowledge you share will be reaching at least one person in a meaningful way, so don’t worry. Write for them, and write for you.


-  Alana Brajdic <10 Reasons Why All Designers Should Start Writing More>



제가 만든 '자가출판' 가이드북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확인해보세요.

https://taling.me/Talent/Detail/2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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