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힘들어서 쓰는 글

관계. 어른되기. 쏟아붓기.

by 별바다

사실 이렇게 내 심경을 쓰고 있을 때가 아닌다. 하지만 우선 좀 쏟아붓고 시작해야겠다.

솔직히 너무나 현타 오고, 너무나 노잼 시기고, 진정으로 위기감이 느껴진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고, 내가 살아온 것에 대한 회의감도 든다.

무엇 때문인가 생각해 보면
내가 만나는 사람, 교감하고 일상을 나누고 사랑을 주고받을 사람이 없기 때문인지,
내가 최근에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거절을 당한 데 대한 상처 때문인지,
아니면 나이 때문인지 모르겠다.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내가 살아온 방식에 대해서도 위기감을 느낀다.
나의 시각과 삶의 가치관을 정립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거 없이 너무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 것 같다.
특별히 노,라고 말하지도 않고
발버둥 치지도 않고
그저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하루하루 해내고, 버티며 살아온 것 같고
나를 억누르며 살아온 거 같다.

그러면서도 똥고집은 있어서
내 색깔이 있기에 누군가를 만나는 게 쉽지 않은가 싶다.

내가 이렇게 마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최근에 들어서 새삼 알게 된다.
나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할 것 같다.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해 놓은 게 없는데
지금이라도 하지 않으면 이 느낌이 더욱 심해질 것 같다.
지금이라도 무언가를 하나씩 해 나가야 할 텐데,
무엇을 해나가야 할까.

너무 답답하다.
이건 결혼을 한다고 해서 딱히 이루어지는 것도 아닐 것 같다.
내가 바라는 모습의 상대방을 만나고 싶은 건, 내가 가지지 못한 그 무언가를 가진 사람과 함께 있다 보면 나도 자연히 물들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일까.
하지만 그 역시 나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런 사람 만나면 더 힘들 것 같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위기감이 들고 힘들다.
난 왜 아무 생각 없이 살아왔을까.
내 아이가 있다면 나처럼 살지 말라고 하고 싶다.
그 말 하고 싶어서일까.
나처럼 아닌, 멋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보고 싶은 욕심 때문인 걸까.
내 아이와 이야기하고 싶고 장난치고 싶고 잘 지내고 싶은데.

적당한 유머로 나의 상황을 웃어넘길 수 있는 마음의 단계가 조금은 지나, 요즘은 혼자 있을 때 제법 우울하다.
우울감 때문에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최근에는 하지 않아서 이번 연휴의 마지막 날인 오늘의 부담감은 너무나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일을 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텐데.

이미 벌써 휴일이 다 지나고, 데드라인은 모레로 다가오고. 울고 싶은데 딱히 혼자 있다고 해서 펑펑 눈물이 나오지는 않고. 지금 이렇게 울거나 글을 쓰면, 또 그 시간적 부담이 고스란히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

무엇을 하든 왜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이렇게 힘든 상황을 넘기면 또 한 번 크게 성장하겠지.
그래, 내가 커 나가는 과정인 거겠지.
그래, 성장통이라고 생각하자.
서른 중반, 이제야 성장통.

내년엔 꼭 혼자 살아야겠다.
이제라도 진짜 어른이 되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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