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펀
처음 지우펀에 도착했을 때, 마치 조용히 다른 세계로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골목과 겹겹이 이어진 계단, 오래된 돌담들 사이를 걷다 보면 문득, 이곳 어딘가에 또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포탈이 열려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해가 지고 붉은 홍등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지우펀은 완전히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그 불빛들 아래에서 나는 누군가가 조용히 말을 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준비해, 곧 우리를 만날 수 있어.” 그 순간, 이곳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내 안 깊숙이 숨어 있던 세계로 향하는 문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때의 감정—낯섦과 설렘, 두려움과 따뜻함이 동시에 느껴졌던 그 찰나의 감정들을 잊지 못해 그림으로 남기게 되었다. 이 그림은 그 세계의 입구에서 내가 느낀 모든 감정을 담은 기록이다. 나에게 지우펀은,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마주한 또 다른 나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