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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Aug 21. 2019

당신의 세계관에 대한 일곱 가지 질문

'일간 이슬아 19.8.19'를 읽고


내게는 뚜렷한 가치관이 없다는 것을 걱정하던 날이 있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가치관이 정확하게 무엇인가요. 내게는 언제 생길까요?'라고 여러 번 물은 적이 있다. 아버지는 가치관이란 너만의 기준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말과 다르게, 20대에도 내게는 뚜렷한 가치관이 생기지 않았다. (아마도 20대의 나는 어른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것이 불안했다. 나는 자신의 호불호를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들을 동경했다. 나는 나의 음악 취향이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특징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말하지 못했다.


엊그제 뉴스레터 <일간 이슬아>를 읽던 중 이런 대목이 나왔다. 어릴 적 학교 글쓰기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녀는 '당신의 세계관에 대한 일곱 가지 질문들'을 과제로 받았단다. 선생님은 “너희들이 이 세상에 대해 가지는 생각을 물어보는 질문지야.”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 질문지를 받고 가슴이 뛰었다고 했다. 나 또한 가슴이 뛰었다. 나는 그 질문을 보고 바로 적어봐야겠다는 강렬한 충동이 생겼다. 질문은 아래와 같았다.


<당신의 세계관에 대한 일곱 가지 질문들>

1. 당신은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2. 어디로 가고 있는가?
3. 당신은 무엇을 믿는가?
4.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물건에 대해 알려 달라.
5. 당신은 최근 무엇을 미워했는가?
6. 무엇이 당신을 울게 하는가?
7. 당신이 좋아하는 시를 적어 달라.


분명 단순한 질문인데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질문 하나하나에 마음이 끌린다. 나는 하루 정도의 시간 동안 고민해봤다. 그리고 하나씩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정답은 없는 질문이기에 마음이 편했다. 여기부터는 일곱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이다.




1. 당신은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나는 현재를 실천하는 존재다.

어느 두 남녀의 사랑과 두려움 사이에서 왔다.


2.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어디로 도착할지 모르는 길을 걷고 있다.

가끔은 걷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때도 있다.

그리고 가끔은 내 앞에 길이 있다는 사실을 감사한다.


3. 당신은 무엇을 믿는가?

세상에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믿는다.

어떠한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4.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물건에 대해 알려 달라.

소중히 여기는 물건이 없다.

나는 언제든 내가 가진 모든 물건을 버리고 새로 시작할 수 있다.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라는 법정스님의 말을 소중히 여긴다.


5. 당신은 최근 무엇을 미워했는가?

나 자신. 언제나 흔들리고 부족한 나 자신을 미워했다.

그리고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타인.

아무리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도 그럴 수 없었다.

그걸 이해해내지 못한 내가 미웠다.


6. 무엇이 당신을 울게 하는가?

나는 울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울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있는 사람을 볼 때 울음이 나온다.


7. 당신이 좋아하는 시를 적어 달라.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그 꽃> 고은




어떠한가.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드는지, 당신이라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지 궁금하다. 어려운 숙제를 내준 기분이라 송구하지만, 한 번쯤은 진지하게 대답해보길 권한다.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어설프게나마 대답할 수 있는 나 자신이 대견스럽다. 아버지가 말한 대로, 나는 이제야 어른이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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