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양자컴퓨터에 주목해야 하나?

논객닷컴 <세상 돌아보기> 이주선칼럼(2025.3.26)

by 이주선

1901년 에게해의 안티키테라섬 근처 난파선에서 기원전 150~기원전 10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안티키테라 기계(Antikythera Mechanism)’가 인양되었다. 이 기계는 발견 후 100년 이상이 지난 2008년에야 과학자들이 그 내부를 첨단 장비로 관찰해서, 우주를 시뮬레이션하는 최초의 도구이자 기계의 연속 동작으로 계산하는 인류가 만든 ‘가장 오래된 컴퓨터’라는 것을 밝혔다.

인류는 이렇게 고대 그리스 이래 지난 2000년이 넘는 동안 우주로부터 원자에 이르기까지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노력을 경주해 왔다. 왜 그랬을까? 불확실성 아래 생존을 확보하기 위한 정보와 지식의 획득이 중요해서였을 것이다. 지금도 같은 이유로 시뮬레이션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발전하고 있다.


또한 시뮬레이션은 인간의 가장 강렬한 욕구 중 하나이자, 과학과 학문을 오늘날같이 발전시킨 핵심 수단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소꿉장난을 통해서 가정과 사회를 시뮬레이션하면서 사회의 일원이 되는 예행연습을 한다. 거의 모든 과학과 학문의 방법론은 모델 구축과, 이 모델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특정한 문제, 현상, 체계 등의 양태와 운동에 관한 지식을 축적한다. 그런데 우주와 자연을 포함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매우 복잡한 시스템이어서 이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컴퓨터가 필수적이다.


컴퓨터는 안티키테라 기계 이후 거의 2000년이 지난 19세기에야 처음 제작이 시도되었다. 대항해시대 이래 대양 항해는 오직 지도와 나침반에 의존했는데 사고가 빈번했다. 이 시기 항법사나 회계사의 계산 실수는 즉각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이 상황 타개를 위해서 절대로 실수하지 않을 기계식 계산기 개발 경쟁을 시작한 것이 컴퓨터 연구의 시발점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컴퓨터는 1837년 찰스 배비지(Charles Babbage)가 만든 ‘해석기관(Analytical Engine)’이라는 기계식 컴퓨터가 효시이다. 배비지의 동료인 에이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는 해석기관을 가동할 소프트웨어인 ‘베르누이 수’를 구하는 최초의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 언어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들은 그 기계의 제작을 실현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배비지가 남긴 2만 5000 개 부품으로 이어진 4톤짜리 기계가 그려진 설계도가 있는데 50자리 수 1000 개를 단번에 계산할 수 있었다. 공학자들은 1960년까지 이 기계의 기억용량을 넘어서는 컴퓨터를 만들지 못했다.


배비지 이후 100여 년의 시간이 지난 1936년 영국의 앨런 튜링(Alan Turing)은 현대 컴퓨터의 원형이라 할 ‘튜링머신(Turing Machine)’을 제안했고, 1940년대에 실제로 컴퓨터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튜링은 이후 1950년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논의를 시작해서 인공지능 연구의 본격화 계기를 만들었는데, 이 질문은 “인간의 두뇌가 튜링머신(컴퓨터)이냐?”라고 물은 것이기도 하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사람의 두뇌를 시뮬레이션하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컴퓨터는 처음에는 기어, 바퀴, 실린더로 구성된 수동식 계산기였는데, 20세기 초 전기가 발명되면서 기어와 바퀴가 계전기와 케이블로 대체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는 거대한 진공관 컴퓨터가 제작되었고, 냉전시대에 진공관이 트랜지스터로 대체되면서 집채 만했던 컴퓨터가 장롱 크기로 작아졌다. 이후 회로 소자의 소형화가 급진전되어 손톱 크기의 기판에 10억 개 트랜지스터를 심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과거 학교 교실 하나 만하던 컴퓨터를 훨씬 능가한다. 이러한 컴퓨팅 혁신은 ‘무어의 법칙’(컴퓨터의 계산능력이 18개월마다 두 배씩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된다는 것)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작동한 결과이다.


그런데 이 무어의 법칙이 거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마이크로칩에서 트랜지스터의 가장 얇은 층은 원자 20개 정도가 들어가는데 이 간격이 더 좁아지면 양자적 효과가 두드러져 칩의 성능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컴퓨터의 계산능력이 더 이상 향상될 수 없다면 지금 이상의 계산능력을 가져야만 가능한 시뮬레이션이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이를 뛰어넘을 역량을 갖춘 컴퓨터에 대한 도전이 양자컴퓨터이다.


양자컴퓨터는 막 시작되었으나 이미 상당한 진척도를 보이고 있다. 2019년 구글은 자체 개발 양자컴퓨터 ‘시카모어(Sycamore)’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리는 수학 문제를 단 20초에 풀 수 있다고 발표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이 발명을 “라이트 형제의 첫 시험 비행이나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에 필적할 만한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구글은 2024년 말 자체 개발 양자 칩 ‘윌로우(Willow)’를 갖춘 양자컴퓨터로 현존 최고 성능 슈퍼컴퓨터인 ‘프론티어’가 10셉틸리언(10의 24제곱) 년 걸리는 사실상 해결 불가능한 연산을 단 5분 만에 해냈다고 발표했다. 2025년 초 중국과학기술대학 연구팀은 프론티어보다 1000조 배 빠른 초전도 양자컴퓨터 ‘쭈충즈(祖沖之) 3호’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구글의 윌로우와 비교하면 100만 배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이런 양자컴퓨터들은 ‘양자 수프리머시(Quantum Supremacy, 양자 컴퓨팅이 기존 컴퓨팅의 최고 성능을 돌파하는 것)’를 달성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전히 이는 초기 단계이며,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서 현재 주류인 초전도 양자컴퓨터 외에도 이온트랩 양자컴퓨터, 광양자 컴퓨터, 실리콘 광양자 컴퓨터, 위상 양자컴퓨터, D-웨이브 양자컴퓨터 등 새로운 방식의 양자 컴퓨팅 경쟁에 가세 중이다.


궁극적으로 양자컴퓨터의 발전은 시뮬레이션이 불가능했던 모든 분야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만들어, 지금까지 알 수 없었던 우주의 탄생과 인간의 진화를 포함한 ‘빅퀘스천(big questions)’에 대한 해답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 기술을 누가 먼저 확보하고, 먼저 적용하여 상용화할 수 있느냐에 미국, 중국을 비롯한 각국이 각축하고 있다. 이는 결국 양자컴퓨터가 인공지능 기술과 함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하여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우리는 지금 이 경쟁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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