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아저씨 (2025), digital drawing
Telephone pole man (2025), digital drawing
조금 어두워지는 건 괜찮아.
오히려 그런 어둠은, 네 눈을 천천히 익게 하고 마음을 단단히 만들어줄지도 몰라.
세상이 늘 밝기만 하다면, 우리는 빛의 소중함도, 어둠 속에서도 나아갈 수 있는 자신감도 얻지 못할 거야.
그러니 나는 네가 어둠을 지나며 스스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려 해.
작은 불안과 작은 두려움은 오히려 너를 자라게 할 테니까.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너그러울 수만은 없어서,
어떤 날은 예고 없이 너무 눈부시게 밝아지거나,
또 어떤 날은 한순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깊은 어둠이 내려오기도 하지.
너는 그 낯선 변화에 휘청이고, 때론 그 자리에 주저앉을지도 몰라.
어디가 길인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을 만큼
앞이 캄캄해질 때가 분명 있을 거야.그럴 때는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내가 너를 대신해 걸어줄 순 없지만,넘어져 다치지 않게, 완전히 무너지지 않게
작은 불빛 하나쯤은 비춰줄 수 있어.
너무 눈부시지도, 너무 희미하지도 않게.
네가 다시 눈을 들고, 조심스레 일어설 수 있을 만큼만
살며시 불을 밝힐게.나는 늘 그 자리에 서 있는 전봇대야.
눈에 잘 띄지 않고, 특별할 것도 없지만
어둠 속에서 네가 혼자 너무 오래 헤매지 않도록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너를 지켜보고 있을게.
그러니 괜찮아.
잠시 어두워져도, 멈춰 서도,
넌 여전히 나아가는 중이야.
그리고 정말로 위험한 순간엔 내가, 꼭 그때 맞춰 불을 켤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