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서 뉴스레터를 보낸 지 꼭 3년이 되었다. 2019년 4월 22일, 열 명의 구독자에게 첫 뉴스레터를 보냈다. 내 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200개가량의 메일을 보내왔다. 3년이라니. 이토록 오래일 줄은 나도 몰랐다. 이를테면, 3년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졸업하기까지의 시간이다. 무언가를 '깨우쳤다'라고 말하기에는 짧은 시간이고, '여전히 모르겠다'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긴 시간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소한 이야기를 적어 보내는 일이지만, 그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에서도 하나씩 배워나가는 것이 있다. 오늘은 지난 3년 동안 뉴스레터를 보내며 얻은 교훈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 글쓰기는 고통스럽지만 가치 있다.
글 쓰는 일은 매번 어렵다. '3년쯤 지나고 나면 능숙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비어있는 종이를 마주하고, 어떤 말을 쓸지 고민하고, 빈약한 나를 탓하는 과정은 언제나 힘들었다. 그럼에도 글쓰기는 고통을 견딜만한 가치가 있다. 나는 글쓰기로 오랫동안 앓고 있던 마음을 발견했고,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2. 마감의 힘은 강하다.
마감을 다른 말로 하면 '기한이 있는 약속'이다. 뉴스레터는 이제부터 어떤 요일 몇 시에, 당신을 위한 글을 보내겠다는 일종의 약속이다. 나는 그 무게를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시작했다. 하지만 나처럼 게으른 사람이라도 약속은 끝까지 지키려고 애쓴다. 그러니까 마감과 책임감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걸 배웠다.
3. 최고의 성과는 답장이다.
구독자 수, 오픈율, 클릭률... 이런 숫자들에 집착했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뉴스레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오래도록 잊지 않고 읽어주는 사람들'과 '마음을 담아 보내주는 답장'이었다. 나는 타인의 평가나 관심에 무던한 사람인데도, 이들이 보내주는 답장에는 마음이 크게 흔들렸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곤 했다.
4. 완벽은 환상이다.
나는 살면서 늘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모래주머니처럼 달고 살았다. 3년 동안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는 일은 이러한 강박을 덜어 내고 힘을 빼는 훈련이 되었다. 완벽을 쫓으면 오래 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혹은 대부분은 내가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냥 보냈다. '다음번에 좋은 글을 쓰면 되지'라고 생각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음을 가볍게 하고 멀리 바라보니까 좋은 글을 쓸 기회도 더 많아졌다.
5. 알려야 알아준다.
어릴 적에 나는 재야의 고수처럼 숨어있고, 누군가가 기적처럼 내가 가진 능력을 발견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것은 모순이었다.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만약 자신이 쓴 글을, 찍은 사진을, 그림을, 음악을 어딘가에 꼭꼭 감추어두고 있다면, 부디 용기를 내어 세상에 보여주었으면 한다. 처음에는 자신의 밑천을 드러낸다는 생각에 부끄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 자신을 드러낼 때 비로소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다.
6. 내가 가진 것은 누군가에게 분명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내가 나누는 생각과 경험이 쓸모없게 느껴졌다. 세상에는 이미 훌륭한 말과 좋은 글이 충분히 많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떤 이야기든 그것이 필요한 사람은 항상 존재한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좋은 영향을 전할 수 있다는 건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뉴스레터를 보내면서 이 믿음은 점점 더 명확해졌다. 그러니까,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내가 보내는 말들이, 그리고 함께하는 시간들이 그런 용기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