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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직 Jun 09. 2024

실용적인 브랜드의 정의

실질 가치와 인지 가치

브랜드는 무엇일까요? 브랜드가 무엇인지 검색해 보면 아래와 같은 정의가 나옵니다.


1. 비즈니스가 지켜야 하는 철학

2. 고객들을 즐겁게 하는 영감과 아이디어

3. 팬덤을 만들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

4.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만드는 것

...


참 멋진 말들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어렵습니다. 이런 말들은 브랜드에 대한 멋진 영감을 주지만 아쉽게도 실무자가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차리기에는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브랜드 전문가는 아니지만, 외국계 기업에서 오랜 헤리지티를 가진 브랜드를 마케팅해 보기도 하고,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키워 보기도 했는데요. 이를 통해 알게 된 ‘실무적인 관점’으로 브랜드를 정의해 보고자 합니다. 전문가 수준이 아니라 단순하고 실용적인 정의가 필요한 초보 마케터들을 위해서요. 





브랜드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실질 가치(physical value)와 인지 가치(perceived value)가 다르다는 것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실질 가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진 물리적인 가치를 말하고, 인지 가치는 이를 고객들이 해석해서 인식하는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가치를 말해요.


아이폰에 대입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의 실질 가치는 ‘슈퍼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에 A16 바이오닉 칩의 5코어 GPU가 탑재되어 있는 소형 컴퓨터’입니다. 하지만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아주 소수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슈퍼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가 무엇인지, A16 바이오닉 칩과 5코어 GPU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전혀 문제없이 아이폰을 구매하는 '결정'을 할 수 있어요. 


앱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토스를 생각해 볼까요? 토스를 열어 보면 수십 가지의 기능이 있지만 모든 기능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송금이 빠르고 안전하게 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과 인증을 통해 송금이 되는지 알고 이용하는 유저도 극소수 일 거예요. 하지만 우리 모두는 다양한 서비스 중 토스를 쓰겠다고 ‘결정’하고, 토스를 사랑해 마지 않는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실질 가치를 잘 알지 못하지만 의사 결정이 어렵지 않은 이유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실질 가치가 아니라 인지 가치에 의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례들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어요. 그러면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1. 실질 가치는 인지 가치의 형태로 해석된다

2. 인지 가치는 고객의 결정에 영향을 준다

3. 인지 가치는 탐색의 어려움을 줄여준다

4. 인지 가치는 고객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게 한다



세스코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우리는 벌레로 고민이 생길 때 가장 먼저 세스코에 연락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세스코가 구체적으로 어떤 실질 가치를 제공하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그저 세스코가 우리를 벌레로부터 해방시켜 줄 것이라는 인지 가치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벌레 퇴치 서비스를 탐색하는 수고로움을 줄여 줘요. 


볼보도 마찬가지예요. 가장 안전한 자동차가 필요할 때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습니다. 하지만 볼보가 BMW나 벤츠보다 어떤 점에서 더 안전한 실질 가치를 가지는지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우리 모두 볼보가 안전하다는 인지 가치를 이해할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볼보를 구매할 때 기꺼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합니다. 


저는 이 ‘인지 가치’가 바로 브랜드의 정체라고 생각해요. 고객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지 가치가 바로 브랜드인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훌륭한 실질 가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 둘은 사실 한 쌍이에요. 제가 일했던 회사에서는 제품의 실질 가치를 책임지는 사람을 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 인지 가치를 책임지는 사람을 브랜드 매니저(Brand manager)라고 불렀습니다. 


앞선 사례를 보면 알겠지만 인지 가치가 반드시 감성적이거나 창의적인 필요는 없습니다. 고객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줄 정도면 충분하죠. 그래서 브랜드는 반드시 감성적이거나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실무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브랜딩, 브랜드 마케팅을 아래와 같이 정의해요.


1. 브랜드 = 인지 가치 

2. 브랜딩 = 인지 가치 > 실질 가치

3. 브랜드 마케팅 = 자사의 인지 가치 > 타사의 인지 가치


브랜드는 고객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인지 가치를 말합니다. 브랜딩은 실질 가치보다 더 큰 인지 가치를 만들기 위한 모든 직/간접적인 활동을 말해요. 패키지를 통해, 웹사이트를 통해, 명함을 통해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의 인지 가치가 실질 가치보다 더 크고 튼튼해지도록 만드는 모든 활동을 말하죠. 브랜드 마케팅은 브랜딩에 ‘투자’와 ‘경쟁사’의 관점이 들어갑니다. 마케팅은 투자를 통해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하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브랜드 마케팅은 마케팅 관점의 투자를 통해 경쟁사의 인지 가치 대비 자사의 인지 가치가 더 크고 튼튼해지도록 만드는 마케팅 활동을 말합니다.





이렇게 정의만 한다고 쉽게 브랜딩이나 브랜드 마케팅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브랜드를 정의했다면 브랜드, 즉 인지 가치를 통해 고객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프레임워크를 알고 활용하는 것이 필요해요. 이를 ‘브랜드 빌딩 프레임워크(Brand Building Framework)’라고 부릅니다. 시간이 된다면 브랜드 빌딩 프레임워크에 대한 이야기도 해 볼게요 :) 


더 깊은 이야기는 인스타그램 @zseo_hj, 링크드인 @서현직으로 DM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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