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하던 날씨가 요 며칠 사이 갑작스레 추워졌다.
내복을 꺼내 입을까 고민하다가 '아직은.....머! 괜찮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출근하여 차에서 내리는 순간
'으~ 춥다! 입고 올껄!'이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때 마침 함께 출근하던 동료 선생님이 날 보며 말했다.
"홍 선생! 일찍 왔네! 그건 그렇고..... 아! 왜 이리 추워!"
"아, 이번주 목요일에 수능 시험이 있잖아요!"
"아하! 그렇군! 곧 수능 시험이군! 그래서.....춥구나!"
예전부터, 수능이 있는 날이면 '알람' 처럼 날씨가 무척이나 추워진다.
요 몇년 사이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인지 아주 옛날처럼 '대입 한파다' 또는 '수능 한파다' 라는 말은 사라진거 같지만 그렇다해도 수능 당일이나 수능이 가까워지면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건 사실이다.
전국의 수험생과 수험생의 학부모님들은 정말이지 날씨만큼 마음을 졸이는 날 바로 수능 시험이 있는 날이다.
헌대 수험생과 학부모 못지 않게 마음 졸이며 긴장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수능감독관(현직 선생님)이다.
사실 수능 감독은 생각보다 더 어렵고 긴장되는 일이다.
난 몇년째 수능 감독관의 일을 하고 있지만, 매번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수능 당일에는 일찍 나가야 해서 전날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지만 낮에 연수 받았던
수능감독관 유의사항 및 매교시 시험 행동요령이 머릿속에 맴돌아 결국 새벽까지 긴장되어
잠을 설친다.
한 가지 실례를 들어보자면 수능이 끝나면 '어디 고사장 몇 고사실 어느 수능 감독관이 어쨌더라!'라면서
수십가지의 민원이 제기된다고 한다.
민원내용을 들어보면 '설마 이런 것까지..? 농담이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이다.
예를들어, 감독관의 걷는 소리가 거슬려 시험을 잘못봤다는 이야기......때문에 되도록 수능 감독이 있는 날에 걸을 때 소리가 잘 나지 않는 슬리퍼를 착용한다. 만약 3교시 영어 듣기 평가 시간에 기침이라도 하는 날에는
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수능 연수를 들으면 학생들의 여러가지 부정사례를 듣게 되는데
생각도 못한 기발한 경우가 많다.
예를들어, 옷 단추에 초소형 카메라를 달아 시험지의 내용을 전송하고, 무선 귀마개를 이용하여 답을 전송받는 007첩보영화를 방불케하는 부정행위도 있었다.
이와는 달리 안타까움을 주는 사례도 있다.
어머니가 학생을 위해 도시락을 싸 주었는대, 도시락 가방안에 실수로 아버지의 핸드폰이
들어있었고, 시험을 치루던 도중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딸이 시험을 잘 치르러 갔다고 알리려고 전화를 했다가
시험 시간에 벨이 울려 부정행위자가 되어 버린 일도 있었다.
수능 감독관들은 이런 세부적인 예까지 연수를 듣는다.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서 학생들이 무심결에 지나쳐 부정행위가 될 수 있는 여러가지 사안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수능은 그만큼 인생의 중요한 시험 중 하나이고, 중요한 시험을 학생들이 잘 치를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이 거의 대다수의 감독관들의 마음일 것이다.
이런 점을 주목해 본다면, 사실 수능 감독관이라기 보다 수능을 편안하고 원만히 치루기 위해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 부르는 것이
더 맞을거 같다.
하지만, 모든 이유를 불문하고 시험을 보는 당사자가 가장 중요하고 수고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모두 자신이 그동안 갈고 닦았던 기량을 만큼 뽐내고 실수 없이 최고의 성적을 거두 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