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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Mar 30. 2023

자기 자신이 되는 질문


"스스로를 재발견하는 일은 주로 남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남이 나에게 무슨 꿈을 꿨냐고 물어봐주면 새삼 기분 좋게 꿈을 더듬거리기 때문이다. 그제야 겨우 예의를 갖추고 자신을 살피는 것이다. 살피고서 뭔가를 말하는 동안 아주 잠깐 내가 모르는 자신이 될 때가 있다. 남들 중에 나를 지겨워하지 않는 자가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인가."


-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언젠가 좋은 인터뷰란 어떤 것이냐고 물었을 때 '나도 몰랐던 나에 대해 알게 되는 질문을 받는 것'이라고 답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에세이 작가였는데, 자기 자신에 대해 그렇게나 많이 생각하고 되짚어보고 글로 정리하는 사람마저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만드는 질문이란 도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궁금했더랬다.


그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해 왔다. 바둑기사, 유튜버, 포토그래퍼, 여행가, 작가, 서점 주인, 아나운서 등등. 그리고 그들에게 나름대로 좋은 질문을 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질문이란 복잡하고 세련된 질문이 아니라, 조금 어수룩하고 평범하더라도 피상적인 관계에서 한층 더 깊이 내려가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질문이다. 


인터뷰 경험이 쌓이다 보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들이 생다. 누구를 만나든 이 질문을 통해 상대방으로부터 신선한 이야기들을 이끌어냈고, 그 사람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매번 성공했다. 그중에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는 '자기소개'에 대한 질문이다. 자신의 인생을 몇 마디로 축약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수많은 사건들을 생략하고 가장 요한 항목만을 남긴 것이 자기소개다. 혹은 크게 고민하지 않았더라도 자기 소개말은 자기 인식에 대한 언어들 구성된다. 나는 인터뷰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한 뒤에, 왜 자신을 그렇게 소개하는지에 대해 꼭 질문한다. 그러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지난 고민을 자연스럽게 다루게 되고, 자기소개 자체보다도 그 사람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


둘째는 '원동력'에 대한 질문이다. 즉, '당신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에 질문이다. 나 또한 자주 받는 질문이기도 하고, 열정적인 사람을 만나면 늘 묻고 싶은 질문이기도 하다. 동기에 대한 질문은 특히 '왜'라는 단어가 자주 쓰인다. 왜 그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왜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며, 왜 앞으로도 계속할 수밖에 없는지 집요하게 묻게 된다. 어떤 일 꾸준히 해내고, 그만큼의 어려움을 극복해 낸 사람들이라면 이 질문에 대 나름 고유한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까지 가슴이 뜨거워지고 새로운 용기가 솟아오른다.


셋째는 '꿈'에 대한 질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언제나 꿈에 대해 묻는다. 어떤 사람을 알아가는 데 있어서, 그 사람이 지나온 과거보다는 앞으로 나아갈 미래가 그 사람을 더 잘 설명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현재 무엇을 열망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기대하고 응원하게 된다. 혹은 정해진 목표나 꿈이 없다면 왜 없는지도 묻는다. 꿈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정해지지 않는 미래를 대하는 저마다의 태도를 배우게 된다.


이런 질문들은 멋이 없을 정도로 기초적이고 수수하지만 충분히 자신을 살피고 더욱이 자신이 되도록 만다. 그런데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이렇게 좋은 질문으로 구성된 인터뷰를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일상에서 나누는 진지한 대화들이 중요하다. 나의 본질적인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 요즘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라든지,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는 꿈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한다. 스스로를 재발견하는 일은 주로 타인의 질문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친애하는 작가님들과 뭉쳤습니다. 책 속의 문장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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