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로 꾸준히 유입되는 키워드들을 보면 주로 당근 마켓(고작 글 한 편만 썼는데 꾸준한 유입이 있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한 키워드인 것 같다.), 카투사, 우울증 이렇게 3가지가 주를 이룬다. 자기 계발 글이 최소 60%는 될 텐데 거기의 유입이 없다니! 오늘은 오랜만에 꾸준히 유입되는 키워드 중 하나인 카투사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사실 전역한 지 좀 돼서 너무 낡은 정보들이기 때문에 새로 입대하는 분들에게 어느 정도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의 도움은 되길 바라면서 글을 작성해본다.
먼저 카투사란 미군과 같은 업무를 하는 보직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영어를 해야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최소 기준만 통과하면 합격 여부는 랜덤으로 배정된다. 영어를 한국어보다 더 잘하는 사람도 떨어질 수 있고 기껏해야 '아임 파인 땡큐 앤 유'밖에 못 하는 사람이 붙을 수도 있다.
카투사의 장점을 말해 보자면 외출과 외박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다. 부대마다 다르겠지만 웬만해선 외출이 무척이나 자유롭다. 전날 밤에 미리 말하기만 하면 당일 업무가 모두 끝나고 쉽게 밖에 나가서 놀다 올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피방이나 노래방, 위치만 가깝다면 데이트마저 큰 제약이 없다.(그래도 일말 상초는 다 헤어지더라) 특히, 군대 들어가면 피자나 치킨을 먹기 힘들다는 얘기가 있는데 카투사들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외출 가볍게 끊어서 나가서 먹어도 되고 정 먹고 싶으면 미군 휴대폰 같은 걸 빌려서 주문한 후, 부대 정문에서 받아 방 안에서 먹으면 된다.
장점 중 외박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체력 테스트만 통과하고 사고 친 것만 없으면 말 그대로 매주 나갈 수 있다. 실제로 집과 부대가 ktx를 타고 왔다 갔다 할 정도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주 집에 간다. 나도 휴가와 외박을 다 합치면 21개월의 군 생활 동안 약 8~9개월 정도는 밖에 나왔던 것 같다. 아마 부대와 집이 멀지 않은 카투사라면 가족들로부터 '또 나왔어? 그만 좀 나와'라는 문장을 한 번쯤은 듣게 될 가능성이 무척이나 크다. 외박 덕분에 사실 머리가 짧은 것 제외하고는 은근 민간인과 다를 바 없다.
음식이 뷔페 형식이라서 부럽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결국 나중 가면 물리는 건 똑같다. 다만 카투사는 물려도 시켜 먹으면 되니까 돈만 많다면 그 부분은 크게 걱정되는 부분은 아니다. 보급 물품이 좋다는 말도 있는데 사실 지급되는 물품도 어차피 둘 다 군용이라 그게 그거다. 사실 매주 외박 시스템 있는 한국군과 없는 미군 중 하나 고르라면 무조건 한국군 고를 것 같다. 외박과 외출을 제외하고는 크게 영향을 받을 정도의 것은 없다.
카투사는 9월에 입대 신청을 할 수 있고 11월에 결과 발표가 나온다. 지금은 8월이니 아마 토익 시기가 가까우면 마지막 한 번 정도 기회가 남았을 텐데 시간이 빠듯하다 싶으면 지텔프 같은 것을 알아봐도 좋다.(지텔프는 결과 발표가 1주일이 안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토익도 지텔프도 난이도는 비교적 무난한 시험들이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점수는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조금 노력하면 다 넘을 수 있으니까. 문제는 최소 점수 기준을 넘고 나서 민간신앙이든 종교든 뭐든 가져서 합격하게 해 달라며 운명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로 나의 경우에는 기우제 지내듯 춤을 추기도 했다.
만약 합격하게 되면 5시 조금 넘어서 문자가 올 것이다. 나도 정각에 온 게 아니라 몇 분 늦게 온 걸로 기억한다. 합격했으면 그 행복을 충분히 겪고 나서 제일 먼저 해야 될 일은 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전까지 별 다른 운동을 하지 않았어도 웬만해서 1개월 정도 준비면 충분하다. 2분 동안 팔굽혀펴기 42개, 윗몸일으키기 53개, 3.2km(2마일) 15분 54초 안에 뛸 수 있도록 준비하면 된다. 훈련소 들어가서 시험 볼 때, 자세가 조금 엉성한 것 까지는 봐주는 경우가 많은데 너무 자세가 엉망이라면 카운트해주지 않으니 그 점을 주의하면서 정자세로 준비하는 편이 좋다. 여기서는 PT 1개월을 끊는 것을 추천하는데 운동들에 대한 트레이너들의 기본 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윗몸일으키기 팁에 대한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상체를 1자로 올리는 것보다는 몸을 마는 형식으로 올리면 더욱 쉽다. (저 팁 하나로 윗몸일으키기는 나에게 있어 가장 만만한 과목이 되었다.) KTA에서 체력시험은 반드시 통과해야 되는데 혹시라도 떨어지게 되면 훈련소에서는 자대로 가는 것이 1개월 늦춰진다. 홀드 오버라고 해서 체력 시험을 통과할 때까지 훈련소에 남아서 운동하게 되는데 1개월 늦춰지는 만큼 외박을 못 나갈뿐더러 자신보다 후임들의 물컵을 세팅하는 등 많은 굴욕을 당하게 된다. 통과 못 하는 인원이 약 10% 정도밖에 되지 않기에 자대에 가서도 첫인상을 완전히 망치게 된다. 여러모로 상당히 안 좋으니 운동은 꼭 하고 가자!
두 번째로는 당연하지만 영어 토킹을 좀 공부하고 가는 편이 좋다. 아주 가끔 토킹을 못 하는 친구가 들어오게 되는데 미군들한테 대놓고 조리돌림 당하게 된다. 바로 앞에서 "얘는 앞에서 욕해도 못 알아들으니까 뭐라 하든 상관없지 않아?" 이런 말을 해도 못 알아들으니 헤헤 웃는데 선임 입장에서는 안쓰러우면서도 복장이 터진다. 영어 프리토킹 수업도 있던데 내가 추천하는 것은 미드와 언어 교환 어플, 영어 사용 모임이다. 미드에서 한국과 영어 자막을 같이 틀어놓고 재미있는 문장은 따로 기입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첫 번째다. 정식으로 배운 사람들에 비해 말의 센스가 훨씬 뛰어나 진다. 어느 정도 영어 문장에 익숙해지면 언어 교환 어플을 다운로드한 후 영어 쓰는 사람 아무나 잡고 영어로 잡담을 떠들면 된다. 말로 떠드는 것이 아니다 보니 순간 기억이 안 나는 단어나 문장들은 바로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답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한국에서 외국인이 포함되는 영어 모임이 무척 많은데 거기 가서 말로 떠들면 된다. 나중에 자대 배치받을 때 체력, 영어 시험, 스피킹 성적순에 따라 조금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만큼 저 대비할 수 있는 체력과 스피킹은 확실하게 준비하고 가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KTA 들어가서 '영어 시험 있다는데 통과 못 하면 어떡하지?' 라며 고민할 수 있을 텐데 내 기수에서는 단 1명만이 재 시험을 봤고 다른 사람은 모두 무사통과했다. 재시험 친 사람마저 거기서 통과했으니 영어로 홀드 오버가 당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만약 정 불안하다 싶으면 미군이 나오는 미드를 보면 된다. 그럼 최소한 단어 몇 개 정도는 겹쳐서 아주 조금이지만 비교적 쉽게 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 솔직히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안 보는 것보다는 낫다. 추가로 굳이 걱정이 된다면 미군 군가(The Army Song)를 외우는 것도 좋다. 솔직히 그 안에서도 충분히 다 외울 수 있지만 뭐라도 준비하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을 알기에 노파심에 말하는 내용들이다. 사실 가서 영어 통과 못 할까 봐 미군 드라마 보고 군가 외우는 것보다는 군대 가기 전 남은 인생을 최대한 즐기는 걸 추천하는 바이다. 여러분이 아저씨라고 불리기 전 마지막 인생을 충분히 즐기기를 바란다. 마지막 조언으로는 다양한 영어 시험을 좀 보고 가는 것이 좋다. 가면 영어 고사를 2번 보는데 내 기억으로는 점수가 공개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체면치레를 하려면 점수가 어느 정도 나와 주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