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만의 부활
코로나 바이러스로 큰 타격을 받고 있는 패션 업계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이야깃거리는 최근 패션 업계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고 있는 주제입니다. 많은 이들은 베트멍의 수장이었으며 현재는 발렌시아가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뎀나 바잘리아가 그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릴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죠. 뎀나 바잘리아가 자신의 첫 번째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선보인다는 소식이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입니다.
오트 쿠튀르는 패션 디자이너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장르입니다. 프랑스 오트 쿠튀르 의상 조합의 엄격한 선발 과정을 통해서만 자격이 주어지는데 발렌시아가는 이 기준에 충족되지 못하죠. 놀랍게도 메종 마르지엘라 또한 조합의 회원이 아니기에 '오트 쿠튀르'라는 단어를 쇼 타이틀에 사용하지 못하죠. 대신 아티저널(Artisanal)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쿠튀르적인 요소들을 더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예술에만 100%의 힘을 쏟는 타 브랜드들의 오트 쿠튀르와는 달리 웨어러블 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개인 고객들을 위해서만 주문 제작되고 있죠.
뎀나 바잘리아는 어떨까요? 그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하우스의 유산을 베이스로 쿠튀르 컬렉션을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중들의 취향과 반응에는 신경 쓰지 않고서 말이죠. 그는 "남성 고객들도 오트 쿠튀르를 착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쿠튀르 컬렉션에 관심을 가질만한 고객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죠. 부유한 여성만을 위한 옷이라는 편견을 이번 발렌시아가 쇼를 통해 없애고 싶어요."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는 레디 투 웨어 컬렉션에 쿠튀르적인 요소를 더해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준 킴 존스와 같이 남성들을 위한 더욱 고급스러운 의상을 만들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걸까요?
"오트 쿠튀르는 창의성의 자유를 상징하고 있어요. 제가 진정으로 하고 싶던 일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발렌시아가를 통해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출 수 없을 정도예요. 저는 오트 쿠튀르가 현대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이 패션 업계에 부흥을 가져다줄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생산적인 문제가 어느 정도 완화되었기에 우리는 이 컬렉션에 힘을 실으려고 해요. 저를 포함한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 또한 하고 있습니다."
52년 만에 부활한 발렌시아가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2020년 가을·겨울 시즌을 베이스로 지난 7월에 개최될 예정이었던 파리 오트 쿠튀르 패션위크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취소되었습니다. 2021년 7월로 일정을 다시 한번 옮긴 발렌시아가는 현재 새로운 시즌에 맞춰 디자인을 수정하고 있으며 발렌시아가 하우스의 설립자인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가 보여줬던 영광을 재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뎀나 바잘리아의 손길을 통해서 말이죠.
대중들은 뎀나 바잘리아의 쿠튀르 디자인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수많은 추측을 내놓으며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는 최근 이와 관련된 인터뷰에서 디자인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피하며 대중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진 않았습니다. 그가 어떻게 하우스의 유산을 지켜내는지 그리고 얼마나 획기적이고 예술적인 쿠튀르 디자인을 선보일지에 대한 것에 대한 토론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발렌시아가가 최근 선보인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을 살펴보는 것도 내년 7월에 대한 힌트가 될 수도 있겠네요.
2017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통해 선보인 트리플 S 스니커즈로 팬들을 열광시켰던 그가 이제 희망을 담은 메시지를 들고서 자신만의 오트 쿠튀르를 발렌시아가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신념과 철학을 느껴볼 수 있었던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뎀나 바잘리아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그가 보여줄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