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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Apr 29. 2019

니 글은 엉망이야. 친구가 말했다.


내 식대로 수영을 글쓰기로 번역해 본다. 수영장 가기(책상에 앉기)가 우선이다. 그다음엔 입수하기(첫문장 쓰기). 락스 섞인 물을 1.5리터쯤 먹을 각오하기(엉망인 글 토해내기). 물에 빠졌을 때 구해 줄 수영하는 친구 옆에 두기(글 같이 읽고 다듬기). 다음 날도 반복하기.

- 은유 <쓰기의 말들> 중에서



글쓰기란 바다에서 하는 수영과 같아서, 매번 들어갈 때마다 두려운 일이다. 바다는 넓고 어두워 뛰어들기 전에는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글쓰기는 두려운 동시에 해내고 싶은 종류의 것이다. 그것이 꼭 삶과 닮아있어서, 한번 희열을 맛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쉽게 끊어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글 쓰는 사람 곁에는 '너의 폼이 엉망이야. 그런 식이면 곤란해.'라고 이야기해줄 친구가 필요하다. 비록 보트 위에 있는 친구의 말이 얄밉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것이 가장 객관적인 의견이라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친구들은 종종 내 글을 읽 매몰차평가한다. '너무 느끼한 것 같아.', '전혀 논리적이지 않잖아.', '내가 사전에 찾아봤는데 그 단어는...' 따위의 감상과 비판을 거침없이 전해준다. 당장은 얼굴이 붉어지겠으나 가만히 듣다 보면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들은 적어도 당신의 글에 대해 의견을 말해줄 정도로 깊게 읽은 사람이다. 대부분우리의 글을 지나쳐갈 것이고, 글이 마음에 지 않아'좋아요'를 누르지 않은 채 빠져나가는 게 전부 것이다. 특히 나처럼 열이 올라서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반대로 '찬물 끼얹기'가 필요하다. 처음엔 당황스럽겠지만 열이 식어야 비로소 주변의 온도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나는 망설임 없이 바다에 뛰어들 수 있다. 언제나 나를 구해줄 전담 파트너가 있다는 건 그런 의미다. 그래서 나는 '니 글은 엉망이야.'라고 말해줄 친구가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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