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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zu Oct 14. 2018

[Musical] 푸에르자 브루타 웨이라

이 세상에 단 한 번인 공연




1.  5명의 배우가 타악기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른다. 관객들이 무대에 몰입하려는 순간 공중에서 배우들이 얽히고 설킨 채로 나타나 관객들에게 손을 뻗는다. 

2.  공연장 한가운데에 런닝머신이 등장한다. 한 남자가 런닝머신 위를 달리면 스태프들이 그 위로 소품들을 올린다. 소품들이 런닝머신 위로 올라왔다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남자는 끊임없이 소품들을 제치기도 하고 끌고 같이 달리기도 한다.

3.  투명한 막이 관객들 머리 위에서부터 내려온다. 물로 채워져 있는 막 위에서 배우들은 수영을 하듯이 춤을 춘다. 막은 점점 내려와 관객들이 손을 뻗으면 닿을 높이에 위치한다. 관객들이 조심스레 손을 뻗어 막을 만지면 배우들은 그 위에서 이리저리 유영한다.



푸에르자 브루타(Fuerza Bruta). 

잔혹한 힘(Brute Force)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다. 도시 속의 현대인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를 모티브로 한 이 공연은 인간의 본성에서 나오는 다양한 감정을 오직 몸을 매개로 표현했다. 푸에르자 브루타가 전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통적으로 연극이나 공연은 배우들이 등장하는 무대와 관람객들의 공간을 별개로 여겨왔다. 이러한 공연은 관객들에게 관음증을 부추긴다. 관객은 철저히 어둠 속에서 밝은 무대 위의 배우들을 은밀히 엿보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둘 사이의 간극을 드니 디드로는 ‘제4의 벽(The 4th Wall)’이라 부른다. 지난 300년 동안 가장 많이 사용된 극장 형태인 프로시니엄 무대(액자형 무대)의 보이지 않는 네 번째 벽을 지칭하는 말이다. 프로시니엄 극장에서 관객들은 무대와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관음자로서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얼마를 지불하냐에 따라 관음자로서의 위치가 좌우된다. 

전형적인 공연장의 평면. 관객은 더 많이 지불할수록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


히치콕의 영화 '사이코psycho' 중 한 장면. 관음증적인 장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수동적인 관객의 역할은 브레히트를 필두로 점차 바뀌었다. 연출가들은 관객들에게 대화를 시키기도 하고 배우들이 무대 밖을 벗어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러한 공연은 무대라는 공간에 제한을 받고 있었다. 연출가 디키 제임스는 무대라는 공간을 아예 제거해버린다. 그가 연출한 뮤지컬 ‘델 라 구아다(De la Guarda)’와 ‘푸에르자 브루타(Fuerza Bruta)’는 배우들이 벽을 타고 다니며 천장에서 내려오기도 하며 공연장 전체를 무대로 활용한다. 더불어 다른 공연에서 제4의 벽을 깨는 것이 온전히 배우의 역할이라면, 그의 공연에선 관객들도 이 역할에 동참하게 된다. 관객들은 주어진 자리에서 배우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부유하며 공연에 동참한다. 마치 마당놀이를 하듯 관객들은 배우와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그들을 가까이서 혹은 멀리서 관찰하기도 한다. 그의 공연은 무대와 관람석을 지움으로써 모든 관객을 평등하게 만들었다. 위치에 따라 관객들 사이에 존재하던 상하의 간극을 메운 것이다.


디키 제임스가 연출한 공연 '델 라 구아다De la Guarda'의 한 장면.


더불어 푸에르자 부르타에는 대서사가 부재한다. 대서사는 관객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전에 어떤일들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이러한 조각에 따라 앞으로 어떠한 일이 전개될지 관객들이 끊임없이 예상하게 만든다. 푸에르자 부르타는 소서사를 차용한다. Non-verbal. 언어를 통해 전달되는 스토리가 아니라 몸을 매개로 한 퍼포먼스다. 퍼포먼스 하나 하나에 나타나는 감정의 소서사를 통해 공연 전체를 축제로 만든다. 이러한 즉흥적인 퍼포먼스는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서도 바뀐다. 관객에 따라 무한히 새로운 연극이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이 세상에 단 한 번인 공연이 되는 것이다. 


이윽고 공연장의 문이 닫히면, 곧 그들만의 축제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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