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관점에서 보자면 기독교 성서의 구약은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다. 이 역사는 인류의 출발점인 아담이 누구를 거쳐서 이스라엘 민족의 원조(元祖) 아브라함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윗의 때에야 비로소 그 당시 보편적이던 왕정국가체계를 완성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스라엘 왕국은 열두 지파 간 갈등으로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죽자 북쪽 이스라엘왕국과 남쪽 유다왕국으로 분열한다. 그후 이스라엘은 218년(930-722 BC) 존속하다 앗수르에 망했고, 유다는 344년(931-586 BC) 유지되다 바벨론에 정복당했다. 이로 인해 유다 왕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바벨론으로 끌려갔고, 이 사건을 “바벨론 포수(Babylonian Exile)”라 한다.
이때 잡혀간 사람 중, 당시 세계를 정복한 느부갓네살왕 때부터 바벨론과 페르샤의 여러 왕을 거치면서 총리 등 고위 관직을 지낸 “다니엘”이란 사람이 있다. 그의 일대기와 그 당시 세계사의 전개가 기록된 역사책이 바로 다니엘서다. 이 책에는 유다를 포함한 ‘비옥한 초승달 지대’와 현재 이라크·이란을 망라하는 당대 최강 제국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왕과 그 아들 벨사살왕의 흥망이 담겨 있다.
느부갓네살은 세계적 대제국을 세운 후 세상에서 이 모든 것을 이룬 자신이 가장 위대하다고 말하는 바로 그 순간 하늘에서 소리가 나면서 왕위를 잃고 쫓겨났다. 그는 소처럼 풀을 먹고, 노숙으로 몸이 젖고, 머리털이 독수리처럼 자라고, 손톱은 새 발톱처럼 변하는 삶을 살았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왕위와 인생길이 자신이 주관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 겸손해졌을 때 왕위에 복귀한다.
그 아들 벨사살은 아버지의 영고성쇠를 알았음에도, 왕이 되자 바벨론 귀족 1000명을 위하여 큰 잔치를 하는데 그들이 유다왕국 정복 당시 노략해 온 예루살렘성전의 금·은그릇을 가져다가 술잔으로 썼고, 술을 마시면서 금·은·구리·쇠·나무·돌로 만든 자신들의 우상들을 찬양했다. 아마 대제국을 승계한 왕의 위엄을 만천하에 알리려고, 하나님을 조롱하는 신성모독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일이 벌어지던 바로 그때, 사람의 손가락들이 나타나서 왕궁 촛대 맞은편 석회벽에 글자를 썼는데, 이를 보고 벨사살은 무시무시한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 벽에 쓰인 글이 바로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이다. 이 글을 하나님의 예언자 다니엘이 해석한다. 그에 따르면 “메네”는 ‘하나님이 이미 왕의 나라의 시대를 세어 그것을 끝내셨다.’는 것이고, “데겔”은 ‘왕을 저울에 달아 보니 이미 부족함이 보였다.’는 의미이며, “베레스(바르신의 단수형)”는 ‘나라가 나뉘어서 메대와 페르샤 사람에게 주어진 바 되었다.’는 의미다. 바로 그날 저녁, 벨사살이 암살되고 페르샤 사람 다리우스가 이 제국의 새 왕이 되었다.
작년 12월 3일 밤 10시 넘은 시각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러나 국회는 그 해제를 의결했고, 불과 6시간 만에 계엄령은 해제되었다. 그 후 한 달 넘는 동안 우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공화정, 정당과 정치인들의 민낯과 국회·행정부·법원은 물론 군·경찰·검찰 등 주요 공안기관의 야단법석과 추태를 그대로 보고 있다.
취임사에 ‘자유’를 30번 넘게 말했다는 윤 대통령은 반국가·주사파 세력의 준동, 절대 다수 야당의 헌정질서 유린, 시중에 떠도는 선관위의 선거 조작을 문제 삼으며, 국가안보와 국민의 자유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국민의 ‘자유’에 대한 반지성적 무력행사인 계엄령을 서슴지 않았다. 그 이후에는 이 엄청난 반공화국적 행태에 책임을 지기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지지세력과 여당 의원들을 내세우면서 꼼수 투쟁 중이다.
2025.01.09 탄핵 찬성집회(왼쪽)와 반대집회 모습@사진 연합뉴스
이미 여러 죄목으로 사법적 소추를 받는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정권의 탄압을 강변하며, 자신을 기소한 검사들을 포함한 여러 정부기관의 장들을 국회에서 탄핵해 왔다. 그런데 이 탄핵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위헌과 법률위반을 이유로 하고 있고, 이로 인해 심지어 헌법기관들 자체가 제 기능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 지금도 민주당 의원들과 이 대표는 일방적 국회 운영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내란죄 소추를 앞당기려고 무리하고 있다. 또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현 정국에조차 이에 걸림돌이 된다고 대통령 대행을 탄핵하고, 대행의 대행에 대한 탄핵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포함한 재판 일정은 최대한 미루는 꼼수를 계속하고 있다.
사실 이 두 사람의 소위 지도자들(?)이 보이는 이런 행태나 그들을 둘러싼 정당과 공권력, 정부 3부(입법부·행정부·사법부)의 행태는 국민 눈으로 보기에는 한심하기만 하다. 이들은 국민이 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안하무인이다. 벨사살왕이 생명과 권력과 대제국을 송두리째 잃은 그 교만이 이들 모두에게 가득해 보인다.
나는 그 시대를 산 다니엘 같은 예언자는 아니다. 그러나 해방 후 불과 80년이 지난 이 나라에 꽃핀 눈부시고도 놀라운 번영과 자유가 송두리째 날아가 다른 사람들에게 주어질까 크게 걱정한다. 또 저울에 달려 부족함을 보이는 지도자연하는 자들의 권력 놀음에 떡반죽 그릇을 빼앗긴 채 우리가 다시 압제의 사슬과 가난의 대물림으로 복귀할까 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나는 지금이 바로 바벨론 궁전 회벽에 쓰인 저주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이 우리에게 임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돌이켜야 할 때라 생각한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서로의 이해관계와 계산 때문이다. 윤 대통령도, 이 대표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도, 국회와 행정부와 법원도, 그리고 공수처·검찰·경찰 등 공안기관도 이해관계로 좌고우면하지 말아야 한다. 살신성인하는 마음가짐으로 나서야 한다. 다 날아가기 전에 정신을 차리고 이 난국을 조속히 수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이 위기는 번영과 자유가 넘치는 나라와 생때같은 젊은 세대의 미래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결정적 전기(轉機)가 될 수 있다.
정치인들과 권력자들이여! 당신들은 백의종군까지 하면서 나라를 구한 이순신의 애국을 본받을 것인가, 아니면 120년 전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의 매국을 본받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