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추운 날 너무 더울 때를 떠올리기
그날도 아침에 조회를 들어갔고, 별다른 전달 사항 없이 마치고, 너저분한 교탁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고 있으면 우영과 시우가 다가와 장난을 건다. 그러다 자연히 작은 안부를 묻게 된다.
그들이 두 손 모으고 슬금슬금 다가와서 아침 맞이 아재 개그를 해주려나 하고 있었다. 실없는 말장난에 웃는 척 하던 것이 진짜 웃겨 버려서 내심 기대한다. 그러나 그들 입 밖으로 나온 건 그게 아니다. 언젠가는 받을 거라 생각했던 질문인데, 하필 그때에 받게 된 것이다.
“선생님.”
“와요. 또 이상한 개그하려고 그러지?“
“문신하셨어요?“
“...”
“(촐망촐망한 눈빛)”
“...응. 어떻게 알았어.“
답은 시우가 했다. 아까 팔에 글씨 있는 거 봤어요!
흰 반팔티를 입은 터라 움직일 때 오른쪽 팔 안쪽의 g가 선명히 보인 모양이었다.
“이름이예요?”
“그건 아니고! 선생님이 두고 두고 보고 싶은 말이라 새겼어, 헤헤.”
아무리 예상했어도 좀 당황하긴 했다. 언젠가 누가 물어보겠거나 했으나, 보고도 뒤에서 자기들끼리 몇 마디 나누고 말 뿐인 고등학생들과 그들은 달랐다. 중학생은 일단 묻고 본다. 묻는 일이 흠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가볍게 허둥대는 나를 보면서 시우는 등에 용 한 마리 쫙 있는 거 아니냐며 아-주 신난 눈동자로 용이 승천하는 마냥 몸을 꿈틀댔다. 질문한 장본인 우영도 옆에서 키키댄다. 그러나 그들은 무엇이냐고 물었을 뿐, 왜 그랬냐고 묻지는 않았다. 뭐하러 그런 걸 했냐고 나무라거나 선생님니 그래도 되는 거냐고 약간 비난하지도 않았다. 다른 타투가 그들 눈에 띄어 또 한 번 묻고, 다시 답할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다. 아주 추운 겨울이고, 두꺼운 옷으로 몸을 감췄고, 곧 종업식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시 한 번 답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너희가 본 단어는 glaube, 독일어로 ‘믿음'이라는 뜻이야. ‘신뢰’라고 부를 만큼 크고 강한, 그리고다정한 마음이지. 딱 한 잔의 믿음을 매일 너희에게 가지고 갈게.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조심할게. 함부로 기대하지도, 실망하지도 않을게.”
여름방학을 지나 가을, 그리고 영하 15도가 된 추운 겨울에 우영과 시우는 아침마다 땀으로 범벅되도록 배드민턴을 연습했고, 내일 대회에 참가한다. 큰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면 나의 마음도 전할 수 있을까. 얼마 남지 않은 그들의 14살을 한껏 응원해주러 가기 위해 토요일 출근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