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오피니언 <시평> 칼럼(2025-07-15)
與野 정당 지지도 불균형 심각
대선에선 범좌파-범우파 팽팽
국민 절반은 언제든 정권 비토
갈등 확대 땐 ‘먹사니즘’ 파탄
진정성 있는 협치 적극 나서고
특감 등 제도적 보완 서둘러야
지난해 12월 한밤중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로 시작된 정치적 혼란은 윤 대통령 탄핵과 6월 3일 대선으로 새 대통령이 선출됨으로써 수습 과정에 들어섰다.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는 49.4%, 그 경쟁자인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각각 41.1%와 8.3%의 지지를 받았다. 이는 범좌파와 범우파 세력이 팽팽한 정립 상태임을 보여준다. 이는 언제든지 국민 중 절반이 정부와 정권을 비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새 정부 출범 후 범우파의 큰 우려와 달리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인사·외교·국방·경제정책 등에서 비교적 신중한 행보를 지속해 그 지지율이 65%에 육박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56%까지 올랐다. 이와 대조적으로 패배한 국민의힘은 그 지지율이 24%대로 추락한 것은 물론, 내홍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이 대통령과 여당이 된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 상승이 향후 어떤 정치적 결과로 귀결될지 예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여당은 3대 특검과 이른바 ‘내란특별법안’ 발의로 야당인 국민의힘을 정조준하고, 기업 활동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상법 개정안·노란봉투법안, 여야 간 이견이 큰 양곡관리법안·방송 3법 개정안 등의 강행 처리에 나서고 있다. 이는 현 상태에서 정부·여당이 야당과의 협치(協治)로 국민통합을 지향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대통령과 여당이 행정·입법 권력을 장악하고 사법부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것은 막기 어렵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행보는 노무현 대통령 이래 역대 정부들에서 좌우를 막론하고 진행돼 온 정치적 갈등의 증폭을 더 키우게 될 것이다. 정치적 갈등의 확대는 정치의 타협과 조정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은 물론 결국 심각한 국론 분열로 귀결돼 대통령과 정부, 국회와 법원이 있어도 국가 본연의 기능인 ‘국리민복(國利民福)’을 도모할 수 없게 만든다.
우리나라 경제제도의 근간인 시장경제 체제는 자발적인 교환에 입각하고 있으므로 정치적 안정과 사회적 연대에 바탕을 둔 사회적 평화(social peace) 위에서만 제대로 작동한다. 또한, 이 대통령이 ‘먹사니즘’이라고 이름 붙인 경제 슬로건도 시장에 경쟁력을 가진 혁신적 기업이 많을 때만 실현될 수 있다. 더구나 우리가 지금 직면한 대내외 안보·경제 환경은 너무나도 엄중한 위험과 불확실성으로 점철돼 있다. 그러므로 이 대통령이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정쟁을 지양하고 야당과의 부단한 협상과 타협 노력으로 정치를 복원하는 것은 국민 여론을 통합해 이 난국을 타개할 가장 중요한 방안이 될 것이다.
대개 역대 대통령들은 당선되고 나면 자신들의 임기가 5년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심지어 대통령의 가족과 친인척들 그리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고위 공직자들도 호가호위(狐假虎威)하고 사익을 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해 결국 비극적 종말을 반복해 왔다. 이런 역사를 끊어내려면 지금 막 임기를 시작한 이 대통령을 비롯한 핵심 권력자들이 권력 행사를 지극히 자제하는 행보가 지혜로운 일이 될 것이다. 특별감찰관 임명을 포함한 제도적 장치에 더해 대통령실과 여당의 야당과의 진정성 있는 협치 노력은 지금까지의 정치적 극한 대결 상태를 종식시키는 이니셔티브가 될 것이다.
만일 이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이런 정치적 행보로 국민 여론 통합에 성공한다면, 이는 보이지 않으나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와 경제적 번영의 핵심 인프라를 재구축한 엄청난 치적이 될 것이다.
다른 모든 사람보다 지혜와 총명이 앞섰다는 고대 이스라엘 왕국 최전성기의 솔로몬 왕은 구약성경 전도서에서 ‘범사가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다’고 했고,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는 그의 시 ‘가을’에서 ‘머지않아 우리는 먼지가 되리니’라고 썼다. 우리 삶과 그 모든 여정은 기한이 정해져 있고, 영원할 것 같던 모든 것도 화살처럼 지나간다. 그러므로 인생에서 주어진 기회에 올바른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는 것은 지혜로운 지도자가 갈 길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