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오피니언 <시평> 칼럼(2025-11-11)
충격적 10월 대책 부작용 속출
4개월만에 부동산 대책 3전 3패
진보정부 때마다 집값은 급등
실수요자도 자산 증식 더 중시
투기자와 억지 구분은 비현실
기존 공급책 신속 완결도 중요
이재명 정부는 출범 넉 달 만에 부동산 대책을 세 번이나 발표했다. 6월과 9월에는 대출 축소를 골자로 한 수요 억제책을 내놨다. 10월에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의 토지거래허가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 분양권 전매제한 기한 확대,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 다주택자 취득세·양도세 강화 등을 망라해서 시장에 큰 충격을 가했다. 정부가 이렇게 한 이유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해서이다. 출범 초이던 6∼7월 서울 주택 평균 가격은 14억 원대 초였는데, 9∼10월에는 15억 원에 근접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출범 후 4개월간 약 4.6% 올라 주택가격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문재인 정부 초기(2.3%)의 2배에 달했다. 특히, 성동·송파·마포구 등은 8∼11%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 대책들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현 상황에 대책이 부적절하므로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민주화 이후 서울 주택가격은 진보 성향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동안 급격히 상승했다. 주택 가격은 김영삼 정부 말 2억5000만 원에서 김대중 정부 말 3억5000만 원으로 40%, 또한 거의 모든 부동산 세제·규제를 총동원한 노무현 정부 말 5억3000만 원으로 77% 치솟았다. 다시 박근혜 정부 말 5억8000만 원에서 28회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문재인 정부 말에는 12억6000만 원으로 117% 폭등, 2배 넘게 올랐다. 그리고 현 정부에서 15억 원대에 근접했다.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나 수요를 무시한 공급 대책이 가파른 가격 상승과 관계가 있음을 말해준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주택은 거주를 위한 소비재이자 강력한 투자 수단이다. 주택의 이 양면성은 수요 억제책에 의한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 정책 실패의 단초는 주택 실수요자와 주택 투자자(부동산 투기자) 구분에서 시작된다. 대개 실수요자도 거주보다는 자산 증식을 먼저 생각한다. 그러므로 실수요자와 투기자를 구분하려는 대출 제약과 세금 중과는 다양한 시장 왜곡과 부작용을 초래한다. 결국 이는 시장에서 실수요자는 거의 배제하고, 여유 자금을 가진 이른바 ‘투기자들’만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여유 있는 투자자들이 ‘똘똘한 한 채’를 택하고 매입 가격보다 낮아질 경우 보유를 택해서, 가격을 하방경직적이 되게 한다. 대대적 수요 억제책이 시행된 진보 정권 시기에 폭등이 반복된 것은 이런 정책에 대한 시장 반응에 기인한다.
다른 중요한 이유는, 수요는 실시간으로 변동하는데 공급은 상당한 시차(time lag)가 있어서이다. 서울 주택 수요자는 서울 시민만이 아니다. 지방 거주자, 기업, 외국인과 외국 기업, 금융자본 등 전 세계에 있다. 수요 억제책과 공급 제약은 투자 수익성을 크고 안정적으로 만들어 이들의 참여를 촉진한다. 5년 임기 정부가 주택 공급책을 지금 내놔도 임기 내 공급은 어렵다. 그러므로 공급을 확 늘리려면 새 공급책이 아니라 기존 공급책들을 신속히 완결해야 한다. 그러나 새 정부마다 이전 정부 공급책을 뒤엎고 이념에 입각한 정책을 시도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을 확신케 해 수요 확대를 촉발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동산 대책을 시장 친화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주택 수요자와 공급자를 투자자로 보고 그 인센티브에 부합하는 정책 방향을 택해야 한다. 다양한 대출 규제는 금융기관 건전성 기준에만 적합하면 완화하고, 거래세를 낮춰서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 또, 임기 내 공급 최대화를 위해 역대 정부의 기존 공급책 완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초과 수요인 서울과 수도권 공급을 늘리되, 수요는 서울에 있는데 과잉 공급 지역인 일산·파주나 지방 공급을 확대하는 헛발질을 그만둬야 한다. GTX 역세권 주택 공급 확대도 GTX 개통 일자 확정과 재정·예산 우선 투입으로 실현 가능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
또 하나, 신속 공급을 위해서 LH 등 공기업을 동원하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과거 진보 정권들도 LH 등 공기업을 대대적으로 동원하고 임대주택의 획기적인 확대를 공언했는데 실현된 적은 없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공기업 임직원의 부패·비리가 발생해서 공분을 사고 정권에 심각한 부담을 안겼을 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