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일어나! 일어나라고!"
8살 첫째 아들이 시끄럽게 날 흔들며 깨우기 시작한다.
나는 약간 짜증이 섞인 말투로 "아들! 왜? 벌써 일어났어! 오늘 학교 가는 날도 아닌데, 더 자라고! 으~~ 빨리, 더 자라고!"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거의 잠꼬대나 다름없이 아들에 말에 대꾸했다.

한 5분쯤 지났나? 이번에는!
"아~~ ~빠! 일어나라고! 나 심심해! 심심하다고" 이번에는 6살 둘째 아들이 날 깨운다.
'으~~ 잠 좀 자자고! 잠!' 혼잣말과 함께 실눈을 떠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첫째, 아들은 침대 밑에서 브롬 스타즈 대백과(요즘 초등학교 학생들 사이에 거의 최고 인기!)를 보고 있었고, 둘째 아들은 여전히 손으로 날 흔들면서 일어나라고 말하고 있었다.

어제, 저녁!
주말인지라 난 작정하고 다음날 늦게 일어날 생각으로 새벽까지 버텼다.
왜! 그런 거 있잖은가? 늦잠을 자고 일어나면 왠지 푹 휴식을 취한 거 같은 기분!
오랜만에 그런 기분을 만끽하고자 작정하고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있었다.
더구나, 어제 새벽에는 유럽 챔피언스 리그 경기가 있던 날!
냉장고에 맥주와 주전부리를 채워 놓고, 아이들을 재워야 TV를 볼 수 있는 나는 아이들을 일찍 꿈나라로 보내기 위해 평소에 읽어주면 바로 잠이 드는 그런 책들...... 여하튼! 그런 책들을 한 10권가량 들고 와 침대에 누워 읽어주었고, 한 대여섯 권가량 읽어주었을 때 아이들은 꿈나라로 향했다.
'이얏호!'라는 쾌재를 부르며, 아직 유럽 챔피언스 리그 시간도 되지 않았지만 나는 캔맥주와 주전부리를 꺼내 TV를 시청했다.
그리고 '이야! 천국이 따로 없네! ㅋㅋㅋ!' 라며 혼자 웃음을 지으며, 새벽까지 티브이를 시청했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축구 경기까지도!

그리고, 오늘 아침!
늦잠을 자야겠다는 나의 달콤한 계획은 어제 일찍 재운 아이들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다.
난 아이들을 보며, '엄마를 깨우지 왜 날 깨우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실 아이들이 날 깨우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우리 집 퀸(QUEEN)께서는 이미 일어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 집 여왕께서는 아이들에게 TV를 보여주는 것을 무척! 무~~ 척! 싫어한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큰 아들이 6살이 되던 해까지 TV가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떻게 살지 했는데, 막상 살아보니 별 문제가 없었다! 거 참! ㅋㅋㅋ)
대신 TV가 아닌 책을 엄청 많이 샀다.
더군다는 우리 마눌님께서는 엄마 맘이란 단톡 방을 통해 책을 교환하고 중고로 서로 구입하고 팔기도 하고!
그걸 보면서 와! 정말! 대단하다. 역시 아줌마들은.....
.(나와는 다른 영역에 있는 분들 같다는 생각이 팍팍 느껴졌다!)
여하튼 TV는 아이들의 성장에 매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왜 안 좋은 것을 보여주느냐고 대신 책을 읽어주라고 말하는 것이다.
사실, 나도 여왕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오늘도 난 엄청난 핀잔을 들을 것을 각오하면서도(사실! 아내도 어느 정도 내 의견에 동의한 거 같다! 머 여전히 불만 어린 눈빛과 말투로 날 응시하지만) 날 깨우는 둘째 아들에게 말했다.
"심심해? 뭐하고 놀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둘째 아들은 뜬끔없이(물론 나에게는 뜬끔없진 않지만!) "아빠, TV 봐도 돼?"라고 되묻는다.
나는 그렇게 말할 거 뻔히 알고 있었지만 다시 아이들에게 되물었다! "왜? 왜? TV 보려고 해?"
그러자, 저쪽에서 책을 보는 척하며 나와 동생을 살피던 큰 아들이 내 이야기가 먹혔나 싶었는지 어느샌가 우리 쪽으로 와서 막 이유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휴일 아침에는 만화를 많이 하는데..... 그 만화가 어떤 만화냐 하면..... 대신 평일에는 학교를 갈 준비를 하고.... 볼 수도 없고" 그냥 한 마디로 이유 같지 않은 이유였다. 게다가 둘째도 첫째를 따라서 머라고 막 하는데, 먼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이건 그냥 참!! ㅋㅋ
하지만, 난 그런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그래!! 그렇구나!! 그럼 TV 보아야겠네! 빨리 가서 봐!"
그러자, 아이들은 "와!" 하면서 주방에 있는 엄마를 향해 다시금 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말을 하면서 "엄마! 아빠가 TV 봐도 된다고 그랬어!" TV가 있는 거실로 나가 즐거운 듯이 TV를 틀어 시청했다.
시청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지 둘이서 머가 그리 좋은지 웃고, 몸을 움직이고 아주 신이 났다.
그런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며 내가 가졌던 생각이 옳았음을 나는 다시금 확신했다.

담임으로서 또는 학생부 선생으로서 난 학부모님과 학생들에게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누냐고 물어볼 때가 많았었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도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대화(상담)를 하자고 말할 때가 많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학생들은 대화에 귀찮은 듯이 임했었고, 학부모님 역시 통상적으로 하는 말이 '자녀와 대화는 많이 하는데.....' 하면서 말끝을 흐리기가 일쑤였다.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한 나는 어느 날 이구동성으로 무심코 내뱉는 학생들의 말에 크게 느낀 바가 있었다.
학생들의 이구동성은 바로 "뻔하잖아요!"라는 말이었다.

뻔하다는 말! 그 말은 이미 정답을 정해놓고 말하는 것!
그리고 학생들이 말하지 않았던 "뻔하잖아요"의 뒤에 이어가고 싶었던 말은 아마도 "그게 무슨 대화예요? 명령이지!"라는 말일 것이다.
대화란 것은 상대방의 말에 나의 생각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유한 분위기가 상대방을 경청하는 자세로 대화란 이름으로 이야기를 하지만 그래도 '내가 말하는 게 좋은 거야! 너한테 이게 좋은 거라고! 그러니 넌 그렇게 해야 해!'라는 생각에 변화가 없지 않은 한, "아! 그렇구나! 너의 말대로 한 번 해보자!'라는 변화가 없이는 대화가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적게는 수년간 많게는 수십 년간 그게 '너를 위한 거야!'라는 미명 아래 대화가 아닌 명령을 자녀와 학생들에게 하지 않았는가!라고 생각된다.
난 나의 아들이 아빠에게 말하면 '어! 들어주네! 안될 줄 알았는데? 되네!'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만약 계속 안된다고만 하면 나의 아들은 좀 더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와 대화하지 않을 거 아닌가!
그리고, 난 착각할 것이다. '애가 사춘기인가?' 아니면 '언제 철들래!'라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