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임금 역전, 생산성과 괴리가 문제

문화일보 오피니언 <포럼> 칼럼(2025-01-14)

by 이주선

2025년 을사(乙巳)년은 1905년 일본 제국주의에 국권을 침탈당한 을사늑약으로부터 딱 120년, 1945년 해방 이후 80년이 되는 해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이적인 정치·경제·문화적 발전을 통해 번영과 자유를 동시에 향유하는 민주공화국이 됐다. 그렇지만 최근까지 우리는 식민 지배를 했던 일본을 넘어서는 것이 국민적 염원이었다.


그런데 2020년대에 들어 일본을 추월하는 양상이 시작됐다. 먼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023년 3만6194달러로 일본(3만5793달러)을 추월했다. 1인당 GNI 추월은 우리 국민의 생활 수준이 일본과 같거나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는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6위에 해당한다. ‘넘사벽’이라 여겼던 선진국들과 이제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한 것이기도 하다.


또 다른 지표는 수출에서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년 우리나라 수출액이 6838억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음은 물론,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추월해서 세계 6위를 기록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2025년 이후에도 지금 추세를 이어간다면 곧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또한 격세지감이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자료는 2023년 기준 10인 이상 기업의 대졸자 직원 초임(평균)이 한국 4만5401달러, 일본 3만4794달러로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30.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임금은 2022년 4만8922달러로 OECD 회원국 평균임금의 91.6%에 이르러 총 38개 회원국 중 정중앙인 19위였고, 일본은 4만1509달러로 25위였다. 우리나라 평균임금이 일본의 1.2배나 됐다.


이런 지표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발전이 눈부셨던 것임을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의 정치적 위기 상황은 이러한 경쟁력을 송두리째 갉아먹을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유발한다. 이런 성과를 이뤄내는 견인차인 기업의 경쟁력은 그 근간이 ‘사회적 평화’(social peace)이다. 이 토대가 불확실성에 직면하면 기업과 개인은 기회주의적 행동을 할 수밖에 없어서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유·무형 경쟁력이 와해된다.


더구나 지금은 세계 질서의 미래가 대혼란에 빠져 있다. 예측불허인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오는 20일 미국 대통령 취임, 기존 세계 무역질서의 판갈이, 인공지능(AI)의 급진전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폭은 이미 코앞에 다가온 난제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공 없는 배처럼 이 폭풍우 속에 들어서고 있다. 이 상황을 조기에 수습하지 못하면, 쓰라린 역진(逆進)에 직면할 수도 있다.


또, 임금이 일본보다 높은 것은 구매력 강화와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이나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경총의 지적처럼 생산성은 경쟁국에 비해 낮은데 임금이 높은 것은 지속가능성이 없다. 특히, 대졸자 초임이 높아 중소기업 임금과 격차를 더 벌리는 것은 노동시장에서 미스매치를 심화시킨다. 더구나 이런 노동시장의 비효율성은 노동자 전체에도 불이익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이런 점들을 고려해 임금체계를 생산성과 기여에 합당하게 조속히 개선하고, 노사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각별한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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