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성용 Oct 01. 2019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상상력이 풍부해지기 마련이다


"너 예고 준비해볼 생각 없니?"


어느 날 미술 선생님이 내게 물었다. 나는 미술 시간을 유난히 좋아했다. 나는 말이 없고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 내게 그림은 유일하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림을 잘 그린다는 생각도, 예고를 갈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나는 그 날 예술가가 된 모습을 상상했다.


아버지는 반대했다. 두 가지 이유였다. 첫째는 내가 예고에 가기엔 성적이 썩 좋은 편이었다는 점이었다. 둘째는 예고를 지원해줄 만큼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점이었다. 나는 시무룩해졌다. 그리고 다음날 미술 선생님을 찾아가 힘없이 거절했다. 15년 전 일이었다.


스무 살이 되었다. 괜찮은 대학에 입학했고 적성에 맞는 공부를 했다. 그런데 한편에는 미술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나 보다. 어느 날 나는 술에 잔뜩 취해서 아버지에게 원망 섞인 통곡을 했다고 한다. '아버지, 저는 예고에 가고 싶었어요. 저는 미술이 하고 싶었어요.'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아버지의 표정은 잘 기억나진 않지만, 분명 화가 나고 상처 받은 얼굴이었을 것이다.


사실은 그리 절실하지 않은데도 괜한 미련이 남는 꿈이 있다. 내게는 그게 미술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나는 그리 재능이 없었다. 만약 내게 털끝만큼의 재능이라도 있었다면, 여느 예술가가 그랬듯, 지금쯤 그 뜨거움을 참지 못하고 결국 분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나의 예술적 충동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그러나 알면서도 미련이 남는 것이다. 누구나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상상력이 풍부해지기 마련이다. 나는 생각한다. 그때의 꿈이 정말로 나의 꿈이었는지를.






제가 쓰고 읽은 글을 메일로 보내주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눌러서 저의 메일레터를 구독해보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작가의 이전글 당신의 세계관에 대한 일곱 가지 질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