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규제 철폐 더 절박해졌다

문화일보 오피니언 <시평> 칼럼(2025-9-9)

by 이주선

기술 대변혁과 안보경제 급변

제대로 대응 못하면 금방 낙오

AI 기술만큼 교육 혁신 중요


고등교육 투자는 참담한 수준

16년 족쇄 된 등록금 규제 풀고

교육세 배분 방식 당장 바꿔야


세계 경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무역 정책과 인공지능(AI)·양자컴퓨터 등 기술 대변혁이 맞물려 격랑의 바다에 들어서 있다. 미국의 트럼프식 경제 체제 전환이 여전히 시작 단계이고, 기술 대변혁도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이나 그 본모습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렇게 판이 뒤집혀 새로 짜이는 시기는 위기일 수도 있고, 기회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미 19세기 말에 이런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동아시아 3국 중에서 일본은 서구 열강의 거센 도전을 이겨내고 산업화와 선진화를 달성했으나, 한국과 중국은 식민지화와 후진국의 굴레를 면치 못했다.


그로부터 불과 100년 조금 넘은 21세기 초반 우리는 다시 유사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과연 우리는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기술 혁신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AI, 양자컴퓨터, 생명공학을 축으로 하는 3대 분야에서 미·중 등 선도 그룹과 동일한 수준의 혁신을 할 길을 찾아야 한다.


그 길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멀리 있지 않다. 교육에서 찾아야만 한다. 지금까지의 교육이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 체제에 숙련된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었다면, 향후 교육은 창의성과 다양성에 중점을 둬 기술 혁신에 최적화된 것이어야 한다.


지금은 AI가 많은 일을 대신해 주는 세상이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남겨진 부분은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찾아 의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러려면 대대적인 교육 혁신은 필수다. 이는 단순히 AI와 양자컴퓨터학과를 대학에 신설하는 것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모든 교육 체계를 일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은 기술 혁신을 위한 연구·교육을 할 만한 재정 여건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와 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4’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국가와 민간이 학교에 투자한 비용(인건비, 장학금, 연구개발비 등)을 학생 수로 나눈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고등교육(대학·대학원)의 경우 1만3573달러(약 1823만 원)로 OECD 회원국 평균(2만499달러, 약 2754만 원)에 한참 못 미쳤다. 이는 약 3만5000달러인 미국·영국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었다. 1만5000달러도 안 되는 나라는 12개국인데, 대개 남미나 동유럽 국가였다.


반면,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초등학생 1만4873달러(약 1998만 원), 중고등학생 1만9299달러(약 2592만 원)로 각각 OECD 평균(1만1902달러, 1만3324달러)보다 훨씬 높았다. 대학생 투입 공교육비가 중고등학생보다 769만 원, 초등학생보다 175만 원이나 적었다.


이런 대학 재정 여건의 지속적 악화는 주로 16년 이상 지속된 대학등록금 규제와 교육세 재원의 불합리한 배분 구조에 기인한다. 그 수입의 50% 이상이 등록금인 국내 대학(특히 사학)들의 재정구조에서 등록금 상한 규제는 대학 재정을 악화시킨 핵심 원인이다. 규제 도입 후 16년간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등록금 책정이 있었다. 대학 교육의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품질과 경쟁력의 악화가 초래된 원인이다.


또, 교육세 재원 배분의 초중등교육 편향이 지속돼 왔다. 교육세 재원은 과거 열악한 기초교육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기초교육 여건은 이미 획기적으로 개선됐고, 저출산으로 취학인구 감소가 추세가 된 지도 오래다. 하지만 경제성장에 따라 자동으로 늘어온 교육세 수입은 기초교육에 지나치게 배분되는 기존 구조를 그대로 유지해 기형적 공교육비 구조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므로 기술 혁신을 통해서 지금의 불확실성을 도약의 기회로 만들려면, 대학등록금 규제를 철폐하고 교육세 재원 배분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기술 혁신은 탁월한 교수 인력에 좌우되고, 이들의 확보와 지원에는 재원 마련이 핵심 선결 과제다. 탁월한 기술 인재가 서너 배 많은 연봉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산업체를 택하거나, 미국·중국 등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이 기회가 되려면 당연히 정부가 먼저 이 규제와 재정 개혁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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