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
"뭐, 그리고 있어?"
학교에서 돌아온 큰 아이가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2시간도 넘게 그리고 있는 모습을 바라본 나는 평상시와는 다른 아이의 진지함에 물었다.
"이거 봐봐. 잘 그렸지?"
아이가 보여준 그림에는 청룡이 그려져 있었다.
정성을 드린 만큼 아이의 솜씨치곤 꽤 잘 그렸다.
"대단하다. 용 같네. 용은 그리기 힘든데.....아빠보다 나은 거 같아. 아빤 그림에는 영 소질이 없는데, 나랑 다른가 보네."
"에이, 우리 선생님이 그러는데 최선을 다하면다 좋다고 하셨어."
"아.....그렇지. 뭐든 최선을 다하면......"
나의 뻘쭘한 모습을 보던 아들은 어느샌가 그림을 들고 엄마에게 뛰어간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 일화가 떠올랐다.
"세손, 요즘 무얼 공부하고 있는가?"
"네. 중용을 보고 있습니다."
"그렇군. 혹여 마음에 남거나 새길만한 내용이 있으면 한번 말해주지 않겠는가!"
왕의 말에 잠시 머리를 들어 생각한 이산(정조의 이름)이 이내 소리내어 말하기 시작한다.
『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
세손의 이야기를 들은 영조의 입가에 지긋이 미소가 지어진다.
"그래, 중용 23장의 내용이구나. 이 구절이 왜 마음에 와 닿았는가?"
"두 가지를 알게 되어서 입니다. 첫째로는,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고, 두번째로는 저로 인하여 백성이 편하게 될 수 있는 길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훗날 위대한 왕으로 자리매김한 정조가 세손 시절 있었던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
사도세자의 아들로 태어나 여러 당파 싸움에 어렵사리 왕위에 오른 정조
험난하고 위험한 당쟁의 소용돌이에서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정조의 마음가짐이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디딤돌이었지 않나 생각해본다.
훗날 왕위에 오른 정조 대왕은 창덕궁에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이라는 글자를 써 놓고 틈만나면 그 글을 바라 보았다고 한다.
'만 개의 내(개울)에 비치는 밝은 달' 즉 백성을 골고루 사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정조
어렸을 때 부터 자신의 일에 정성을 담아 최선을 다했으며 백성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먼저 갈고 닦음이 먼저라는 것을 알았을 그때부터가 그 시작이 아니었나 짐작해본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자!
너무나도 익숙하고 바른 말인데 언제부터인가 작은 일을 헛되이 취급하고 큰 일이라고 생각하는 곳에만 허둥지둥대고 있는 나를 돌아보게 된다.
이 세상의 어떤 큰일도 그 시작은 작은 곳에서부터 비롯된다는 당연한 진리를 되돌아보며, 아울러 모든 변화의 시작 역시 나의 변화가 먼저임을 생각해본다.
"어이, 아들 아빠도 용 한번 그려볼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