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이 아니고 탈출이라고요!

by 홍반장


"선생님! 우리 반 희태 아무래도 학생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되어야 할 거 같네요!" 3학년 담임 선생님이 내가 있는 곳에 찾아와서 말씀하셨다.


난 3년째 학생생활안전부에 소속되어있다.

모든 교사가 가기 싫어하는 소위 학생부...... 게다가 작년까지만 해도 모든 교사의 죽음의 보직이라는 '학교폭력 책임교사'였다. (혹시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주변의 아무 선생님한테나 물어보시라! 학교에서 가장 어렵고 하기 싫은 일이 또는 보직이 무엇인지!)

쉽게 말해 학폭 담당이다.

학폭에 대해서는 너무나 할 말이 많지만 이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어쨌든 지금은 3학년 학생생활지도계와 학생자치를 맡고 있다.


'생활지도계와 학교폭력 책임교사가 대체 무슨 차이가 있나?'라는 물음에 간략히 답하자면, 학교폭력은 학생과 학생, 일반인과 학생을 포함하여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내 외간 모든 폭력이라 말할 수 있다.

더 쉽게 말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생활지도는 학생 개개인이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 생활태도 및 학내의 규칙 준수를 말하는 것이며, 이를 어길 시 학생생활교육위원회가 개최되어 여러 가지 형태의 징계가 열린다.


이번 '희태'라는 학생의 건은 무단결석 5일을 이번 달 중 2회나 했다는 것이다.

아무 이유 없이 또한 연락도 없이 무단으로 학교를 3일 이상 결석할 시 학교장과 교육청 보고는 물론 가정방문까지 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인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희태의 담임 선생님이 나를 찾아왔고, 나는 희태의 등교 여부를 확인 후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희태를 불렀고, 코코아 한잔을 타 주며 물었다.


"희태야! 내가 보기엔 사춘기의 반항 머 이런 건 아닌 거 같고? 왜 나갔니? 그리고 나가 있는 동안 잠은 어떻게 잤어? 아! 아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물었네! 일단 왜? 가출했니?"라고 말했다.


희태는 내가 건넨 코코아가 든 컵을 두 손으로 받으며, "아버지가 보기 싫어서요!"라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아! 그래!!"라고 말하면서 순간 머라 할 말이 없어졌다.

아니 없어졌다기보다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하는 희태에게 멀 이해한다는 듯이 말을 장황하게 하는 게 아닌 듯싶어 잠시 조용히 있었다.

일단 차 한잔을 마시면서, 난 다시 희태에게 "아버지 때문에 가출을 결심했다고! 그래 나가 있는 동안 잠은 어디서 자고 밥은 먹고 다녔어?"라고 되물었다.


희태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손에 쥐어진 컵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한 며칠을 혼자 살고 계신 외할머니댁에서 그리고 또 며칠은 아는 형 집에서......"라고 말끝을 흐려가며 대답했다.


"그렇구나! 아는 형은 학교 안 가고? 그리고 가출은 했어도 학교는 나오지 그랬어? 돈도 없었을 텐데....."


이 말에 희태가 " 그 형은 자퇴해서 학교를 안 가고요, 학교에 오면 아빠가 잡으러 올 거 같아서 안 나온 거고..... 갈빗집에서 시간 알바로 그때 그때 돈 벌고....."라고 대답했다.


난 그런 희태에게 "그래도 학교는 다녀야지! 졸업도 얼마 안 남았는데!"라며 어깨를 두드렸다.


희태는 "예"라는 짧은 대답과 함께 "저! 가도 되나요?"라고 말했다.


난 희태에게 "어? 그래! 아 그리고, 이번 무단결석 건으로 인해 학생생활교육위원회가 열릴 수도 있을 거야! 교칙은 교칙이니.... 음.... 최대한 너의 입장을 잘 대변해서 말할 테니 너무 신경 쓰지는 말고! 그거보다는 졸업은 해야 하지 않겠어? 졸업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무단결석하는 일을 없었으면 좋겠다! 힘들지만 그래도 학교에 나와서 친구들과 생활하다 보면 좀 낫지 않겠어? 그래 줄 수 있겠지?"라고 말했다.


희태는 "네"라는 대답과 함께 교실로 돌아갔다.


사실, 희태가 오기 전에 담임선생님과 희태의 가정사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했었다.

요지는 희태의 아버지는 새아버지이고, 희태와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다는 것 그리고 가끔 희태에게 손찌검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희태의 어머니는 희태에 대해서 포기 비슷한 말을 하거나, 요즘에는 거의 신경을 쓰시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랜 교직생활의 경험을 통해 내가 결론 내린 소위 문제 아이들(학생들)의 십중팔구는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계부, 계모 아니면 편부, 편모의 문제가 아니라 설사 계부나 계모, 편부나 편모 밑에서 아니면 조부모님 밑에서 자란다 하더라도 심지어는 보육원에서 양육된다 하더라도 그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누군가 있다면 크게 엇나가지 않는다는 것이 내가 경험하여 알아낸 사실이다.


소위 일탈행위를 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과 그들의 잘못을 꾸짖는 질책들!

물론 그들의 잘못된 일탈행위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들의 행위에 대한 책임의 면죄부를 주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잘못된 행동들을 하게 한 원인이 일탈행위를 하는 학생들의 몫만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어찌 보면 가정과 학교로부터 가출이나 무단교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숨 쉴 곳을 찾아, 생존을 찾아, 나를 위해 주는 누군가를 찾아 탈출을 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콩을 심으면 콩이 나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난다.

너무도 당연한 진리이다.

사랑과 애정을 심는다면......

아니면 증오와 질책을 심는다면..... 심지어 무관심을 심는다면......


잘못된 곳에서 잘못된 제품이 나오는 것이 정상이지, 잘못된 곳에서 잘 만들어진 제품이 나오는 게 정상은 아니잖는가! 그럴 수 있다면 그것은 기적이 아닌가 한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기적만을 바라는 건 아닌가?'라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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