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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선 May 03. 2023

공급망 새판 짜기와 경제동맹 중요성

문화일보 오피니언 포럼(2023-05-01)

5박7일 간의 미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강조한 의회와 하버드대 연설로 혈맹인 양국 국민과 지도자들의 큰 찬사를 받았다. 또, 동맹은 안보·경제·과학·기술·문화·교육을 망라해서 포괄적으로 공고해져 한미 동조화(coupling)가 크게 진전됐다.


미·중 대결로 국제정치 질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선택은 국가 생존과 번영을 좌우할 중대 전환점이다. 냉전 종식 이래 세계는 글로벌라이제이션과 미국 헤게모니로 교역·투자에 따른 번영을 구가했다. 그런데 미·중 대결은 세계의 비동조화(decoupling)를 키웠다. 북핵 위협 점증, 미·중 대결 고조, 우크라이나 전쟁, 중·러 밀착과 친북 강화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강화를 촉발했다. 중요한 것은, 이 구도가 우리의 주도적 선택이 아니라 주어진 지정학적 환경이라는 점이다.


이 환경에서 직전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양쪽에서 동시에 버림받을 어리석은 대응이었다. 균형은 힘으로만 가능한데 우리나라는 그런 힘이 없다. 그러므로 한미동맹 격상, 한미 핵 공조 강화, 적극적 공급망 재편 참여는 불가피한 대안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공유하고 경제·교역, 과학·기술 진보에서 동일 트랙 추구 국가들과 동조화를 강화하며, 교역·협력에 불확실성 초래 국가들과 비동조화하는 것은 지도자가 해야 할 마땅한 선택이다.


야권은 정상회담 결과가 핵 공유는 ‘말의 성찬’이고, 경제적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서 진전된 합의가 없는 ‘속 빈 강정’이라고 비판한다. 북·중·러는 이로써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치명적 손상이 초래될 것이라며 보복을 위협한다.


그러나 이 신냉전 질서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미 우리는 이와 유사한 지정학적 환경에서 평화와 번영을 지켜낸 바 있다. 우리는 현재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세계 9위의 경제 및 군사 대국이다. 또한, 기술·과학·교육·문화 측면에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더구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와 법치(rule of law)로 운용되는 나라로, 다원적 민주정치를 통한 사회 협력, 창의적 기업가정신 발현, 자주국방과 한미동맹 및 한미일 삼각 협력 공고화로 북핵과 북·중·러 연합의 도전을 뚫고 평화와 번영을 지킬 수 있다.


비판의 핵심인 IRA와 칩스법 관련 미 보조금 수혜 등 단기적 이해관계는, 미·중의 경제적 비동조화와 공급망 재편이 진행될수록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와 대응으로 급격히 사라질 것이다. 반면, 중국의 공급망 배제는 새 기회와 수익원을 점점 더 크게 창출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먼저 중·러 진출 기업들의 철수 과정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양한 맞춤 지원책으로 철수 기업들이 악화하는 지정학적 환경에서 신속히 탈출하게 도와야 한다. 또한, 새 공급망에 우리 기업의 이해를 적극 반영한 질서·표준 설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향후 10년은 새 ‘판(framework)’을 구축·전개하는 시기이므로, 질서·표준 설정 주도자군(群)이 돼야 한다. 특히, 새 공급망에서 우리 기업들이 비교우위 부문들을 빠르게 모색·선점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민관지원·협력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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