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취향의 문제

개인의 취향, 타인의 취향

by 별바다

삼십 대, 이것이 좋고 저것은 싫다는 것에 있어 어느 정도 선이 드러나고

그 취향이 맞고 안 맞고의 문제가 사람을 만나고 사귐에 있어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소개를 할 때 취미는 뭐고, 주로 이런 것을 하고, 영화는 이런 것을 즐겨 본다고 소개를 하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 더 공유할 것이 많아지고 공감대 형성이 잘 되어 이 사람이 바로 내가 찾던 그 소울메이트구나, 하는 생각으로 결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감정의 문제와 별개로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관계의 틈이 발생하고 결국 극복하지 못하여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


보통은 그렇게 취향이 맞고 안 맞음으로 서로에 대한 호감도가 결정되는 것을 생각하면

나 역시도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얘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나는 종종 그럴 때 머뭇거리는데,

첫째는 내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겠고

둘째는 내가 특별한 취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다양한 분야에 얕은 관심과 얕은 지식들을 가지고 있다.

운동, 미술, 음악, 공연, 영화, 여행, 나들이, 패션 등. 모든 것들을 즐기지만 이것들이 없다고 해서 내 삶이 우울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것저것 관심은 가고 한 번씩은 해 보나, 특별히 한 분야를 오랫동안 하거나 그것에 대해서 준전문가 정도의 지식이나 식견, 기술을 가지는 정도의 취미는 없다. 끈기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고 빠지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어떤 것을 할 때 더 즐거운지, 어떤 것이 나의 취향인지 말하는 것이 어렵다. 이 정도 나이가 되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어느 정도 말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나에 대해서 어떻다고 표현하는 것이 참 어렵다.


취향이 특정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특별히 의식하지 않았다. 나는 무엇을 하든 즐거웠고, 어디 가서나 즐길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인생에 있어 안정성을 지향하는 시기가 오고, 전반적인 에너지가 조금 떨어지는 요즘이 되니 그 어떤 특별한 취향에서 오는 자기 위안이라는 것이 조금 아쉽다.


취향이 선명하지 않은 탓에 나는 그 어느 누구와도 쉽게 친해질 수 있지만 그 어느 누구와도 특정 주제에서 깊이 있는 대화와 교감을 하는 경우가 적은 것 같다. 이것이 내가 사람을 만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취향이 명확한 사람들은 그 취향과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하지만, 어쨌건 기준은 명확해서 구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나의 경우는 그게 아니라서 서로 웃으며 얘기할 수는 있지만 맞장구 치며 박장대소할 수 있는 관계가 되기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인생을 취향으로만 사는 것은 아니다.

취향을 가로지르는 인생관이 있고, 하루하루 마주하게 되는 현실 문제에서의 대처와 가치관에 있어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마음을 터놓고 삶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지인들이 있다. 오랜 시간 서로를 지켜봐 왔기 때문에 삶과 일상,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에도 삼십 대, 연애와 결혼이라는 주제 앞에서 취향 없이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휴.

괜히 별 생각이 다 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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