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현직 Sep 15. 2023

몰입과 성장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고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으며 알게 된 몰입의 중요성을 커리어와 성장의 관점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유명한 심리학자 스키너는 ‘스키너의 상자’로 불리는 강화이론으로 인간의 행동을 대부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둘기를 상자에 가두고 배가 고플 때까지 내버려 둔다. 비둘기가 임의의 행동, 예를 들어 고개를 돌리거나 날개를 펼치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하면 씨앗을 준다. 씨앗을 더 먹고 싶은 비둘기가 강박적으로 날개를 펼친다. 이것이 스키너가 말하는 강화 이론이다. 우리와 우리의 행동은 그동안 살면서 경험한 강화훈련의 총합일 뿐이다. 스키너는 인스타그램을 보며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사용자게에 ‘하트’와 ‘좋아요’를 줘서 셀카를 찍는 행동을 강화한다면 사람들도 비둘기처럼 강박적으로 셀카를 찍기 시작할까?


2. 또 다른 심리학자 미하이가 보기에 이것은 인간의 심리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바라본 관점이었다. 미하이는 보상이 없이도 어떠한 행동에 몰두하는 사람들에 관심을 가졌다. 바로 예술가들이다. 미하이는 예술가들을 관찰 하면서 그들이 무엇에서 동기를 얻는지 알고 싶었다. 그들이 아무런 보상없이 하나의 대상에 그토록 오래 집중할 수 있는 이유는 과정 때문이었다. 과정 자체가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래서 미하이는 아무런 보상없이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다양한 비전문가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모두 과정에 매료되어 있었다. 미하이는 그 때까지 사람들이 연구하지 않은 이 인간의 본능에 ‘몰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과정 자체에 집중하는 이 몰입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 중 가장 깊은 형태의 집중 상태다.


3. 개인이 성장하는데도 몰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러가지 일을 오갈 때는 몰입이 힘들어진다. 여러가지 일을 오갈 때는 뇌에 전환 비용이 발생한다. 업무 사이를 오갈 때 뇌는 살짝 뒤로 돌아갔다가 일이 어디서 끝났는지 파악하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한다. 책을 읽다가 문자 메시지에 답을 하고 다시 책을 읽을 때, 어디서 부터 읽었는지 찾다가 다시 읽기 시작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그것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여러 일을 오가느라 깊이 생각하는데 시간을 쓰지 못하고, 정작 어려운 문제를 풀지 못하게 된다.


4. 실험에 따르면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한 사람은 한 가지 일만 집중적으로 한 사람들보다 본인이 한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성장에 경험과 기억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멀티 태스킹은 개인의 성장에도 치명적이다. 이는 경험도 기억으로 바꾸는데 정신적 여유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사람들은 그 에너지를 두뇌의 전환에 쓰느라 자기의 경험을 기억으로 저장하지 못한다. 똑같은 시간을 일 한다고 생각해 보면 한 가지 일에 집중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같은 양의 경험을 더 많은 기억으로 저장시킨다. 이것이 개인의 성장에도 집중과 몰입이 필요한 이유이다.


5. 몰입을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이는 회사에서 성장을 바라는 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먼저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추구하는 동안 다른 목표는 옆으로 치워 두어야 한다. 몰입은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할 때 일어난다. 두 번째는 의미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유의미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진화했다. 이것이 개구리가 먹을 수 없는 돌맹이보다 먹을 수 있는 파리에 훨씬 오래 집중하는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적당한 난이도가 필요하다. 능력의 한계에 가깝거나 조금 벗어나는 일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목표가 너무 쉬우면 ‘자동 운전 모드’가 되어 버리고, 너무 어려우면 불안해서 집중을 할 수 없게 된다. 내가 몰입하여 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세 가지 조건을 먼저 확인해 봐야 한다.


6. 특히, 불안은 몰입을 크게 저해한다. 몰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 시야에 사자나 곰이 있다면 무언가에 몰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안전한 환경에서 몰입하는 일은 무척 훌륭한 전략이다. 무언가를 깊게 배우고 이해하며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험한 환경에 있을 때 한 가지에만 몰입하는 것은 바보같은 전략이다. 우리는 불안한 환경에 있을 때 경계를 하면서 위험의 단서를 찾기 위해 집중력을 분산한다. 관련된 연구가 많아져 간단한 질문으로 초기 ADHD를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때 가장 핵심적인 질문 중 하나는 ‘주위에 당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습니까?’이다. 회사에서 불안함을 느끼면 무언가에 몰입하여 일 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대로 직원들이 몰입하여 일 하기 바란다면 일단 ‘이 곳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해야한다.


7. 세상은 집중하여 바라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 무언가를 제대로 이해하고 배우기 위해서는 긴 시간 동안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여유를 가지고, 물음을 던지고, 깊게 사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집중하여 직접 고민해 보아야 한다. 물론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서 통찰을 얻기도 한다. 유튜브에서도 효율적으로 배움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통찰을 얻는 지배적인 수단이 되고 나면 배움의 질이 급속히 낮아질 것이다.


8. 마술가들은 마술에 얼마나 잘 넘어가느냐가 지능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마술에 잘 넘어가는 이유는 집중력의 한계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 때문이다. 마술은 집중력의 한계에 대한 것이다. 마술사가 관객의 초점을 통제할 수 있으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속일 수 있게 된다. 바닥난 집중력은 중요한 일에 대한 초점을 잃게 만들고 오로지 자신에게만 관심을 가지게 만들어 배움과 성장을 멈추게 한다. 이는 나르시시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


9.이럴 때는 잠시 여유를 가지고 집중을 되찾아야 한다. 실험 결과 아마존은 페이지 로딩 속도가 0.1초만 느려져도 상품을 끝까지 구매 하려는 사람의 수가 크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뇌가 우리의 충동을 따라잡고 질문을 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너 정말 이거 더 보고 싶니?’. 만약 아니라면 결단력있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스페인 작가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가 말했다. “준비될 때 까지 삶을 미룰 수는 없다… 삶은 우리의 코앞에서 발사된다”.


10. 어떤 사람들은 집중력도 타고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학이 발전함으로써 밝혀진 사실 중에 하나는 유전자는 운명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보다 유전자는 확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가깝다. 유전자는 환경적 요인에 따라 발현되거나 발현되지 않는다. 우리의 경험은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와 유전자가 표현되는 방식을 바꾼다. 결국 우리가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느냐는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영향을 받는다. 내가 가장 몰입할 수 있는 회사, 환경, 문화를 끊임없이 찾고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전자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더 깊은 이야기는 인스타그램 @zseo_hj, 링크드인 @서현직으로 DM 보내 주세요 :)



매거진의 이전글 트레바리에서 같이 책 읽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