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사법개혁’ 재고해야 하는 이유

문화일보 오피니언 <시평> 칼럼(2025-10-14)

by 이주선

프랭클린 루스벨트 사법개혁

여당 다수 의회였음에도 거부

아르헨에선 통과돼 독재 수단


민주당의 대법관 증원도 유사

3府 견제와 균형 와해는 위험

국가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1932년 57%의 지지로 미국 대통령이 됐다. 민주당은 상하 양원에서 다수당이었다. 취임 당시 대공황으로 노동자 4명 중 1명이 실업자였고, 대부분 빈곤했다. 루스벨트는 뉴딜정책으로 대응했다. 관련 법안들은 민주당 장악 의회를 무난히 통과했다. 여러 법 중에 사업계의 경쟁 제한, 노동자의 노조 설립권 강화, 근로기준 규제와 다양한 공공사업을 골자로 한 ‘전국산업부흥법’이 있었다. 이 법은 1933년 입법됐는데, 1935년 공화당 성향의 대법원은 ‘이례적 상황이라고 해서 초헌법적 권력을 창출·확대할 수 없다’며 공공사업 부문은 판단을 유보하고, 나머지 조항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위헌결정했다.


대법원은 사회보장법과 전국노동관계법도 문제 삼았다. 쟁송 중에 루스벨트는 1936년 61%의 전폭적 지지로 재선됐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비상시국 돌파 정책에 대한 대법원의 ‘딴지’ 반복을 막는다며 대법원 개혁을 주장했다. 그는 대법관 업무 과다를 막는다며 판사 수를 9명에서 15명으로 확대, 대법관 임기 70세로 제한, 6명의 신임 법관 대통령 임명을 호소했다. 이 법안은 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했어도 부결됐다. 그 결과 삼권분립 원리가 지켜졌고, 미국 민주주의와 번영의 근간이 됐다.


카를로스 메넴은 아르헨티나에서 1989년 여야 정권교체로 대통령이 됐다. 그는 페론당 출신인데, 대법관들은 급진당 출신 라울 알폰신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었다. 민주적 정권 이양이라 이들을 갈아치울 근거가 없었으나, 메넴은 줄기차게 대법관들의 사임을 종용하고 심지어 위협도 불사했다. 대법관들이 굴복하지 않자, 메넴은 취임 석 달 만에 대법관 수를 5명에서 9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켜 대법원을 수중에 넣었다. 이 법 또한 대법관의 업무 과다를 핑계로 내세웠다.


그 후 메넴은 헌법을 고쳐 대통령 임기 제한을 없앴다. 이는 민주화 후에도 대통령 권한이 비대해지면,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법의 지배가 훼손되며, 특권이 발생할 수 있음을 웅변한다. 결국, 메넴의 헌정 유린으로 아르헨티나는 민주주의에 대한 제도적 불신과 포퓰리즘 고착을 초래해 그 많은 천혜의 자연과 자원, 광대한 국토를 가졌으나 여전히 개발도상국으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의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의석수의 3분의 2에 근접한 175석을 확보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얼치기 비상계엄’에 따른 일련의 정치적 혼란기를 지나 지난 6·3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배출해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한 ‘힘센’ 여당이 됐다. 이후 민주당은 지난달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는 이른바 ‘검찰개혁’ 입법을 완료했다. 또, 민주당은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자칭 ‘사법개혁’ 입법안들을 발의했다.


민주당과 이 대통령의 이런 ‘개혁’ 추진 배경에는, ‘검찰과 법원의 소추와 재판이 불공정하다’ ‘사법부는 임명된 권력이므로,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국회의원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과 입법·행정·사법 3부(府) 견제와 균형을 와해시킬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1987년 헌정체제’는 현 집권 여당의 주류 세력이 박정희·전두환 군부독재를 타도하고 쟁취한 것이라고 자랑하는 정치체제다. 또한, 이는 우리나라가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실현했다고 세계 각국이 칭송하고 부러워하는 성취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현 집권 세력이 그 근간을 와해시킬 수 있는 발상과 제도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독재로 가는 길을 포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는 정권을 잡지 못하면 부메랑이 될 것이므로, 정치인과 정당들이 선거에서의 경쟁을 전쟁처럼 격화시키고, 승리를 위해 포퓰리즘을 주저하지 않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결국, 이는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인 미국의 대런 애스모글루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교수의 예견처럼 경제가 소수 엘리트 집단을 위한 착취적 제도들로 채워질 위험성을 키울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당의 ‘사법개혁’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와 번영을 위해서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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