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쟁 시대, ‘反기업’은 패배의 길

문화일보 오피니언 <시평> 칼럼(2025-08-12)

by 이주선

광복 80년 선진국 진입했지만

자유와 번영 지속가능성 기로

세계질서 대전환 대응 급선무

범국민적 협력이 절실한 상황

야당 포함한 국론 결집 나서고

최전선 기업 최대한 지원해야


사흘 뒤면 80주년 광복절이다. 지난 80년은 수천 년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번영의 시대로 기록될 것이다. 일제 식민지 36년과 6·25전쟁이라는 국가 존망의 역경을 넘어 자유와 번영을 구가하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건국한 지 채 100년이 되지 않는 지금 우리는 다시 이 자유와 번영이 지속가능한지 시험받는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가장 주목할 사안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를 자유와 번영으로 이끌었던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와 시장경제 체제 기반 세계 질서의 ‘기준(norm)’이 급격히 쇠퇴하고 있는 점이다. 특히, 이 기준이 그 수호자 미국에 의해 급격히 뒤엎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판갈이(game change)’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개인이 아니라, 초강대국인 미국의 국민적 선택으로 봐야 한다.


사실, 이는 역사상 강대국들이 주종관계에 입각해 여타 국가들을 착취하던 국가관계로 미국이 노선을 전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맹국들에 대한 안보·국방 지출 확대 압박, 자유무역 질서의 근간인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형해화, 기존 자유무역협정(FTA) 무력화, 일방적 고율 관세 부과, 대미 투자 및 미국 상품·서비스 구매 압박 등은 이 판갈이의 핵심 내용이다.


이는 미국의 힘과 보호무역주의에 입각한 ‘일방적(unilateral) 규칙 기반’ 새 안보·무역 질서인데,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트럼프 라운드’라고 명명했다. 더 중요한 점은, 트럼프 이후 누가 집권하든 이 체제를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한미동맹과 자유 무역·투자 질서에 따라 자유와 번영을 구가해 온 한국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주적(主敵)인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러·중과의 동맹과 협력 강화로 날로 군사력을 강화하고 더한층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우리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에서 시각차가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우리 정치권의 안보·국방 관련 견해차와 국론 분열도 심해지고 있다. 이는 결국 자유와 번영의 근간인 평화 유지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므로 치명적이다.


또한, 대외 무역과 해외 투자로 경제적 번영을 구가해 온 우리나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 유리했던 자유 무역·투자 질서의 붕괴는 경제적 번영의 존망을 가를 불확실성을 초래한다. 이 불확실성의 확대는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 첨병인 기업들의 경쟁력에 이미 심각한 타격을 초래했고, 장기적으로 어떤 더 큰 타격을 가할지 예상 불가다.


이를 돌파하려면 정치적 리더십은 안보·국방 관련 정책에 대한 범국민적 지지와 협력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경제 전쟁의 최전선에 선 기업가들은 기업가정신 발휘로 경쟁력을 높여 이 사활을 건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지금 같은 절대다수 여당과 대통령 집권 상황에서 안보·국방 관련 국론을 통합하려면 소수 야당을 협력 상대로 인정하고 정책을 조율해서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만한 초당적 안보·국방 정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그러면 이 정책이 정권 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의 주권과 평화를 유지하는 초석으로 자리매김해 장기적 번영의 토대가 공고해질 것이다.


기업가정신 발휘는 정치·경제·사법 제도의 인센티브 시스템에 의해서 좌우된다. 심각하게 악화한 세계 시장에 기업이 적응하게 하려면, 기업가에게 발생한 불확실성의 부담과 비용을 덜어주고, 새로운 기회에 도전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 구축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현 상황은 복지나 평등보다 그 기반이 될 세계 시장에서의 기업 경쟁력 확보가 더 시급한 핵심 과제임을 말해준다. 이 기반이 허물어지면 기존 복지와 평등도 물거품이 될 수 있어서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서 오히려 법인세에 더해 기업 부담이 가중되는 규제를 늘리는 입법 추진을 가속화하고, ‘민생 회복 소비 쿠폰’ 같은 포퓰리스트적 재정 운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당연히 세계 경제질서 판갈이로 인한 불확실성을 강화해 기업가의 혁신 인센티브를 꺾음으로써 경제를 급격히 쇠락시킬 수 있다. 지금은 세계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기업들을 정부가 최우선으로 도와야 할 시기이지 부담을 가중시킬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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