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 그곳에는

처음 맞이하는 혼자

by Zov

대학에 입학해 기숙사에 들어가고 짐을 챙겨주던 부모님과 조부모님이 떠나자 나는 기묘한 불안에 휩싸였다. 그게 무엇이기도 알기 전에, 나는 방 문을 열고 들어온 룸메이트와 인사를 나눴다.


기숙사는 4인 1실로 되어 있었고, 방 안 룸메이트들과 나름 잘 지냈지만 한편으로는 몰아치는 과제에 막상 맞이하는 자유를 느낄 새도 없었다. 1학년 1학기에만 기숙사를 살고, 2학기에는 교양에서 친해진 언니와 약 1년을 살다가 혼자 자취를 시작했다.


학교에서 도보로 약 20분 떨어진, 10평 남짓의 원룸


작은 평수라면 작은 평수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 집의 여백은 너무나도 컸다. 잠을 자려 침대에 누워 가로등빛이 비치는 천장을 바라보았을 때, 집에 있을 때처럼 고함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기묘한 정적이 나를 삼켰다.


외로움이었다.


전혀 처음 맞이하는 외로움을 나는 다룰 줄 몰랐다. 그저 꿋꿋이 견디고, 사람들을 찾아가고, 과제를 하고,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나 스스로를 바쁘게 만들면 해결될 거라는 이상한 확신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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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어느 날, 스스로가 고장이 났다.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모래 언덕에서 모래에 빨려가듯이 침대 밖을 걸어 나올 수 없었다. 폰에 걸려오는 연락들이 무서웠다. 내게 연락했던 건 같은 학과 동기들과 아르바이트하는 곳의 사장님이었지만, 전화를 받는 순간 그들이 날 질책 할 것만 같았다.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에 숨이 막힐 듯 해 모든 연락을 피해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번아웃이었다.


아르바이터에서 해고당하고 수업의 절반을 넘게 출석하지 않은 결과를 보고 나서 나는 엄마에게 전화 걸어 부탁했다. 나 휴학하면 안 돼?


당연하게도 안된다는 얘기가 나왔고, 겨우 전화로 매달린 끝에 한정적으로 6개월의 휴학을 신청할 수 있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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