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미즈 케이조와 다이키 스즈키
일본의 패션을 대표하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항상 거론되는 인물이 있습니다. 후지와라 히로시, 니고, 레이 가와쿠보, 요지 야마모토, 이세이 미야케 등 수많은 인물들의 이름이 나오곤 하는데 이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네펜데스의 설립자이자 니들즈, 사우스2 웨스트8에서 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는 시미즈 케이조입니다.
그는 1988년 네펜데스를 설립해 미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가의 대표적인 아이템을 소개하며 일본에 새로운 패션을 전파하는 것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시미즈 케이조는 이에 그치지 않고 네펜데스의 스타일을 알리기 위해 옷을 직접 제작했고 이를 통해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네펜데스의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 시작이 국내에도 잘 알려진 니들즈와 사우스2 웨스트8 그리고 다이키 스즈키가 디렉팅 및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엔지니어드 가먼츠입니다.
시미즈 케이조와 다이키 스즈키는 기본적으로 아메리칸 캐주얼 룩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아메리칸 캐주얼 패션에 대해 다룬 책인 아메토라(アメトラ)의 저자인 데이비드 막스는 일본이 미국의 일상 패션을 자신들만의 감각으로 180도 바꾸어 놓았고 현재의 아메리칸 캐주얼 룩을 구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브랜드가 바로 니들즈와 엔지니어드 가먼츠입니다.
1958년에 태어난 시미즈 케이조는 디테일에 집착하는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과 생산 방식을 고수하며 팬들을 비롯해 업계에서 존경을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어린 시절 우연히 접한 잡지를 통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생들의 패션을 경험했고 그것이 미국 패션에 빠지는 계기가 됩니다. 그 후에 시미즈 케이조는 직접 아이비리그에 속한 대학교에 방문하기에 이르렀고 그때의 경험을 직접 일본에 전파하게 됩니다. 1988년 시부야에 첫 문을 연 네펜데스 스토어를 채우고 있는 아이템부터 인테리어가 지금까지 1960~70년대의 아이비리그 룩과 워크웨어 룩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는 미국 패션을 접한 후로 플란넬 셔츠와 미국산 데님을 즐겨 입었고, 마침 일본에서도 오래된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그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점들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 옷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며 패션을 자신의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습니다.
시미조 케이즈는 더욱 전문적으로 이 업계를 이해하기 위해 일본의 작은 패션 아카데미에서 기초를 다진 뒤 '문화복장학원'이라고 불리는 분카 패션스쿨로 진학합니다. 미국의 패션을 들여와 일본에서 소개하기를 원했던 그는 졸업 후 세일즈부터 시작해 자신과 뜻을 같이했던 매니저와 함께 미국의 패션만을 소개하는 샵인 '레드 우드'를 열게 됩니다. 워크 웨어와 부츠를 판매하는 것으로 시작된 레드 우드는 캐주얼 아이템부터 나이키와 같은 스포츠웨어도 함께 소개하며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식 캐주얼 룩에 조던 시리즈의 농구화를 함께 매칭 하는 식이었고 이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엔지니어드 가먼츠의 디렉터인 다이키 스즈키와의 인연도 그가 레드 우드에 입사하며 시작되었으며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요지 야마모토를 비롯한 셀러브리티들이 즐겨 찾는 장소로 알려져 매장을 찾는 이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됩니다.
시미즈 케이조가 30살이 되던 해인 1988년 드디어 꿈에 그리던 자신만의 샵을 오픈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을 토대로 현지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한 그는 좋은 품질과 멋진 상품들로 매장을 채웠고 조금은 외진 곳에 위치했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자신의 상품이 고객들을 끌어들일 것이라는 자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빈티지만을 취급하는 것이 아닌 미국에서 직접 바잉 한 새로운 제품들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레드 우드에서의 커리어를 마친 다이키 스즈키 또한 네펜데스의 바이어로 합류하며 힘을 더했습니다.
하지만 네펜데스가 처음부터 순탄한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정보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두 사람은 맨땅에 헤딩을 할 수밖에 없었고 모든 곳을 직접 수소문해 찾아다니며 물건을 가져오게 됩니다.
하지만 90년대 초반이 되자 미국에 경제 불황이 들이닥치며 공장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바잉에 차질이 생겨버린 시미조 케이즈와 다이키 스즈키는 직접 옷을 제작하기로 결정했고 이때 탄생한 것이 시미즈 케이조의 니들즈와 다이키 스즈키의 엔지니어드 가먼츠입니다.
워크웨어와 헌팅 웨어에 초점을 맞춘 시미즈 케이조의 니들즈를 들여다보면 일본 특유의 디테일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디자인에 룰을 정해놓지 않는 그의 결과물들은 항상 독특한 멋을 뿜어내고 있으며 적절한 밸런스를 통한 다채로움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그가 재즈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니들즈의 컬렉션을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오래된 재즈 뮤지션들이 입었던 클래식한 착장에서 엄청난 매력을 느낀다는 시미즈 케이조. 그래서인지 니들즈는 에이셉 라키를 포함한 수많은 뮤지션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네펜데스의 바이어로 오랜 기간 미국에 거주하고 있었던 다이키 스즈키 또한 자신의 경험을 살려 2004년 엔지니어드 가먼츠를 설립합니다. 바이어의 신분으로 방문해왔던 쇼룸과의 인연으로 첫 컬렉션을 선보이며 주문 제작 방식으로만 아이템을 만들었던 것이 엔지니어드 가먼츠의 시작이었고 점차 사업을 확장하면서 삐띠 워모와 같은 남성복 박람회에 참가하며 전 세계에서 모인 바이어들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마침 아메리칸 클래식 룩의 붐이 시작될 때쯤 등장한 엔지니어드 가먼츠의 좋은 만듦새와 새로운 실루엣은 그 열풍을 선도했으며 지금까지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