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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zu Feb 17. 2019

[Art] Georges Rousse

시공간의 박제

the installation Las Vegas 2016 © Georges Rousse

 

 카스텐 해리스는 건축은 공간space을 길들여 살만한 장소place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공간과 장소는 어떻게 차이가 나는걸까. 공간은 시간이 배제된 장소다. 장소에는 시간이 반드시 개입된다. 그곳에는 시간과 함께 사람들의 추억이 담겨있다. 사람들의 추억이 담겨있는 장소를 더 이상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다시 말해 우리의 인식 속에서 사라져 버리면 장소는 다시 공간이 된다. 버려진 공간이 시간이 흘러 다시 사람들이 찾게 된다면, 그 공간은 새로운 장소로 태어난다. 이렇듯 우리가 지나가고 머무르는 현실세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성격이 변한다. 시간이 흐르며 공간이 장소가 되고, 장소가 공간이 된다. 조르주 루쓰Georges Rousse는 사람들에게 잊혀진 공간을 찾아간다. 루쓰는 버려져서 공간이 된 장소 위에 색을 칠하고, 조각을 하고, 설계를 하며 궁극적으로는 사진을 찍어서 공간을 변형시킨다. 공간을 변형시킴으로써 조르주 루쓰는 한시적이라 할 지라도 그 장소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다.


Side views from the installation Las Vegas 2016 © Georges Rousse


  그렇다면 루쓰가 추구하는 공간의 변형은 무엇일까? 루쓰의 작품은 시각적인 환상과 착시를 이용한다. 그가 사진으로 담아내는 작품들은 다른 지점에서는 예측 불가한 아나모르포즈이다. 3차원의 공간 위에 2차원의 그림을 그려 넣은 그의 작품은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완성되며 해체된다. 루쓰는 3차원과 2차원이 합쳐지는 단 하나의 지점을 찾아 사진을 찍는다. 그가 사진을 찍은 지점으로부터 공간이 장소로 재탄생 했다면, 그 지점 역시 변형된 장소로 인해 가치를 부여 받았다. 그가 사진을 찍는 순간 과거의 흔적들은 그의 작업과 섞여 고정된 시간이자 이미지로 박제된다. 버려진 공간에 있던 시간의 켜가 사진 속에 압축되어 존재를 드러낸다. 루쓰는 그가 공간을 변형시킨 일체의 행위는 보여주지 않고 단지 사진을 통해서만 그의 작품을 보여준다. 이는 변형된 공간에 대한 환상이 완벽한 그 순간만을 우리가 만나는 동시에 우리에게 사진이 현실의 복제라는 것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그의 작품은 우리의 인식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캐묻는다.


Bastia, 2019 © Georges Rousse
Lima, 2008 © Georges Rousse


  루쓰는 시간의 한계를 떨쳐버리고자 한다. 그는 그 한계를 벗어나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쫓아 현실의 궤도에서 떨어져 나가고자 한다. 그가 그림을 그렸던 그 장소가 사라진다 하여도 그가 만들어낸 시간과 차원의 박제는 영원히 보존된다. 이러한 현실로부터의 일탈은 우리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인간 인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줌으로써 예술의 존재 이유가 된다. 우리는 시선 안에서 그의 작품은 3차원의 공간이 2차원의 그림과 합체되는 동시에 과거와 현재의 사이를 오가는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우리는 과거와 현재, 3차원과 2차원의 간극을 초월해 현실보다 더 강력한 차원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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