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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 Aug 22. 2022

KTA 들어가서 뭐하죠?

*주의 : 요즘과 약간 다를 수 있습니다.

카투사를 합격하고 입대를 하게 되면 처음에는 논산에 있는 한국군 훈련소로 가게 된다. 거기서 초반에 지루한 정신 교육을 받게 되고 그다음에는 제식이나 운동, 삽질 등 다양한 것을 배우게 된다. 정신 교육 훈련 중 답변을 잘하면 전화 통화권을 주게 되는데 초반에는 받을 수 있으면 받아서 바로 쓰는 것이 좋다. 어차피 4주 차쯤 가면 자대 들어가서 전화하면 된다는 생각에 주면 받는 정도가 된다.


훈련소에 가면 초코바 하나에 권력이 생길 정도로 궁핍해지는데 지나고 나면 다 잊히는 악몽이다. 굉장한 꿀팁을 하나 주자면 혹시 흡연을 안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하지 말자. 훈련소에서 초코바마저 안 되는 상황에 담배가 될 리가 없고 흡연자들은 사과 못 먹은 류크처럼 몸을 배배 꼬게 된다. 머리를 짧게 깎은 남자가 온몸을 꼬는 모습은 생각보다 보기 안 좋으니 정 흡연을 배워보고 싶다면 부대 들어가서 배우는 것이 낫다.


약 4주간의 훈련이 끝나면 KTA라고 미군 훈련소로 가게 되는데 여기서 선배님들의 사랑을 알 수 있다. 보물 찾기처럼 방구석 구석에 많은 팁들이 담긴 쪽지를 남겨주는데 굉장히 유용한 정보들이다. 예를 들면 식단에서 나오는 땅콩버터에는 단백질이 어느 정도 있으니 잘 챙겨 먹으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떤 교관은 시험을 볼 때 완전 정자세로 보니 될 수 있으면 피해라', '앞으로 어떤 내용들의 훈련을 받을 것이다'에 대한 정보들이다. 만약 오지랖과 친화력이 쓸데없이 넓다면 각 방을 돌아다니며 각종 꿀팁을 공유받을 수 있다. 내가 그랬었는데 모든 방을 돌며 1급 정보는 나를 비롯한 내가 친한 사람들에게만 풀고 2급 정보부터는 모든 방에 공유하며 그 방에 있는 정보들을 대가로 받았었다. 다만... 지금은 KTA가 평택에 있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있는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그냥 방 들어갔을 때 한 번 샅샅이 찾아보자.


KTA에서 주 업무는 새벽 운동, 오전 영어 수업, 오후에 운동, 밤에 자습 및 불침번으로 이루어진다. 겨울이면 해도 안 떴는데 운동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영어 수업 중 한 가지 다행인 점은 한국인 분이 가르쳐 주신다는 점이지만 어차피 4주 후에 떠나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서로 수업만 하는 편이다. 굳이 사회생활 생각하며 친해질 필요는 없다. 단, 우리를 평가하는 역할도 겸하고 있으니 절대 척을 지지는 말자! 오후 운동은 시키는 것 그대로 따라 하면 된다. 밤 자습은 강당 같은 곳에 모여서 다 같이 자습을 한다. 이때 주로 단어나 군가를 외우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애초에 그거 말고는 공부할 것도 없다.)


KTA에서의 식사는 어느 정도 뷔페로 이루어져 있지만 한 숟가락만 떠야 된다는 등 많은 제약이 있는 편이다. 내 기억에는 디저트 종류도 못 먹게 했던 걸로 기억한다. 시간이 촉박하니 빨리 먹으라며 시간을 재는데 평소 음식을 천천히 먹는 사람은 꼭 빵을 고르자. 입에 빵 물고 물 한 모금 마시며 씹으면 그나마 빨리 먹을 수 있다. 한 번은 내가 그런 식으로 늦게 먹고 있으니 너무나 측은해 보였는지 나에게 빨리 먹으라는 재촉은 굳이 하지 않았었다.


훈련 중에 딱 한 번 MRE라고 미군식 전투 식량을 주는데 다들 맛있는 것을 먹고 싶겠지만 대부분 그게 그거다. 단, 초콜릿처럼 간식이 엄청나게 당기는 사람은 딱 봐도 채소만 많이 들어가 있을 것 같은 음식을 고르자. (정면에 대충 뭐가 들어가 있는지 쓰여있다.) 고기가 없는 만큼 간식이 많다. 음식은 전투 식량 특성상 한 두 번 호기심에 먹어볼 만한 맛이다. 훈련병 때나 맛있지 이후에 먹으면 정말 가끔 먹을 때 추억 보정하면 먹을만하다.


KTA가 끝나갈수록 꼭 해야 되는 것이 있다면 그건 다름 아닌 '기도'다. 카투사의 최대 장점은 집에 쉽게 갈 수 있다는 점인데 되게 외진 곳으로 가게 되면 그 장점이 굉장히 많이 희석된다. 집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 아니면 최소한 지하철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곳에 배치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보자.


마지막으로 전투병을 지원해서 갈 수 있는데 가기 전에 많이 생각해보자. 전투병 모집 영상에 최면 효과라도 있는지 사람들이 거기에 홀려서 지원을 하고 시간이 지나고 후회하는 모습을 매 기수당 볼 수 있다. 그중에는 전투병을 지원한 후 붙을 것 같은데 혹시 떨어뜨려 주면 안 되냐며 교관한테 묻는 사람도 있다(믿기지 않겠지만 난 정말 아니다. 애초에 지원을 안 했다). 지원하기 전에 자신이 정말 원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확실하게 기억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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