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지난 20년간 남성복 패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낸 컬렉션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오늘날의 패션 시장은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옷을 입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패션위크나 화보를 통해 선보이는 새로운 실루엣과 스타일링은 소비자들에게 온전히 정착되는데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특히 남성 패션에 있어서는 크게 도드라지죠.
한때 딱 달라붙는 스키닛 핏의 청바지가 런웨이에 올랐고 그 패션을 곧바로 따라 입었던 남자들은 놀림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그 청바지는 시간이 흐른 뒤 수많은 남성들의 옷장에 가득 차게 됩니다.
이번 컨텐츠에서는 지난 20년간 남성 패션에 큰 영향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 런웨이 쇼 PART.1을 소개합니다.
라프 시몬스의 2001년 봄·여름 컬렉션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가 그 시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를 아는 사람은 많이 없을 겁니다. 언론에서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만이 흘러나왔을 뿐이죠. 그는 다음 시즌인 2001년 가을·겨울 시즌을 통해 돌아왔고 많은 팬들은 환호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걸작은 다음 시즌이었습니다.
에너지, 저항, 분노 등 젊은이들의 모든 감정들을 담아냈던 이 컬렉션에서는 라프 시몬스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었던 그래픽 디자인이 한 단계 더 발전한 듯 보였고 그저 시시하고 허무맹랑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디자이너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사실 헬무트 랭은 2003년 훨씬 이전부터 자신만의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선보였던 디자이너였습니다. 90년대 패션계에 군림했던 셀러브리티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던 디자이너이기도 했죠. 그의 실용적인 디자인과 완벽한 재봉을 선보였던 이 컬렉션은 천재적인 그의 실력을 볼 수 있었던 쇼였습니다.
2003년 가을·겨울 시즌은 분명히 남성 패션의 결정적인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돌이켜보자면 수많은 디자이너들은 90년대에 떠올렸던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2000년대에 이르러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그중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컬렉션이었죠.
2000년대 초반 쏟아져 나왔던 컬렉션들은 20년이 지난 뒤에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름을 알리고 있는 많은 디자이너들에게는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죠. 앤 드뮐미스터는 80년대 후반부터 자신의 로맨틱한 펑크스타일을 선보여왔고, 이 컬렉션이 그중 가장 표현을 잘 해낸 컬렉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생 로랑을 넘어 현재 셀린느의 아티스틱 디렉터를 맡고 있는 에디 슬리먼의 현재 작품들은 여기저기서 많은 잡음이 나오고 있지만 그가 디올 옴므에서 보여줬던 컬렉션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훌륭했습니다.
에디 슬리먼은 디올 옴므에 몸 담았던 시절, 자신만의 힘으로 남성들이 패션에 눈을 뜨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단지 몇 시즌만에 당시 남성들이 즐겨 입던 헐렁한 청바지가 아닌 몸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 핏의 청바지를 유행시켰고 에디 슬리먼이 만들어낸 디올 옴므의 옷을 입기 위해 다이어트를 결심했던 칼 라거펠트의 일화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패션계에 일으킨 돌풍은 인정될만한 업적이고 많은 이들이 수긍하고 있습니다. 그가 연출했던 디올 옴므의 "LUSTER" 컬렉션은 런웨이 쇼의 시각적인 연출과 의복에 관한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만이 보여줄 수 있던 최고의 남성복이었죠.
국내에서는 생각보다 이 브랜드를 아는 이가 많지 않습니다. 굉장히 매니아틱한 브랜드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죠. 캐롤 크리스찬 포엘은 이 컬렉션에서 화가 에곤 실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작품들을 굉장히 충격적인 방법으로 선보였습니다.
현재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밀라노의 나빌리오 운하의 물속에 직접 모델들이 떠다니게끔 연출한 이 컬렉션은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개했던 패션쇼입니다. 그는 당시 에디 슬리먼과 라프 시몬스가 주도했던 스키니 한 실루엣을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보여줬습니다. 이 실험적인 패션쇼를 선보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동시대 디자이너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죠.
그는 실제로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기도 했습니다. 세계적인 패션 컬렉터 데이비드 카사반트와 래퍼 칸예 웨스트가 그의 작품들을 대량으로 구매했다는 이야기도 매니아들에게는 유명한 일화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