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15일

너무 추운 날 너무 더울 때를 떠올리기

by 강제인

그날도 아침에 조회를 들어갔고, 별다른 전달 사항 없이 마치고, 너저분한 교탁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고 있으면 우영과 시우가 다가와 장난을 건다. 그러다 자연히 작은 안부를 묻게 된다.

그들이 두 손 모으고 슬금슬금 다가와서 아침 맞이 아재 개그를 해주려나 하고 있었다. 실없는 말장난에 웃는 척 하던 것이 진짜 웃겨 버려서 내심 기대한다. 그러나 그들 입 밖으로 나온 건 그게 아니다. 언젠가는 받을 거라 생각했던 질문인데, 하필 그때에 받게 된 것이다.


“선생님.”

“와요. 또 이상한 개그하려고 그러지?“

“문신하셨어요?“

“...”

“(촐망촐망한 눈빛)”

“...응. 어떻게 알았어.“


답은 시우가 했다. 아까 팔에 글씨 있는 거 봤어요!

흰 반팔티를 입은 터라 움직일 때 오른쪽 팔 안쪽의 g가 선명히 보인 모양이었다.

“이름이예요?”

“그건 아니고! 선생님이 두고 두고 보고 싶은 말이라 새겼어, 헤헤.”

아무리 예상했어도 좀 당황하긴 했다. 언젠가 누가 물어보겠거나 했으나, 보고도 뒤에서 자기들끼리 몇 마디 나누고 말 뿐인 고등학생들과 그들은 달랐다. 중학생은 일단 묻고 본다. 묻는 일이 흠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가볍게 허둥대는 나를 보면서 시우는 등에 용 한 마리 쫙 있는 거 아니냐며 아-주 신난 눈동자로 용이 승천하는 마냥 몸을 꿈틀댔다. 질문한 장본인 우영도 옆에서 키키댄다. 그러나 그들은 무엇이냐고 물었을 뿐, 왜 그랬냐고 묻지는 않았다. 뭐하러 그런 걸 했냐고 나무라거나 선생님니 그래도 되는 거냐고 약간 비난하지도 않았다. 다른 타투가 그들 눈에 띄어 또 한 번 묻고, 다시 답할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다. 아주 추운 겨울이고, 두꺼운 옷으로 몸을 감췄고, 곧 종업식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시 한 번 답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

“너희가 본 단어는 glaube, 독일어로 ‘믿음'이라는 뜻이야. ‘신뢰’라고 부를 만큼 크고 강한, 그리고다정한 마음이지. 딱 한 잔의 믿음을 매일 너희에게 가지고 갈게.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조심할게. 함부로 기대하지도, 실망하지도 않을게.”


여름방학을 지나 가을, 그리고 영하 15도가 된 추운 겨울에 우영과 시우는 아침마다 땀으로 범벅되도록 배드민턴을 연습했고, 내일 대회에 참가한다. 큰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면 나의 마음도 전할 수 있을까. 얼마 남지 않은 그들의 14살을 한껏 응원해주러 가기 위해 토요일 출근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