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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Aug 14. 2019

당신에게는 잠깐의 위로였으면


초등학생 때, 내 꿈은 코미디언이었다. 친구가 나를 통해 웃는 것이 좋았다. 나는 선생님을 흉내 내거나 우스꽝스러운 말투로 친구들을 웃겨줬다. 쉬는 시간마다 어떤 장난을 쳐야 할지 생각하는 일이 즐거웠다.


12살에 부모님이 이혼했다. 동생은 내게 엄마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을 동생에게 설명해야 했다.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굴었다. 그리고 매일 밤 동생 몰래 울었다. 그즈음 코미디언의 꿈도 사라졌다. 철이 들어야 할 나이였다.


20대에 쓴 일기장을 우연히 발견했다. 부정적이고 우울한 기운이 가득했다. 차마 읽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감정 과잉이었다. 용기가 없는 사람이었다. 감정을 서툴게 써내려야만 겨우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나는 심하게 곪아있었다.


서른이 되었다. 웃는 날이 많이 줄었다. 그만큼 슬픈 날도 줄었다. 이제는 나 자신을 제법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 내 솔직한 감정을 어느 정도 구조를 갖춘 언어로 옮길 수 있게 되었다. 그때부터 글을 썼다. 나는 글과 사람이 같다는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불완전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나는 그것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는 걸 알고 있다. '나. 그리고 당신,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작은 존재다.' 그걸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감추기 위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완벽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니까 편안고 자유로워진다. 나는 그런 방식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나의 고단함이 당신에게는 잠깐의 위로였으면 한다. 친구들을 웃겨주려고 했던 아이는 이제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한다. 최초의 독자이자 나의 가장 마지막 친구에게 주는 서툰 위로. 나는 아직 연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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