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성용 Aug 03. 2019

뉴스레터를 쓰는 마음

어떤 뉴스레터를 써야 할까


요즘 내게 취미를 묻는다면 '뉴스레터'라고 말할 수 있다. 뉴스레터란 이메일로 받는 큐레이션 매거진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매일 아침 다양한 뉴스레터를 읽고, 글을 쓰고, 일주일에 한 번씩 뉴스레터를 보낸다. 몇몇 구독자는 뉴스레터를 읽고 피드백을 보내준다. 피드백을 읽다 보면 나는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스스로 볼품없다고 생각한 글을 보내왔다. 그런데 나의 글에 공감하고 자신의 감상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언제나 있었다. 그 사실이 종종 나를 부끄럽고 울컥하게 만들었다.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그럼에도 나약한 마음은 수백 번씩 흔들린다. 결국 '어떤 뉴스레터를 써야 할까.'라는 고민이다. 그래서 몇 가지 원칙을 세우기로 한다. 어쩌면 다짐에 가까운 내용이다. 다음과 같다.



1. 독자가 기대하는 글을 쓸 것.


나는 항상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고민했다. 구독자의 피드백을 읽다 보니 이런 단어가 눈에 띈다. 일상, 공감, 위로, 동기 부여, 진솔한, 잔잔한, 소소한, 담백한. 결국 진정성 있는 글이 구독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나는 독자가 기대하는 글을 쓰려고 한다.



2. 숫자에 연연하지 않을 것.


첫째로 숫자로 뉴스레터의 가치를 재단하지 않기로 했다. 자세히 말하면, 구독자수나 오픈율, 클릭률로 나의 뉴스레터를 평가하지 않기로 했다. 단 한 명이라도 감응이 있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말은 쉽고 마음은 어려운 일이다. 둘째로 구독자 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뉴스레터는 기본적으로 1:1로 하는 매체다. 나 외에 다른 어떤 사람들이 구독하는지, 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지 알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순수한 감상과 특별한 경험을 망칠 수 있다.



3. 유료로 바꾸지 않을 것.


노파심에 말하자면, 유료 뉴스레터를 비판하는 게 아니다. 그저 나와 다른 영역이다. 내가 돈을 기꺼이 내는 경우는 두 가지다. '진통제' 아니면 '팬심'. 진통제처럼 내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아니면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것이거나. 하지만 내 글은 비타민에 가깝다. 없어도 그만이다. 또한 나의 구독자는 팬이 아니라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에 가깝다. 어차피 나는 실속 없는 -돈이 안 되는- 일을 벌이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뉴스레터로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취미나 자기 계발로 삼기로 한다.



4. 월요일 아침에 보낼 것.


가까운 친구는 내 글이 월요일 아침에 읽기엔 진지하고 우울하다고 말했다.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람마다 어울리는 정서가 있다. 진지하고 우울한 것이 내게 어울리는 옷이다. 뉴스레터 보내는 시간을 바꾸어야 할지 고민했다. 친구 말대로 월요일 아침에는 어울리지 않는 글이었다. 그러나 바꾸지 않기로 했다. 밤에 읽으면 더 우울해지니까. 그러니 아침이 그나마 낫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우울한 글과 월요일 아침이 서로 상쇄되길 바라기로 했다.


누구든 월요일 아침은 고단하니까. 기다려지는 무언가가 하나쯤이라도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나의 뉴스레터가 그런 의미였으면 한다.



5. 매번 작은 변화를 만들 것.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나의 뉴스레터는 한 번도 같은 모습인 적이 없었다. 항상 새로운 것을 반영하고 조금씩 바꾸었다. 일관성 유지하는 동시에 '권태로움'을 피하는 것이 창작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매번 작지만 새로운 변화만들기로 다.


'생각노트' 인스타그램에서 이런 말을 발견했다. <콘텐츠 창작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구독자의 '콘텐츠 피로도' 관리가 아닐까. 색다른 시도로 관심을 받게 되더라도 그때부터 콘텐츠 피로도는 조금씩 적립되기 시작하는 것. '만성 피로'로 떠나기 전에 이를 리셋시켜주는 주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며 이를 잘하는 창작자가 롱런하는 것이 아닐까.>



6. 오랫동안 지속할 것.


얼마 전, 서용마 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이 말이 기억에 남았다. "저는 잘하는 사람보다 꾸준히 하는 사람이 멋있더라고요." 어쩌면 나는 잘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전전긍긍하여, 많은 것을 쉽게 포기해왔을지도 모른다. 나는 잘하는 것보다 오랫동안 지속할 것을 목표 삼기로 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나약한 마음에서 비롯된 불안감과 조바심이 이번에는 발휘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by. lai mang nung


작가의 이전글 오늘은 바다가 보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