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오피니언 <시평> 칼럼 (2025-12-9)
10년 뒤 도래할 ASI 시대 놓고
금붕어·상하수도 대화 큰 의미
공평성 강조하면 경쟁력 저하
에너지가 약점이란 지적 통렬
잘못하면 ‘단말기 국가’로 전락
李정부 집권기에 명운 갈린다
사람 지능의 1만 배에 달하는 초지능(artificial super-intelligence)이 등장하면 인류는 어떻게 될까? 최근 방한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초지능 시대에는 인간이 금붕어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인공지능(AI)을 상·하수도 같은 전 국민 인프라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 짧은 대화에 우리나라가 당면한 기술·정책·문명 전환의 압축된 질문이 담겨 있다.
손 회장은 10년 내 범용인공지능(AGI)을 넘어서는 초지능이 나와 사람과의 지적 능력 격차를 인간-금붕어 수준으로 벌려 놓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초지능은 인간 문명을 재설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지만, 인간은 결과를 겨우 해석하는 ‘외곽 관찰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는 또 우리 약점으로 에너지를 지목했다. 초지능에 필수인 데이터센터·반도체·통신망 운영에 막대한 전력과 냉각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두뇌’는 해외에 있고, 우리는 ‘단말기’나 쓸 수도 있다.
반면, 이 대통령의 말은 AI를 권력과 자본의 독점 도구가 아니라, 상·하수도처럼 모든 국민이 누리는 사회 인프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가 역량의 1, 2, 3순위를 초지능 시대 준비에 두라’는 손 회장의 조언에 이 대통령은 ‘AI 개발의 초점을 권한 집중이 아닌 공평성 확보에 두겠다’고 답한 셈이다. 이 대통령의 목표는, 당위성은 있으나 AI 발전의 현 단계에서 초지능 확보와 그 경쟁력 제고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대부분 혁신은 불확실성 아래서 더 큰 이익을 차지하려고 먼저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다. 이 혁신의 본질적 특성은 격차와 승자독식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에 혁신을 어렵게 하여 그 혜택 공유의 기회를 앗아간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05년 그의 책 ‘특이점이 온다’(Singularity Is Near)에서 2045년쯤 AI의 초지능 수준 도달을 처음 예견했는데, 손 회장은 커즈와일보다도 그 시기를 10년여 앞당겼다. 문제는, 사람과 초지능의 관계가 ‘협력일지, 적대일지’ 사전에 결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의 낙관 시나리오에서 초지능은 사람을 확장하는 파트너다. 나노봇을 통해 뇌와 연결된 사람은 지능을 수백만 배 확장하고, 질병·노화·죽음을 초월할 수 있다. 일의 대부분은 AI가 하고 사람은 문제 정의, 전략 수립, 협상, 현장 관리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소수의 초거대언어모델(LLM)과 그 소유 기업·국가만 이익을 독점하고, 다수는 플랫폼 환경에서 ‘디지털 소작농’이 될 수 있다. 손 회장의 ‘금붕어’ 발언은 어느 쪽도 가능함을 암시하며, 초지능의 등장이 문명 구조 재편의 전환점이 될 것이란 데는 양쪽 다 동의한다.
그렇다면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인프라와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반도체·통신·제조에 강점이 있지만, 전력·데이터센터·냉각 인프라 등 AI 시대 ‘물적 기반’은 취약하다. 초지능 시대에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는 새로운 제조업·수출산업이자 안보 인프라다. AI 수요를 고려해 새 원전 추가를 포함한 장기 전원계획을 획기적으로 재편하고, 관련 규제·입지·환경 갈등을 조정해 이 병목을 신속히 해소해야 한다.
둘째, 기업의 환골탈태적 AI 전환이 필수다. 기업의 AI 채택은 단순 업무 효율화가 아니라, 조직 구조와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전환을 수반하는 근본적 변혁이어야 한다. AI는 경영전략 수립부터 이사회 감독, 데이터 거버넌스, 윤리·책임 소재까지 모든 층위를 재편하고, 이를 바탕으로 업무가 재설계되고 노동자들이 재배치돼야 한다.
셋째, 획기적 교육혁명은 필수이다. 이미 일이 상당 부분 AI에 잠식당하고, 일상생활도 AI로 인한 불확실성과 위험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개인은 일상에서 AI를 활용해 능력 개발과 대(對)AI 상호 보완성 확대에 나서야 한다. ‘AI 리터러시’를 조속히 확대하기 위한 학교교육의 대변혁과 신속한 장·노년층 교육 시스템 확보는 ‘공평한 AI 시대’를 열기 위한 필승 전략이다.
초지능 시대에 금붕어가 될 것인지, 핵심 플레이어가 될 것인지는 향후 10년간 우리가 준비하기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