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그다음이 분명해지려면 스토리텔링이 필요합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서로 모양이 달라 딱 맞지 않는 구슬들을 얻게 되는데, 그 구슬들을 꿰어 스토리를 만들어 내면 데이터 다음에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분명해집니다. 그래서 데이터와 스토리텔링은 얼핏 서로 상반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상호 보완적입니다.
아프리카 어느 국가에 유아 사망을 방지하기 위한 백신을 보급했는데, 유아 사망률이 낮아지지 않았습니다.
이 데이터를 보고 백신 보급량과 유아 사망률 사이에 상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아이들이 병원에 오지도 못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상상력을 발휘했습니다. 이 생각으로 아프리카 현장을 방문해 유아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백신이 아니라 병원까지의 도로망과 이동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적절한 결론을 찾은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15일 이내 재구매율이 떨어졌다는 데이터를 보고 문제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객단가가 높아지고 있다는 다른 데이터를 보고 ‘물가가 올라 고민에 시간이 더 필요한 게 아닐까’하는 호기심을 가졌습니다. 이 생각으로 15일이 아니라 20일, 30일의 재구매율을 살펴보고 이것들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 고민이 길어진 고객들에게 더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똑같은 전환율 하락 데이터를 보더라도 누군가는 상관성을 파악하기 위한 회귀 분석 모델링으로 나아갑니다. 전환율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기존 광고 소재의 효율 하락이라는 것을 알아내지만, 결국 왜 고객들이 기존 광고를 외면하게 되었는지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반면 누군가는 파악할 수 있는 근거들을 긁어모아 상상력을 발휘해 그럴싸한 이유를 찾아냅니다. 많은 근거들 중 하나의 스토리로 꿰어낼 수 있는 것들을 모아 고객의 행동을 유추해 내는 거죠. 고객의 행동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데이터 그다음이 결정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데이터의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숫자 뒤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광고의 성과가 생각보다 좋았다는 데이터를 보더라도 누군가는 그냥 그 광고를 반복하는 결정을 합니다. 틀린 생각은 아닙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왜? 무엇 때문에?’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이것 때문인가? 이렇게 하면 더 성과가 좋아지려나?’라는 상상을 발휘합니다.
이렇게 데이터가 같더라도 데이터, 그다음이 달라집니다. 호기심과 상상력에 따라.
사람들은 데이터 분석을 잘한다고 하면 고도화된 분석 방법론이나 모델링 같은 것들을 활용하는 것을 생각합니다. 복잡한 지표나 계수들을 만들어 활용하기도 하고요. 좋은 방법이지만 그것 만으로 충분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지표나 계수 그 자체가 말해주지 않는 여백을 상상력과 호기심을 발휘해 채우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서로 동떨어져 있는 근거들 중 그럴싸하게 연결되는 것들을 모아 꿰어 스토리를 만들어 냅니다. 스토리가 만들어지면 데이터 속 숫자 뒤에 있는 고객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고 우리가 해야 하는 일도 분명해집니다. 데이터와 스토리텔링이 상호 보완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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