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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 장애가 일어났을 때 응급 처치하는 법

이렇게 버티니 시간은 끌더라

by 기사

대상 : 공황 장애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 어쩌다 이 글을 보게 된 사람들

주제 : 공황 장애가 일어났을 때 잠깐 시간 버는 방법


공황 장애. 한 때는 모두에게 되게 생소했던 단어였지만 요즘은 꽤나 보기 쉬운 단어가 되었다. 우울증이라는 무거운 단어가 감기라는 단어만큼 듣기 쉬워진 요즘, 공황 장애는 옛날의 우울증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다. 나는 관계가 없는 것 같지만 내 주변에 둘러보면 한 두 명씩은 꼭 있는 그런 포지션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나 또한 공황 장애를 겪은 적이 있다. 머리는 어지럽고, 이유도 없이 두려움에 사로 잡히며, 온몸의 피가 바깥으로 다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다. 아마 공황 장애를 좀 겪고 계신 분이라면 바로 앞의 문장들만으로도 조금 불편함을 느끼실 수 있다. 괜찮다. 바로 후술 할 제안들이 잘 먹힐지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깔아 둔 문장이니 무서움에 사로 잡히실 필요는 없다. 지금 좀 불편한 감정이 있으신 분들은 아래의 방법을 실제로 따라 해 보며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첫 번째로 제안할 것은 공황 장애의 사물화이다. 사람마다 공황 장애를 느끼는 방식이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그것이 독가스처럼 느껴질 수 있고 누군가는 자신의 체온을 빼앗는 한기처럼 느낄 수도 있다. 단지 '두렵다'만 생각하지 말고 이것이 어떤 느낌인지 관찰하고 사물처럼 느끼면 된다. 공황 장애가 사물처럼 느껴진다면 몸 밖으로 그것을 빼버리는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나는 공황 장애를 독가스처럼 느꼈다. 공황 장애가 일어날 때면 땀구멍들을 통해 그것들을 밖으로 배출한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계속해서 몸 밖으로 버린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운동을 하거나 더우면 땀을 통해 노폐물을 배출하는 것처럼 생각과 상상을 함으로써 땀구멍을 통해 공황 장애라는 노폐물을 배출하는 느낌이다. 물이든, 한기든, 어둠이든 간에 그냥 영혼의 일부를 열어서 그것들을 밖으로 버려버린다는 상상을 하면 된다. 계속 버리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편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두 번째로 제안할 것은 갤러리 옮기기다. 자신의 카메라 렌즈를 가리고 사진을 한 번 찍어보자.

KakaoTalk_20220130_000504320.jpg 실제로 사진을 찍었다

그럼 갤러리 첫 화면은 위의 사진과 같은 검은색일 것이다. 이제 화면을 옆으로 밀어보자

KakaoTalk_20220130_000734642.jpg 실제 옆장에 있던 사진(너무 커서 좀 줄였다)

사진이 확 바뀌지 않는가? 이걸 머릿속에 똑같이 대입하는 것이다. 갑자기 검은색 사진처럼 공황 장애가 일어난다면 손가락으로 옆으로 밀어서 다른 사진이 나오도록 하면 된다. 아마 처음에는 잘 안 될 텐데 다시 검은색 화면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을 억지로 옆 사진에 붙잡아 둔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시 무서움이 오려고 하다가도 억지로 다른 생각을 붙잡고 있기 때문에 무서움만으로 뇌가 가득 차지는 않는다. 무서움이 한 번에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무서움 30% 다른 생각 70% 하는 식으로 무서움의 전체량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나중에 이 방법이 좀 익숙해지고 공황 장애가 좀 약해지면 정말 핸드폰 사진 옮기듯이 쉽게 다른 생각으로 전환할 수 있다.


세 번째 제안은 핸드폰 게임하기다. 유튜브처럼 뭔가를 보기만 하는 것은 나한테는 맞지 않는 방법이었다. 게임처럼 자신이 집중하며 뭔가를 움직일 때 불안증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었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게임이면 증세가 더 악화될 수 있으니 가볍게 시간만 좀 때울 수 있는 게임이면 충분하다. 이 방법이 실제로 나에게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누군가와 같이 있거나 핸드폰 사용이 힘들 때에는 1, 2번 방법을 사용하지만 핸드폰 게임을 할 수 있는 상황이면 그냥 게임을 했다. 나는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을 했지만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더 수집해 보거나 다른 사람과 카톡을 하는 등 자신이 즐겁게 개입할만한 일을 만들면 될 것 같다.


위의 세 가지 제안은 정신과 의사가 아닌 공황 장애와 우울증을 겪었던 한 명의 환자로써 자신이 힘들 때 버틴 경험담을 써 내려간 것이다. 공황 장애나 우울증 등은 거기에 빠지게 되는 이유가 다양한 만큼 풀 수 있는 방법들도 다양하다. 힘들 때 자신만의 방법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른 방법들도 추가해보고 좋으면 가지고 있고 안 좋으면 가볍게 버리는 식으로 글을 읽어도 좋을 것 같다. 혹시 정신병 종류를 겪은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저런 것도 있구나' 정도만 알아두면 위급할 때 쓰기 좋다. 나도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내가 정신병에 걸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저런 병은 교통사고와 같이 아무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다. 이 글에 적힌 방법은 어디까지나 응급처치이니 상황이 좀 심각해지는 것 같다 싶으면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는 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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