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치는 장점보다는 단점에서 찾을 수 있다. 단점이 소용돌이치는 방향과 그 소용돌이에 스스로 휘말리는 방식이 인간의 흥미로운 점이고 생명력이라는 에너지원이다. 무엇이 어떻든 간에 그 소용돌이 속에서 능숙하게 헤엄치고 있다면 괜찮다. 단점, 곧 콤플렉스와 자기가 능숙하게 교류하는 방법 말이다."
- 마쓰우라 야타로 <안녕은 작은 목소리로>
종종 회사에서 면접관으로 참여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자주 묻는 질문들이 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장점과 단점을 묻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그 사람의 장점과 단점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동안 자기 자신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찰과 고민을 했는지, 또 자신의 단점에 대해 어떤 태도를 지니고 있는지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자신의 단점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아마 두 가지 이유일 텐데, 자기 자신에 대해 면밀히 고민해 보거나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부족할 수도 있고 혹은 어느 정도 자신의 치명적인 단점에 대해 알고 있고 그것과 싸우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고 극복하기도 하고 얌전히 타이르기도 하다가 보니 어느 순간 그것이 더 이상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전자인 경우라면 마음이 크게 식는 반면에, 후자인 경우에는 마음이 동한다.
또 하나 면접을 통해 알게 되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완벽주의'를 자신의 단점으로 뽑는다는 점이다. 물론 면접의 특성상 어느 정도 함께하고 싶은 동료상으로 포장하여 보여주기 마련이다. 그러나 면접이 아닌 경우에도, 완벽주의가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으며 그런 자신이 밉고 답답하다는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났다. 주로 20대, 30대에게서 그런 모습이 보였다. 물론 나도 그렇다. 어쩌면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최근 젊은 세대에게 만연하게 퍼져있는 사회 현상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완벽주의야말로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완벽한 상태는 존재하지 않지만 언제나 더 나은 방향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완벽주의에 끌려가지 않고 함몰되지 않도록 주의한다면 그것은 자신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본인보다 몸집이 크고 힘이 센 동물, 이를테면 코뿔소를 산책시키는 일과 같다. 숙달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한다. 꽤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와 자기혐오를 겪게 된다. 그러나 어느 시점을 지나게 되면, 그러니까 코뿔소를 내 편으로 만들게 된다면 그것은 나 자신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강력한 힘이 된다. 아마도 면접에서 많은 사람들이 완벽주의를 단점으로 내세우는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단점을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것이 꼭 완벽주의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만큼 각자가 지닌 고유한 단점들이 있다. 그런 크고 작은 단점들이 나를 다른 누구도 아닌 나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가장 미약한 모습과 친구가 되어 살아간다.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그 존재를 인정하고 평생 함께할 것임을 직감하는 일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