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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May 01. 2019

만들고 싶은 모임 ; 얇은 자서전


소셜 살롱 문토와 브런치가 이벤트를 한다고 한다. 작가의 취향에 따라 모임 주제를 제안하면, 그중에 선정하여 실제 모임으로 만들어 준단다. 처음에는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여겼다. 나는 모임이나 취향, 커뮤니티와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니까. 그러다 문득 글을 쓰게 되었다. 만약 선정된다면 당황스럽겠지만, 안된다고 해도 몇 시간쯤은 고민하기에 꽤나 즐거운 주제라고 생각했다.


만들고 싶은 모임이 있다. 모임 주제는 '얇은 자서전'. 자서전은 보통 위대한 업적을 남기거나 노년에 인생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여긴다. 그런데 정말로 자서전은 그들만의 특권일까. 아니, 삶을 돌이켜 보는 일은 언제나 의미 있다. 나는 젊고 평범한 우리도 기록으로 남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비록 얇은 자서전이라도 말이다.


나는 최근에 크리에이터와 여행가와 사진가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젊지만 하나같이 자신만의 철학을 따라가고 있다. 인터뷰가 무르익다 보면 인터뷰이와 혼연일체 되는 순간이 있다. 마치 그때의 그 사람이 되어서 상황을 맞닿드리게 되는 느낌이다. 그럴 때면 인터뷰이의 즐거움은 나의 즐거움이 되고, 그의 고난은 나의 고난이 된다. 그때마다 생각한다. '내가 이 사람들의 자서전을 써주고 싶다.'라고.


나 또한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짧은 회고록을 썼다. '서른 전에 깨달은 것들'이라는 제목이었다. 글을 쓰기 전에는 그저 어지럽고 무의미한 20대를 보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날을 정리해보니, 불안한 삶 중에도 나의 시선이 어디를 향해있는지 알 수 있었다. 짧은 인생이지만 분명히 나를 지배했던 두려움, 후회, 희열, 열정, 인생을 바꾼 질문과 대답이 거기에 있었다.


누구든 시도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작업 말이다. 우리는 너무나 바쁘고 조급해서, 자신의 과거를 사랑하는 일에는 전혀 힘을 쏟지 못하고 있다. 5년 전의 나, 10년 전의 나를 꺼내보고 '그래, 그때 나는 그랬구나. 이런 면에서 바보 같았고, 이런 면에서 멋졌구나.'하며 갈무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모임의 목적은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잘 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모임에서는 매주 하나의 질문에 대해 글을 쓰고 공유한다. 이를테면 '나의 인생을 바꾼 사건'이라든지 '가장 후회하는 일', '청소년 시기의 나' 등 지난날을 여러 관점에서 복습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나온 글을 엮어 얇은 자서전을 만든다. 이것을 브런치 매거진으로 발행할 수도 있겠고, 이를 계기삼아 책 한 권을 출판할 수도 있겠다. 그저 내 머릿속에서 기대하는 모습이다.




내가 만들고 싶은 모임 이야기는 끝났다. 직접 참여해보고 싶은 모임도 링크해보라고 해서 적는다. 최근에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라는 책을 쓰신 고수리 작가님의 '마음 쓰는 밤'이다. 작가님의 글은 쉽게 쓰였지만 느리게 읽을 수밖에 없다. 문장 하나하나마다 옛 기억을 회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힘을 가진 작가와 함께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어느 쪽으로든 분명히 커다란 감응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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