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미 야마모토 혹은 리미 푸.
요지 야마모토의 딸로 잘 알려진 리미 푸는 문화복장학원을 졸업한 뒤, 1996년 요지 야마모토에 입사하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2000년 가을·겨울 시즌부터 요지 야마모토의 시작이 된 레이블인 와이즈(Y's)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컬렉션을 처음 선보였으며 2002년 가을·겨울 시즌부터 브랜드를 리뉴얼하는 형태로 자신의 브랜드인 리미 푸(LIMI feu)의 전개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컨텐츠에서는 20년간 패션 디자이너로서 살아온 리미 푸와 함께 한 인터뷰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볼륨감, 블랙 컬러, 반골 정신, 여성성」의 테마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그녀의 컬렉션에 대한 이야기 또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와이즈 비스 리미(Y's bis Limi)를 시작으로 본인의 이름을 건 레이블을 전개해왔습니다. 디자이너로써 브랜드가 어떻게 표현되길 원했나요?
패션을 업으로 삼은 지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솔직히 와이즈 비스 리미 레이블을 담당했을 때만 해도 매일매일이 압박감의 연속이었어요. 브랜딩과 디자인을 어떻게 저만의 감각으로 풀어내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정말 찾기 힘들었죠. 당시 저의 나이와는 거리가 멀었던 특정 연령대의 고객들을 어떻게 만족시킬지에 대한 고민을 매일 밤낮으로 했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좋아하는 옷이나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었고 결국 2번의 시즌만을 치른 뒤 브랜드의 이름을 바꿨어요. 하루라도 빨리 제가 원하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다행히도 이 결정은 아버지께서도 찬성을 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20년 동안 브랜드를 유지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테죠.
디자이너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한 가지는 디자이너는 절대로 주변에 의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브랜드를 막 시작했을 무렵에는 이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뚝심 있는 모습과 일의 방식을 고수해왔던 것이 제일 중요하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매 시즌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상하나요?
개인적으로 컬렉션 구상에 대한 아이디어는 스스로 찾아내기보다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을 더욱 선호해요. 예를 들어 문득 제 시야에 들어오는 것들이 마음을 사로잡는 경우가 있는데 '아! 이것을 옷으로 만들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타입입니다.
본인의 옷을 입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나요?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만의 신념을 이어나가 목표를 쟁취해내는 여성 혹은 왜소한 이미지를 가진 여성들에게 끌리는 것 같아요. 그런 여성들이 저의 옷을 입으면 내면에 감춰진 강력한 힘이 드러날 것만 같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아! 이런 사람이 나의 옷을 입어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건 피나 바우쉬(안무가), 사라 문(사진작가), 피오나 애플(가수)이에요. 20년이 지난 지금도 변치 않는 저만의 뮤즈입니다. 특히나 피나 바우쉬는 아버지와 서로 오랜 시간 관계를 맺어왔어요. 서로가 뮤즈였던 사이였죠.
리미 푸는 기본적으로 여성복만을 다루고 있는데, 남성복 제작에도 관심이 있나요?
남성 라인을 따로 론칭할 생각은 없어요. 본래 패션은 자유로운 것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를 나누는 요즘 패션에 위화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옷을 제작하는 방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제작법을 배우는 것보다는 남성 고객들을 유치하는 것이 더욱 낫다고 생각해요. 오버사이즈로 출시되는 제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도 리미 푸를 찾아주는 남성 고객이 많은 편이죠. 리미 푸의 옷을 입고 싶은 남성들이 주저앉고 찾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컬렉션 중에서 특별히 인상에 남는 시즌이 있다면?
파리에서 공개했던 2012년 봄·여름 컬렉션을 관객 입장에서 다시 한번 경험해보고 싶네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던 해인데 'STAND UP ALL THE GENIUS DOCTOS OF THE WORLD, KIDS IN JAPAN NEEDS YOUR HELP FOR THE FUTURE.'라는 슬로건을 무대에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매우 충격이 컸던 사건이었기에 개인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를 컬렉션 전체에 녹여내고 싶었고 매일매일 정신없이 컬렉션을 준비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많은 이들에게 이 사건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지진이 일어났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을 정도였죠.
그 상황에서 컬렉션을 진행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상당히 많았어요. 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였지만 제가 만드는 옷이 고객에게 희망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컬렉션을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밤낮으로 고민하며 온 힘을 다해 만들어 낸 컬렉션이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아버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텐데...
아버지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버지는 겉으로 드러나는 사람, 저는 뒤에 서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죠. 사실 어렸을 적에는 아버지가 추구하는 패션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음악에 더 강한 흥미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굳이 패션을 논하자면 저는 오히려 스트리트 패션을 즐겨 입었던 기억이 납니다.
같은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것에 있어서 아버지에게 받은 조언은 있었나요?
아버지는 딱히 조언 같은 것을 하지 않는 타입이지만 제 전시회에 걸려있는 옷들을 보시곤 '그것을 의도한 거지?'라거나 '이렇게 하는 편이 좋았을 텐데...'라는 뉘앙스의 말을 하시는 편이에요. 가끔 혼을 내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조언과 같은 말들은 최대한 배제하시는 것 같아요.
아버지는 저에겐 스승과도 같은 존재이기에 제가 고민하며 만든 옷만 봐도 모든 디테일을 알아보세요. 모델에게 옷을 입히려고 하는 순간 제가 고민하고 있다는 걸 간파당하기도 합니다. 제가 가봉에 처음 참여했을 때부터 느꼈었죠. '역시 아버지는 다른 차원의 사람이다.'라고 느꼈던 적이 많아요. 억울한 마음에 길거리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죠.
아버지에게는 없는 본인만의 강점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여성복을 직접 입고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이 곳은 이렇게 해야겠다.'라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직접 입고 움직여보면 어떤 디자인이 더욱 적합한 것인지, 어떤 분위기의 여성이 입으면 좋을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로서 바라본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가요?
현장에서 굉장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고 생각해요. 어떤 상황에서도 어시스턴트들이 아버지를 따르더군요. 저로서는 그런 분위기가 굉장히 어색하게 다가왔어요. 엄격한 분위기와 저는 어울리지 않거든요.
리미 푸 팀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항상 웃음이 끊이지가 않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웃으면서 일을 하다 보면 일체감이 생긴다고 생각하거든요. 개인적으로 디자이너로서의 시선이 아닌 스태프들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은 마음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어요. 굳이 패션이 아니더라도 한 가지 일을 계속해 나간다는 것은 굉장히 힘들고 괴로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목표를 설정했다면 어쩔 수 없이 앞으로만 나아가야 할 테지만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 현실이죠. 패션은 겉으로 봤을 때 화려하지만 그 화려함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은 굉장히 심각해요. 그래서 저는 밝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간을 따로 마련할 정도죠.
요즘 스트리트 패션은 어떤 것 같나요?
'저 사람 멋있다.'라는 생각에 뒤돌아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예요.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되네요. 모두 비슷한 룩을 좇고 있는 것 같아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가격이 조금 나가더라도 정성이 담긴 옷들과 유니클로, H&M과 같은 패스트 패션과의 차이를 피부로 직접 느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옷이 소모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 슬퍼요. 그래서 저는 힘이 조금 들지라도 옷은 소모품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패션 업계에서도 옷을 생산하며 발생하는 폐기물들과 환경에 대한 캠페인이 대두되고 있는데, 질 좋은 물건은 적당한 가격대로 출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관심은 가지고 있지만 '유기농으로 제작한 면 소재가 환경에 좋을까?'라는 물음에는 긍정적인 대답을 못할 것 같아요. 유기농 면을 제작할 때 기름과 같은 것들이 많이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브랜딩을 할 때에 '지속 가능'을 내세우는 것 자체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기업이나 개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온라인 판매로 인해 패션에 판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미 온라인 판매를 하고 계시지만 앞으로 판매 방식에 변화를 주고 싶은 점이 있나요?
24시간 전 세계의 고객들에게 우리의 옷을 보여준다는 것은 정말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매장의 직원을 통해 우리의 옷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대화를 통해 우리의 옷을 설명해주는 이 방식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이 방식을 온라인에서도 풀어내고 싶어요. 그저 고객이 옷을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를 하는 이 간단한 방식보다는 옷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리미 푸의 목표를 알려주세요.
저는 우리의 옷을 찾는 고객과 우리를 위해 힘써주는 스태프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브랜드를 더욱 크게 만들고 싶은 마음도 물론 가지고 있지만 제 시야에 벗어나는 것들이 생길까 봐 주저하게 되네요. 퀄리티가 낮아질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만 계속 가고 싶은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마인드와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저는 직원들이 마음껏 웃으면서 일하는 게 더욱 중요해요. 그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