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여전히 미니멀리즘을 탐닉하고 있었습니다.
독일 태생의 디자이너 질 샌더가 패션 업계를 떠난 지 7년 만에 유니클로와의 협업 프로젝트인 +J 컬렉션으로 돌아왔습니다. 구조적인 미니멀리즘 패션으로 호평을 받아온 질 샌더는 2009년 유니클로와의 첫 번째 협업 컬렉션으로 패스트 패션의 새로운 면을 부각하며 많은 인기를 끌었고 2013년에는 로돌포 팔리아룽가에게 질 샌더 하우스를 맡기며 패션 업계를 떠났습니다. 7년 만에 돌아온 그녀는 아직 우리에게 할 말이 많이 남아있는 듯 보였습니다.
2020년 가을·겨울 시즌에 초점을 맞춘 그녀는 여성복에서 짧은 기장의 푸퍼 재킷과 깔끔한 메리노 울 카디건 그리고 스트라이프 셔츠를 내세웠으며 남성복에서는 오버사이즈드 워크 재킷과 다운 필링 블루종 그리고 날렵한 실루엣의 치노 팬츠를 선보였습니다. 사실 질 샌더는 7년 동안 우리에게 잊혀진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201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예술 박물관에서 자신의 회고전을 열었고 그곳에서 자신이 디자인에 접근하는 방법과 아름다운 것에 대한 열망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 그리고 완벽한 코트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2013년 질 샌더 하우스를 떠난 뒤 저는 저만의 작품을 만들었고 정원을 가꿨습니다. 전시회를 준비하기도 했죠. 제 안에 있던 창의력을 온전히 쏟아내는 것에 시간을 보냈어요. 유니클로와는 그동안 계속해서 연락을 취해왔어요. 그저 지금이 +J 컬렉션을 다시 보여주기에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어요. 언젠가는 다시 한번 이 컬렉션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패스트 패션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저에게도 영향을 끼쳤어요. 그 결과로 더욱 부드럽고 오버한 실루엣이 나타났죠. 그러나 제가 여태껏 보여줬던 디자인의 틀에서 벗어나진 않았습니다. 세련된 디자인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했어요. 신체와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최적의 볼륨감을 찾는 것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고 쉽고 간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맞아요. 네이비 컬러의 코트나 화이트 컬러의 셔츠 같은 기본적인 아이템을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어요. 재료와 실루엣 그리고 커팅을 현대적인 것에 맞춰나가죠. 시대정신과 같아요. 끊임없이 연구해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냅니다. 품질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패션 디자이너의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체스터필드 코트를 가장 좋아해요. 매번 비율을 변경하고 현대적인 감성에 맞는 디테일을 추가하는 재미가 저에게는 정말 행복하게 다가와요. 만들고 싶은 옷이라면 가벼운 무게의 다운재킷일 것 같아요. 20년 전에 처음으로 만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코트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옷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혁신적인 기능을 추가하면 더욱 좋겠죠. 그리고 옷은 아니지만 뷰티 아이템을 디자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최근에 했어요.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시선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좋은 파트너와 함께 말이죠.