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 시절을 돌아보는 마음으로 적어 본다
나의 이십 대는 늘 불안했다. 그래서 인생 선배를 만날 때마다 '혹시 제 나이 때에 알지 못해서 후회하는 것들이 있나요?'라고 질문하곤 했다. 뻔한 실수와 시행착오를 피해 가고 싶어서, 이미 나의 시절을 지나간 이들에게 지름길이 있는지 물은 셈이다. 그 대답들은 대부분 뻔한 것들이었지만, 내가 가진 신념을 다시금 확인하고 정비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삼십 대 중반을 지나는 나에게 스스로 묻고 답해본다. 내가 무엇을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까. 보통 이런 목록은 성공한 사람들이 쓰기 마련이라 망설여지지만, 나의 한 시절을 돌아보는 마음으로 적어 본다.
1. 조급할 필요가 없었다.
너무 조급해하며 살았다. 매 순간 늦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지 못했다.
2. 인정 욕구를 줄이면 자유로워진다.
인정과 칭찬이 간절하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에는 타인의 평가를 통해서만 나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거나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만들어낸 나의 모습이 언제부턴가 버거워졌다. 나답지 않게 느껴졌다. 그때부터 타인에 대한 수신 감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가치를 스스로 매기는 연습을 했다.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한다고 해서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라는 말을 마음에 새겼다. 이런 태도 때문인지 언젠가부터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기는 어려워졌지만 한결 편해졌다. 스스로 기준을 세우니 자유로워졌다.
3.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바꿀 수 없는 것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했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할 때,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4.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참고 자료는 많다.
모든 일을 굳이 0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닮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조언을 구하거나 모방하는 것을 망설이지 말자.
5. 기록과 회고는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다.
같은 실수를 자주 반복했다. 그때마다 나 자신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는 무기력한 생각에 빠졌다. 기록과 회고가 도움이 되었다. 나에게 맞는 기록 도구를 선별하고, 매일 중요한 순간을 적고, 금요일마다 한 주를 회고하는 습관을 들였다. 회고할 때는 잘한 것과 아쉬운 것, 다음 주에 꼭 해야 할 일을 적었다. 그때부터 실수가 줄었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느꼈다.
6.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 지나친 걱정과 고민을 내려놓고 새로운 일을 자주 시도해야 하는 이유다.
7. 그 사람도 나와 다를 바 없다.
허지웅의 에세이 <살고 싶다는 농담>에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의 삶은 남들만큼 비범하고, 남들의 삶은 우리만큼 초라하다.' 정말 대단하다고 여겼던 사람도 실은 나와 다를 바 없다는 걸 아는 순간이 온다. 그게 그 사람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그저 보고 싶은 대로 보려고 하는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엔 눈에 잘 띄지 않는 사람도 알고 보면 비범한 면을 갖고 있었다. 결국 누군가에 대한 평가는 영원히라고 해도 좋을 만큼 되도록 보류하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